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퍼문 May 14. 2023

EP 1) 별생각 없이 해병대 입대

20살에 입대를 하게 되었다. 별생각은 없었다. 친구들 사이에서 가장 먼저 입대하게 된 나는 렌터카로 친구들의 배웅을 받게 되었다. 포항에는 태어나서 처음 가게 되었다. 포항은 해병대 훈련교육단이 있는 곳이다. 



내가 해병대를 택한 이유는 형 때문이다. 형은 나보다 2년 먼저 해병대를 다녀왔다. 형은 휴가를 나와서 나에게 해병대를 가라고 추천했다. 그리고 나도 '이왕 2년 다녀오려면 뭔가 멋있어 보이는 해병대를 가야지'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형이 입었던 해병대 정복은 멋져보였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정복이 멋있다는 이유로 해병대를 온다. 해병대의 '고도의 전략'이 잘 먹히고 있다.



(나중에 원망하듯 왜 나를 해병대에 가라고 추천했냐고 형에게 물어봤다. 대답은... '나 그런적 없는데?...'였다.)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지방 청년은 포항에 도착했다. 첫날밤은 꿈같았다. 현실 같지 않았다. 딱딱한 나무로 만들어진 침상에서 분필 놓여있듯 여러 명의 청년들이 누워서 잤다. 첫날밤은 코 고는 소리와 이가는 소리로 인해 깊게 자기 힘들었다.



입대 전에 인터넷을 대략적으로 검색해 보니. 머리를 자르지 않아도 안에서 잘라준다고 하는 글을 보고, 머리를 자르지 않고 갔다. 하지만 그건 실수였다. 깔끔하게 자르고 들어갔어야 했다. 



머리 자르는 날이 왔다. 머리 자르는 사람들은 당연히 현역들이었고 현역들 중에서도 가장 무섭고 독기가 올라있는 일병 상병들이었다. 



해병대는 2주 단위로 1 기수차이가 난다. 그래서 포항 훈련단에는 몇 개의 기수가 같이 훈련을 하게 된다. 그 안에서도 훈련단 퇴소 전에 있는 기수는 하늘 같아 보였고 뭔가 멋있어 보였다. 



그러니 현역에 있는 일병과 상병들은 마치 범접할 수 없는 존재처럼 느껴졌다. 내 차례가 다가왔다. 덩치는 작아 보이는 안경 쓴 일병이었다. 그 일병이 내 머리를 이발기로 치듯이 밀어대며 이렇게 이야기했다. 



"니가 장발장이냐 개XX야" 



내 머리는 일병이 바리깡를 하도 밀어대서 인형처럼 앞뒤로 흔들렸다. 안 그래도 힘든 일병에게  내 긴 머리는 그냥 귀찮음이었다. 



'기수'가 곧 서열이고 전부인 해병대 사회에서는 이제 막 훈련단에 들어온 훈련병들을, 나쁜 사람이 어린애 대하듯 막 대한다. 그때 느꼈다. '아... 나 왠지 엄청난 곳에 들어온 거 같다...' 



이유는 알려주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막 들어온 훈련병들은 모두 삭발을 한다. 그렇게 나도 태어나서 처음을 삭발을 해봤다. 아마도 이제 너희는 사회인이 아니고 해병이다라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 



머리를 삭발한 훈련병들은 닭장에 욱여넣은 병아리들처럼 목욕탕에 밀어 넣어졌다.

D.I는 외쳤다.



"각 소대 들어!" "목욕 시간 2분 준다. 실시!!"



병아리들은 찬물이고 뭐고 미친듯이 씻어댔다.   



----------------------------------------------------------------

함께하면 더 빠르게 

부자되고 성공합니다.


지금 수퍼문 회원이 되고 카톡방에서 함께해요.

https://cafe.naver.com/supermoon0


작가의 이전글 오늘 당장 나의 미래를 보는 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