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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케 Feb 08. 2023

3-5. 대기 중입니다

노마드 직장인의 세상살이

3-5. 대기 중입니다

영업과 실적 문제로 잡음이 나오다 보니 암암리에 퍼지는 소문들이 파다했다. 적은 월급에 힘이 부쳐 떠나는 사람이 대다수였고 가짜 수업료를 감당하지 못해 떠나는 사람도 종종 보였다. 같은 시기에 큰 야망을 품고 뛰어들었던 젊은 선생님들이 모두 같은 결말을 맞이하게 됐다. 그리고 그중 나와 친하게 지냈던 동료들도 그만할 때가 된 것 같다며 하나둘씩 운을 띄웠다.

친한 사람들과의 즐거운 시간이 유일한 원동력이었는데 그 마저 없다면 남아있을 이유가 없지 않을까. 자연스레 나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상황을 우려해서 선생님들 사이의 친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같은 결정을 하는 걸 보면 그만한 뭔가가 있는 거겠지.

사직서를 제출하려는데 대기 중인 인원이 워낙 많아서 차례차례 줄을 서야 할 지경이었고 결국 나는 3~4개월을 더 기다렸다가 겨우 이야기를 꺼낼 수 있었다. 남아있던 사람의 입장에서는 떠나는 사람들이 야속하기도 했지만 사실 이러한 시스템에서 오래 버티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그들의 행복을 빌어주기로 했다.

내 차례가 되어 새로 온 선생님께 남은 수업을 모두 인계했다. 마지막 수업임을 알리고 정든 아이들과 이별하는 순간이 얼마나 애절했는지. 현관을 나설 때 그렁그렁 아이들 눈에 담긴 섭섭함이 가슴 깊이 느껴져 무척 슬펐다. 어린아이들은 제대로 된 사유도 이해하지 못하고 헤어지게 됐고 전화번호를 알려달라며 매일 전화하겠다는 아이들과 수업을 마친 후 한참을 울었다는 아이들도 있었다. 나를 위한 선택이었지만 정든 이들과 헤어지는 건 언제나 힘든 일이다.


그렇게 나의 세 번째 직장을 정리하면서 이십 대 후반이 되어갔다. 느낀 것도 많고 배운 것도 많았던 시기라 아직도 내 기억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노마드 직장인의 세상살이'라는 제목으로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글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앞의 내용을 함께 읽어주세요 :)


https://brunch.co.kr/magazine/nomadewor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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