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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의사언니 Oct 27. 2022

나답게, 다이어트하기

다이어트만 30년차, 워킹맘 한의사언니 찐 다이어트스토리

나는 다이어트만 30년차


12살 초등학교 5학년 소녀는 모델을 꿈꾼다. 티비를 보니, 늘씬한 여자들은 늘 예쁜 옷을 입고 있다. 얼굴도 예쁘다. 그래서 날씬해야 예쁜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초경을 앞둔 나이라 허벅지와 엉덩이에 살이 붙는다. 갑자기 키도 크면서 거의 지금의 키와 비슷한 수준으로 1년 사이에 10cm 가량 자랐다. 그렇지만 살이 찌면 어딘지 못생겨질 것 같은 불안감에 다이어트를 한다. 밥도 남기고 고기도 남긴다. 그 좋아하는 과자 아이스크림도 입에 안댄다.


슬프게도 소녀는 그 때의 키로 20대를 맞이한다. 대학생이 된다. 매일 같이 동아리 술자리 모임에 즐겁게 참석을 한다. 소주에 맥주에 치킨에 노가리에 부어라 마셔라 대학생활을 한다. 황금 같은 공강 시간에는 동기 선배들과 캠퍼스 잔디밭에 앉아 커피 과자를 먹는다. 어느 덧, 고 3때 보다도 불어난 살들이 소녀를 맞이한다.


위기다. 아끼던 청바지를 오랜만에 꺼내 입어보니 들어가지를 않는다. 세상에나. 말도 안돼. 아주 칼같은 저칼로리 다이어트에 돌입한다. 하루 종일 안 먹고 버틴다. 물과 커피만 마신다. 좋아하지도 않는 헬스장에 가서 2시간을 참고 미친듯이 운동을 한다. 모든 음식도 성분표의 칼로리를 확인하고 구입한다. 무지방. 저칼로리 단어를 기준으로 고른다. 하루 800kcal 이하를 먹어야 살이 빠진다니 철저하게 지킨다. 이렇게 3달을 하니 체중은 42kg로 내려갔지만 남은건 폭식 빈혈 생리불순 초딩여자아이였다. 

 

어느날, 학교를 가다가 눈 앞이 캄캄해지며 주저 앉았다. 소위 별이 보인다는 말을 체험했다. 식은땀 줄줄. 한 여름인데도 너무 추워 죽을 것 같다. 맞다. 그대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문득문득 기억이 난다. 집이 어디냐고 물어보는 택시 아저씨. 걱정 가득한 눈으로 나를 내려다 보던 엄마.


이 날을 끝으로 나의 치기어린 20대의 저칼로리 다이어트는 종결이 되었다.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생리불순은 고사하고 이러다 죽겠다 싶었다. 다행히도 그 이후로 만난 한의학, 불교, 인문학 등의 학문은 나의 몸과 마음에 대한 그릇한 이해를 되살려 주었다. 


이러한 극단적인 다이어트 방식은 40대가 된 지금도 진료실의 환자들에게서 자주 듣는 스토리이다. 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데. 저칼로리 다이어트는 연예인 다이어트라는 다른 이름으로 포장되어 많은 소녀 여성들에게 마름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고 있다.  


물론 그 이후에도 결혼 임신 출산이라는 여자로서의 큰 산들을 넘으며 다이어트를 해왔고 지금도 하고있다.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나는 다이어터로의 삶을 살고 있다. 그렇지만. 힘들게 굶는 다이어트. 6시 이후로는 절대 안먹는 다이어트. 못 먹는 다이어트가 아니다. 먹어도 되는 다이어트. 잘 먹는 다이어트. 못먹는 것이 아닌 저절로 안 먹는 다이어트. 맛있어서 계속 하는 다이어트. 즐거운 다이어트를 나답게 하고 있다는 것이예전과는 큰 차이다.  마치 아이들이 배가 고파 울다가 배가 부르면 " 더 먹을래?" 해도 "아니 배불러요 안먹고 싶어요"와 같은 이치이다. 


이제 그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본다. 




나답게, 다이어트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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