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계발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워낙 20대부터 열심히 일하는, 성공하는 여성의 삶을 동경해서 인 것 같다. 학과 동기들이 기말 중간고사 시험 준비하느라 정신없을 때 나는 도서관 한편에서 자기 계발서. 데일리 카네기, 힐러리, 오프라 윈프리 등의 유명 인사들의 책을 읽으며 가슴 설레는 순간을 가졌다.
그러다 보니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좋은 습관을 가지고 사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다이어트도 마찬가지다. 의식해서 말라비틀어져야지. 마른 게 좋아. 깡 마르고 싶어 등의 생각으로 하는 건 아니다. 40대 들어선 아이 둘인 아줌마한테 세상은 별 관심이 없다. 남편조차 나의 체중이 여기서 5kg가 더 나가도 잘 모르니 말이다.
좋은 식사 습관들을 가지면 살은 빠지게 되어있다. 몸소 실천해본 결과이다. 스트레스에 대한 관리도 그렇다. 스트레스를 덜 받고 악착같이 무엇인가를 하기 위해 달리는 시기보다 적당히 자고 적당히 먹고 적당히 열심히 하면서 일부러 쉬어주는 그런 때가 몸도 마음도 식욕도 편안하다.
나쁜 습관들을 가지면 반대로 살이 찌게 된다. 물론 시기적으로 너무 힘들어 덜먹어 깡 마르는 상황으로 한의원에 보약을 지으러 오시는 경우도 있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경우를 제외하고 하루 종일 안 먹고 일이 끝나고 나서야 한 끼 겨우 때우는 경우, 일/공부한다고 수면 시간을 대폭 줄여 하루 3-4시간으로 버티는 등의 극한으로 몸을 몰아가면 결국 몸은 항상성을 잃게 된다. 그래서 대체로 이런 기간을 겪은 환자분들은 1년 사이에 갑작스럽게 살이 10kg 에서 20kg가량 증가되어 오신다.
반대로 다이어트를 시작하시면서 점차 나쁜 습관들에서 좋은 습관으로 하나씩 하나씩 바꿔가는 환자분들은 처음 내원과는 달리 점차 예쁜 옷차림새, 활짝 핀 얼굴, 깨끗해진 피부, 생기발랄함 등 전반적인 분위기마저도 상큼해져 오신다. 이러면 내가 더 신이 난다. 한약과 상담을 통해 긍정적인 효과를 드린 뿌듯함이 느껴진다.
인간은 심플하다. 좋았던 경험은 반복하고 싶고 나빴던 경험은 하기 싫어진다. 그래서 쫄쫄 굶는 다이어트, 하루 종일 닭고야만 의무적으로 먹어야 했던 다이어트, 살 빠진다고 꾹 참고 억지로 억지로 했던 운동들은 쳐다보기도 싫어진다. 그러니 다이어트가 끝남과 동시에 요이땅 하고 다시 이전 습관으로 돌아가서 이전보다 더 심한 체중 증가로 이어진다.
그러니 다이어트를 하면 무조건 즐겁게 하는 방법밖에 없다. 이게 나에게 이롭고, 긍정적이고 롱런하는 방법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는 게 현명하다. 다이어트를 한다고 나에게 경제적 이득이 있는 것도 아니다. 좀 더 좋자고 하는 그런 정도이니 취미 삼아 즐기면서 하면 된다. 죽자 사자 힘들게 식단 운동 달리는 순간, 오래가기 힘들다. 힘드니 안 하고 싶어지고 그러면 오히려 안 하니만 못하다
나답게 즐겁게 다이어트를 하는 것도 심플하다. 운동도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식단도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을 하고 몸의 변화를 관찰한다. 대체로 우리가 알고 있는 건강과 미용에 대한 간단한 상식들을 생활의 루틴. 즉 모닝 루틴, 퇴근 후 루틴으로 하나씩 자리매김해서 내 거로 만들어가면 된다. 한마디로 다이어트에 좋은 습관을 하나씩 확장해나가는 것이다. 야식을 매일 먹었으면 야식을 주 2회로 줄여본다. 그러고 나서 나의 몸 컨디션을 관찰한다. 아마도 야식을 안 먹는 편이 몸이 더 편한 것을 느낄 것이다. 내 몸을 존중한다면 아마도 가급적 야식을 덜 먹게 되는 쪽으로 행동 습관이 형성된다.
그래서 다이어트가 '잘' 되려면 나를 잘 알아야 한다. 내가 어떤 음식을 먹으면 좋아하는지, 어떤 음식을 먹으면 행복한지 등의 감정도 잘 파악하고 몸의 반응도 말이다. 늘 환자분들께도 식단을 이렇게 해야 한다 말씀드리기보다 평소에 좋아하는 음식, 꼭 먹어야 하는 시간대, 그리고 배가 고프지 않은 시간대. 식사하고의 반응 등을 여쭤보고 개인별로 잘 관찰하셔서 세팅하시라고 조언드린다. 실제 이러한 조언을 잘 받아들여서 꾸준하게 '내 거'로 '내 스타일'대로 잘 만드신 분들은 한약 프로그램이 끝나고도, 꾸준하게 감량 체중을 유지하신다.
나도 나다운 다이어트를 하게 되기까지의 숱한 시행착오가 있었다. 두 번의 출산 끝에도 내가 중심이 아닌 아이 중심의 식사 패턴, 종류를 선택하게 되는 스스로를 보면서 불현듯 화가 나는 순간이 있었다. 아이만 소중한 게 아니고 내 몸도 소중하잖아 라는 내면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는 아이들이 갑작스레 피자를 먹고 싶다고 해도, 같이 피자를 먹기보단 아이들은 피자, 나는 내 음식을 차리거나 주문한다. 그래서 내 취향대로 즐겁게 그리고 맛있게 음식을 즐긴다.
음식은, 외부의 에너지를 나의 에너지로 만들어 주는 소중한 에너지원천이다. 그러니 이왕이면 보다 질 좋고 몸에도 이로운 음식을 섭취해주고 싶다. 이것은 나의 진료, 연구, 육아, 운동 등 내가 하는 일련의 행위들의 질에 영향을 미치기에 더욱이 신중하게 선택하고 싶다. 그래서 이왕이면 자연식으로 원푸드보다는 적어도 5가지 이상의 음식을 다양하게 골고루 섭취한다. 그러니 더욱 식욕도 만족스럽고 몸에도 에너지가 충만하다. 이러한 루틴에서는 살은 찌기보다는 빠지는 쪽이다. 그래서 느낀다. 원래 우리 몸은 날씬한 것을 좋아하고 편해하는구나. 그래 건강하게 지내는 그 루틴들이 결국 내게도 이로운 나다운 다이어트다. 그래서 나는 아마도 50살에도 계속 다이어트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