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맞벌이시잖아요

돈과 비교, 그리고 말하지 못하는 씀씀이에 대하여

by Juneri

온통 돈 이야기다.

삼성전자 주가의 앞날, 현대자동차의 급등처럼 사야 될까 말아야 될까 희망찬 이야기와 더불어 그때 안 팔았다면, 그때 샀다면... 등 부자 될 뻔했던 사연.


노후 준비, 금융 자산, 똘똘한 한 채가 어쩌고 저쩌고 하다 보면 꼭 마지막에 붙는 말은,

"그래도 맞벌이시잖아요. 저희는 외벌이예요."

남자들이 월등히 많은 이 회사에서 외벌이에 대한 고민은 이번 달 학원비, 해외 여행비에서 정점을 찍는다.

엄마가 집에 있으면 아이들에게 더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예전에는 답했었다.

각자의 사정과 가치관에 따라 선택한 사항일 뿐이기 때문이다.

진부하지만 그렇다.


하지만 요즘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보너스 소식이라도 들리면 맞벌이 이야기는 배로 듣는다.

퇴근 후, 아이들과 함께 하며 수반되는 신체적, 정신적 피로감을 맞벌이의 단점이라고 내세우는 것은 사치다.

내가 얼마나 피로했는지는 그들이 듣고 싶은 말이 아니다.

그래서 그냥 웃고 만다.


맞벌이라 수입이 두 배니 좋겠다는 말의 또 다른 표현,

"그래도 남편이 있으니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잖아요."

회사에 대한 불만에 매번 동조할 수도 없는 이유다.


나는 완벽한 엄마도, 뛰어난 직원도 아니다.

그러나 하소연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절대 하지 않고 할 수도 없는 말은 이거다.

'저는 우연히 운 좋게 입사한 것도 아닐뿐더러, 회사로부터 공짜 돈을 받는 것은 더욱 아닙니다!'

오만한 것일까.

"그렇죠.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죠."라고 답한다.



여성으로서의 지위나 권리, 자아와 그것이 만들어 낼 서사에 대해 이야기할 재주는 .

다만, 최대한 건조하게 말하자면 그냥 그 어떤 용기도 가지지 못한 채 회사를 다니고 있을 뿐이다.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지만 정말로 그만둘 수는 없는, 회사에선 이런저런 변명만 비치는 '월급루팡'의 존재는 아닐는지, 그래서 여성의 사회적 신장에 대해 말할 용기가 없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저 말을 했던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아내에게 고가의 선물을 하면서 본 그녀의 얼굴이 기쁨인 후배, 아이들의 정성스러운 생일 선물에 기뻐하는 친구, 셋째가 생겼는데 또 아들이라는 동료, 공부를 잘하는 자녀들이 자랑스러운 선배, 자식들이 성장하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조금씩 찾아가는 상사.

가정 안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그들의 행복한 면을 본다.


그러나 비교하는 삶,

누군가는 끊임없이 자랑을 묘연하게 녹인 말을 해댄다.

그리고 비교되는 삶,

에너지를 써서 무시하거나 차단해야 할 것이 늘어간다.


문득 나는 나 자신이 어떤 이에게는 씀씀이를 들키지 않으려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씀씀이란 가령, 주기적으로 운동을 하는 데 드는 비용이나 새 신발처럼 나를 정신적으로 바쳐주는 것들을 위한 소비다(신발은 나에게 정말 그렇다).

퇴근 후에 무엇을 하는지 무엇을 샀는지 휴가 때는 무엇을 할지 그들이 알지 않았으면 하는 부분들이다.

난 왜 당당하지 못하지.


돈 이야기가 늘 흥미롭지 않고, 맞벌이 이야기가 항상 반갑게 들리는 것도 아니지만 은 좋아한다고 인정해야겠다.

돈을 좋아한다는 말이 누군가에게는 부끄럽고, 누군가에게는 불공평하게 들릴지라도 지금의 나는 그 말밖에는 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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