심성은 얼굴에 드러난다

거울 치료의 순간

by Juneri

누군가에 대해 불만이 쌓일 때, 적절히 넘기지도 못하고, 면전에다 똑바로 말할 용기도 없던 나.

밖에서 쌓인 모든 불쾌감과 하소연은 집에 같이 사는 사람이 받아냈다고, 부끄럽지만 고백해야겠다.


호소할수록 부정의 기운은 배출되는 것이 아니라 독소처럼 쌓이고 있다는 것을 느낀 건 사십 대를 앞두고 서다.


나는 회사에서 한 동료와의 관계에서 갈등을 겪었다. 불꽃이 밖으로 튄 적은 한 번도 없지만, 심리적으로 강렬하게 마찰을 일으키고 있다는 건 나도 알고 그도 알고 있었다. 뚜렷한 이유도 모른 채, 부딪히거나 대화를 시도하기보다 서로를 진심으로 회피 나약한 관계.

그는 자신의 회사생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적을 만들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대단한 모순이라 생각했다.


그에 대한 미움이 최고조에 달한 어느 날이었다. 사무실 복도 앞에 그가 걸어오고 있었다.

나를 애써 외면하는 듯 사선으로 보이는 그의 얼굴은 정말! 그야말로 심술 난 마시마로였다.

간사함으로 가득 찬 눈빛, 넓은 얼굴과 대비되게 편협해 보이는 코, 활 모양으로 휘어져 아래를 향하는 그 사람의 입 끝! 왜인지 나는 묘하게 위안을 얻었다. '역시 관상은 과학이다.'의 느낌이었을까.

오해가 쌓 그의 얼굴만 봐도 싫어할 지경이 된 것이다. 그가 지나가는 옷자락의 바람도 싫었다.


그러나 그의 얼굴을 보며 관상놀이를 하는 나의 존재를 인지하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나는 내 심성이 그 일을 하고 있음을 알아챘다. 상대의 외모를 보며 비웃으며 좁아지는 내 속의 넓이여.


문득 나는 거울 속의 내 실제 얼굴과 그를 투영한 내 관상을 떠올리며 거울 치료 단계에 들어섰다.

내 코, 내 눈의 현황, 아 증상이라고 해야겠다.


그가 주변에 있을 때마다 아랫입술에 힘을 주어 밀어 올리고, 미간을 좁히고, 또 날 선 심정과 눈빛으로 그를 거의 쏘아봤다. 마음과 표정이 협력해서 내 인상을 망치고 있음을 마침내 깨달았던 것이다!


나는 내 인상을 망치기 싫어서 타인에 대한 단점을 마음에 담지 않을 것을, 솔직하되 담담하게 넘길 것을 다짐했다. 그러나 쉽지 않음을 알고 있다.


지금은 그와 함께 일하지 않는다. 심리적 마찰은 잦아들었다.

우리는 서로가 인내라고 믿었던 침묵 속에 여전히 미움을 남겨두었다. 언젠가 꺼낼 일이 있다면 한때 내 상상력의 많은 부분을 그가 써먹었다고 말할 것이다.


어쩌면 그는 나를 싫어할 명확한 이유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알고 싶었지만, 이제 알고 싶지 않다.

또는 우리는 서로를 간파하는 심리 레이더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끝내 말하지 않았고 나도 끝내 말하지 않았다. 회피이자 배려였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흐르면 미움보다 그의 인내력이 긍정적으로 남아있을지도 모른다. 나에 대해 많이 참아준 어떤 사람,

그는 좋은 사람이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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