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에서 보면 비극,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완벽한 조직이란 애초에 상정할 필요가 없는 개념이다. 그럼에도 학교, 스터디 그룹, 협업 조직까지 나는 꽤 성실하게 여러 조직을 통과해 왔다. 요즘 동료들과 자주 나누는 말이 있다.
“어떤 조직이든 밖에서 보면 희극이고, 안에서 보면 비극이에요.”
대개 이 문장은 웃으며 소비되지만, 실은 별다른 반박의 여지가 없다. 조직 안에는 늘 정해진 역할들이 있다.
자신의 생각이 곧 기준이 되는 사람, 그 기준에 맞춰 고개를 끄덕이는 무리, 그 흐름을 인지하면서도 말하지 않는 사람, 그리고 애초에 인지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사람.
행동하는 사람과 행동하지 않는 사람. 대부분은 상황에 맞춰 둘을 오간다.
조금 더 구조적으로 보면 중앙에 오래 자리 잡은 무리가 있고, 자발적으로 혹은 어쩔 수 없이 그 바깥으로 밀려난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어느 쪽에도 확실히 속하지 못한 채 경계에 머무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 경계에 있는 쪽이다. 인지하지만 과하게 반응하지는 않는다.
굳이 수치로 표현하자면 30% 정도의 행동과 70%의 모른 척(?). 조직에서 요구하는 최소한의 사회성을 충족시키는 가장 무난한 위치다.
사회생활을 잘하는 비결로 사람들은 흔히 ‘가면’을 말한다. 회사에서는 그냥 가면을 쓰라는 것이다.
공과 사를 구분하라! 조직이 개인에게 요구하는 것은 대체로 진정성보다 안정감이니까.
가면을 벗고 나면 지치는 건 모두가 겪는 일이니 유별나게 굴지 마라! 대부분이 겪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유별나게 굴지 않기 위해 일기를 쓴다.
솔직히 말하면 적고 싶은 내용의 대부분은 그날 하루 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누군가의 말과 태도다.
하지만 정체도 모를 타인의 험담은 그다지 생산적인 취미가 아니다.
대신 나는 조직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마치 나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것처럼, 제삼자의 시선으로 기록하는 것을 좋아한다. 객관적인 관찰자인 척 쓰는 이 글들은 결국 나 자신을 합리화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머릿속에서만 맴돌던 생각들은 글로 옮겨 적는 순간 그나마 정돈된 형태를 갖춘다.
글이 된 것은 입을 통과하길 꺼리지 않고, 입 밖을 나온 것은 행동이 된다. 나는 현명한 방식으로 행동이 되길 원한다.
이 글은 비극과 마찰이 일상처럼 반복되는 조직 생활 속에서 적어도 불필요하게 소모되지 않기 위해,
그리고 가능한 한 오래 아무 일도 없는 사람처럼 버티기 위해 쓰는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