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피셜
사무실 책상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언제부터였을까.
모니터 주변에 세워둔 영양제, 피규어, 쓰레기 처리 현황 등 퇴근 후 찍힌 책상의 모습들은 습관을 반영한 장면이다.
회사 생활의 초반 십 년 정도는 책상 정리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으므로 그땐 오롯이 의식하지 않은 습관만이 퇴근 후 남아있을 뿐이었다.
정리 정돈이 시작된 것은 혹시 내가 일처리를 지저분하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했던 순간부터다.
복잡한 내 머릿속의 처리 과정을 들키지 않고 싶은 마음과 더불어 일을 깔끔하게 한다는 인상을 주고 싶은 무언의 어필. 나에게 정리 정돈이란 물건들의 정렬을 잘 맞춰서 세워둔 것이 아니라 물건을 최대한 서랍 안으로 숨기는 것에 가깝다.
또한, 집을 나설 때 가스 밸브를 감갔는지 꼭 확인을 하듯이 퇴근 전 키보드와 마우스를 정렬하고 의자는 밀어 넣고 사무실을 나서는 것은 지극히 만족스러운 행동이다. 통행로에 튀어나와 있는 슬리퍼와 의자는 산만함과 무례함의 그림자,
그래서 정리 정돈은 오늘 하루, 업무도 관계도 잘 마무리했다는 의식 같은 거다.
언제부터인가 위가 휑한 책상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사적 견해지만, 책상의 주인들은 대체로 신중하며 꼼꼼하다. 본인을 위해 업무 처리 과정을 정리하고 기록하는 사람들이 많으며 (진행 과정이나 마무리에서 정리를 강조함...) 일부는 까다롭기도 하다.
오래전 내 상사의 책상이 기억난다.
그의 책상엔 기본 컴퓨터 유닛을 제외하고는 컵과 안경, 그리고 볼펜 한 자루만 있을 뿐이었다.
씻어서 엎어둔 컵은 위엄이 있고, 안경은 전문가의 빛을 내뿜고 펜 한 자루는 영광스러워 보였다.
정갈함과 냉철함!
아기자기한 애착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그 깔끔한 책상들은 능력자의 면모를 풍겼다. 왠지, 지금이라도 당장 기회만 된다면 그 자리에서 일어나 미련 없이 다른 포지션으로 이동 가능요, 짐을 바리 싸는 과정은 필요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이제와 생각해 보면 그 정리 정돈의 모습이야말로 현재 자신의 자리에 대한 강력한 애착의 증거가 아닌가.
나 또한 입 밖으로는 파이어족을 외치면서도 물티슈로 책상을 닦고, 정리 정돈 그리고 가끔 책상 정비도 하며 나의 업무 환경을 끊임없이 살피는 이 태도.
오늘은 퇴근 시간에 촉박한 일이 있어 마신 음료컵을 미쳐 버리지 못하고 나온 게 생각나서 일기를 쓴다.
그 대신 키보드와 마우스는 정렬했고 의자는 밀어뒀으니 그걸로 됐다! 나는 오늘 알찬 업무시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