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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케 Jan 29. 2023

3-4. 친했던 동생과 손절한 계기

노마드 직장인의 세상살이

3-4. 친했던 동생과 손절한 계기


실적 스트레스로 고생하던 어느 , 학부모로부터 고학년 수학 학원 등록을 의뢰받았다.  학생들은 오랜 기간 이 시스템을 이용해 와서 학습 습관이 잘 길러져 있었고 고학년이 되었기에 수업을 추가하는 것도 학습 진도에 잘 맞는 수순이었다. 게다가 소개 시스템을 어느 정도 알고 계신 학부모님이라 담당 교사인 내게 말을 해주셨던 것 같다. '올레~' 마침 그 달에도 실적이 부족해서 슬퍼하고 있던 참이라 큰 절이라도 올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다음 날 신규 수업 건을 들고 룰루랄라 사무실로 출근했다. 회사에 이 사실을 알렸고 실적을 어떻게 계산해야 할지 팀장과 함께 의논했다. 기본적으로 실적은 수업 1건당 +1로 가산되는데 이 경우는 학원으로 긴 시간 등록하는 것이므로 실적 +4가 되는 꽤 큰 건이었던 것이다. 직접 수업을 진행하면 +4를 온전히 내가 갖게 되지만 다른 선생님의 수업으로 넘기는 경우 4를 비율에 맞게 나눠 가져가는 것이 통상적인 계산법이었다. 1과 3으로 나누는 경우도 있고 상황에 따라 2대 2로 나누는 경우도 있는데 이건 선생님의 실력보다는 소개의 비중이 크니 2대 2로 나눌 수 있는 건이었다. 마침 그 달 실적 2건이 부족했던 나에게는 가뭄의 단비 같은 의뢰라 모두들 축하해 주었다. 마찬가지로 다들 실적이 급급한 처지라 학원 수업을 담당하는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경쟁이 있었는데 실적 2를 주겠다며 서로 자기에게 맡겨달라고 얘기했었다. 당시 수학 선생님들은 모두 괜찮은 편이었기 때문에 누구에게 배정하면 좋을지 고민이 됐다.


그러던 중 나와 친분이 깊던, 절친하다고 까지 할 수 있는 여자선생님이 살갑게 다가와 부탁 겸 딜을 해왔다. "그 수학수업 나한테 맡겨주면 안 될까?" 나는 또 의리에 죽고 못 사는 사람이라 알겠다며 큰 고민 없이 그 선생님에게 수업을 배정했고 해당 학생을 불러 테스트 수업을 받게 해 줬다. 수업은 무사히 성사됐고 이제 실적 계산만 남겨둔 월말 정산 시기에 갑자기 메시지 하나가 날아왔다.


", 혹시 이번 수업 건 1대 3으로 나누면 안 될까?"

"엥 2대 2로 나누기로 한 거 아니었어?"

"내가 이번달 실적이 하나 모자라는데 안 그러면 상황이 좀 복잡해져서... 부탁 좀 할게ㅠㅠ"

"무슨 사정인지는 모르겠만 그건 나도 마찬가지라 안될 것 같아. 팀장도 그렇게 알고 있는 걸ㅠㅠ"

"근데... 내 수업시간을 할애하는 거니까 원래 1대 3으로 계산하는 게 맞잖아?"

"아니, 이제 와서 무슨 소리야? 그럼 내가 다른 선생님한테 수업을 줬겠지!"

"이번 달에 사정이 안 좋아서 그래, 월급이 깎이면 손해도 내가 더 많이 나잖아. 한 번만 봐주라"


... 대충 이런 내용으로 계속 실랑이하다가 점점 내가 억지를 부리는 것처럼 상황이 흘러갔다. 본인 월급이 줄어드는 게 나랑 무슨 상관이 있지? 내 월급은 적어져도 된다는 건가? 친한 동생이라 일부러 맡겼는데 얘는 나를 이용한 건가? 이런저런 생각이 들자 배신감에 화가 치밀어 올라 참을 수 없었다. 평소 여우 같다던 그 친구의 평판이 갑자기 떠오르면서 온갖 상상이 내 머릿속을 지배했다. 물러서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말싸움에 지쳐서 "하... 그래. 너 가져라!"라고 말을 꺼냈고 '넌 돈 밖에 모르는 사람이야!'라는 식의 말도 함께 던져버렸다. 동생은 어쩜 그렇게 말할 수 있냐며 서운함을 내비쳤지만 나는 훨씬 더 큰 배신감을 느꼈기 때문에 전혀 와닿지 않았다.


다음 날, 출근해서 팀장과 실적을 논의하던 중 -1이 된 까닭을 얘기했다. 팀장의 월급도 걸려있는 상황이기에 인정할 수 없다고 다시 얘기해 보라고 했지만 그 친구와는 얼굴을 마주 보는 것조차 싫었기에 아쉽지만 그대로 마무리하기로 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린 멀어졌고 매일 주고받던 연락도 전혀 하지 않게 됐다. 함께 있으면 웃음이 끊이질 않았었는데 이제는 냉랭한 기운만 감돌뿐이었다. 마주쳐도 모르는 척 지나갔고 같은 사무실에서 눈조차 마주치지 않았다. 또래 중 가장 친했고 덕분에 매일 즐겁게 출근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거의 절교를 하게 된 것이다. 그 동생은 나중에도 계속 연락을 했고 다시 잘 지내보려고 애쓰는 것 같았지만 그녀를 볼 때마다 그날의 기억이 떠올라 마음이 편치 않아서 예전과 같이 지낼 수 없었다.


그리고 그 후로 어색해진 공기와 스멀스멀 시작되는 불길한 기운이 먹구름처럼 사무실을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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