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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의사언니 Oct 29. 2022

이런 다이어트 하지 마세요

못 먹는 게 아니라 안 먹고 싶어서 안 먹는 겁니다

 아이 둘을 키우고 있다.

첫째는 10살 남자아이,

둘째는 5살 여자 아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문득문득

나 어릴 적 아이였던 시절도 떠올린다.

아이들을 보며 새삼 인간의 본능,

순수함도 다시금 느끼고 되돌아보게 된다.



 역시 나 식욕 부분에서 아이들을 관찰한다.

신생아 키우기가 한참 힘든 건,

임신 출산으로 늘어지고 기운 빠진 몸으로

아직 욕구 표현에 서툰 아이를 보는

이중고가 겹치기 때문이다.


배고파서 울고 쉬야해도 울고.

육체가 워낙 스몰 하다 보니,

조금만 먹어도 배부르고, 또 그만큼 금방 꺼진다.


그리고 충분히 빠는 힘이 없는 신생아는

아직 배가 부를 만큼 충분하게 못 먹기도 하기에

그만큼 자주 젖을 물리고,

언제든 아이의 울음에 대비를 해야 한다.


그래서 한 번에 많이 먹이고

깊이 재우고 싶은 충동에 휘말리지만,

신기하게도 배가 부르면 입에 대지도 않는

아이의 본능을 관찰한다.


그래 바로 이거다.

식욕은 채워지면 저절로 없어진다.

다이어트하면서 계속 먹방을 보고

하루 종일 먹을 생각이 나는 것도

이 '식욕'이 채워지지 않아서다.

배가 고프니 자꾸 먹는 생각뿐이다.



 그렇게 좋아하는 음식도 배가 부르면

'더 안 먹을래요' 하고 돌아서는 게 아이들이다.


생각해본다.

45살까지 평생 41kg를 유지하는 지인도

역시나 배부르면 딱 수저를 놓는다.

그리고 먹을 때는 '너무 맛있어요 대박' 하면서 즐겁게 먹고는 또 금방 배가 부르다고 손을 놓는다. 그리고는 열심히 걸어 다니고. 또 밤늦게 먹으면 소화가 안되니 야식을 먹어도 적정량이다.

그러니 살이 찔 틈이 없다.

 


 진료실에서 그 간 수천 명의 다이어트 환자들과 상담을 해왔다. 고도 비만인 환자들의 식습관을 보면, 한 끼에 먹는 양이 절대적으로 많지는 않다. 다만, 아침 7시부터 밤 12시까지 조금씩 조금씩 계속 먹는다. 저녁을 먹는다고 요구르트 1개와 계란 1개를 계획한다. 이건 누가 봐도 배가 부르지 않는 구성이다. 그리고는 30분 뒤에 무언가 고픈 생각에 빵을 1개 먹는다. 그러고 1시간 뒤에도 어딘지 배가 고파 밤 10시에 빵 2개 이렇게 먹은 식단 사진을 들고 오신다.



  간의 다이어트 방식은 먹으면 '안'된다는 상식과 편견 때문에 이렇게 하루 종일 찔끔찔끔 먹으면서도 제대로 한 끼도 안 먹는 느낌, 조금밖에 안 먹는데 왜 살이 찌지? 그러다가 한번 에잇 몰라. 하는 그 생각 베이스로 이번 한 번만 제대로 먹자. 하면서 미친듯한 폭식이 터진다. 나의 스무 살 시절 다이어트가 그랬다. 하루 종일 먹으면 살이 찐다는 생각에. 쫄쫄 굶다가. 바로 이 시간 밤 12시가 되면 크라운산도 한 박스, 두 박스를 세상 행복감을 느끼며 미친 듯이 흡입한다. 정신 차리고 보면 과자를 2박스나 먹었다. 그러고는 죄책감에 미친 듯이 뛰거나 또 다음날엔 단식 고문을 했다.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하는데도 이런 나쁜 다이어트 방법은 아직도 공고하다. 그간 진료실에서 만난 숱한 다이어터들 중 이런 경험은 1-2번 이상은 있다. 그래서 말씀드린다.



"다이어트를 해서 못 먹는 게 아니라, 내게 필요하지 않아서 안 먹는 거예요.


적절히 먹고 싶은 것을

탄단지 중복되지 않게

조합해서 잘 챙겨 먹으면

오히려 쓸데없는 식욕이 안 생겨

아이들처럼 배가 불러 안 먹게 되는 그런 식단을 하세요"


정말 그렇다. 안 먹는 다이어트. 못 먹는 다이어트. 이것만 먹으라고? 한 끼에? 방울토마토 20개로 내 배를 채우라고? 계란 2개로 저녁을 때우라고? 이런 다이어트는 하지 말자. 물론 배가 안 고파서, 간단히 때우고 싶은 마음에 계란 1-2개로 채울 수는 있다. 그렇지만 더 먹고 싶은데 다이어트하니까 이거밖에 못 먹는다는 인식을 하루 종일, 한두 달 이상은 가져가지 말자. 물론 적절히 먹고 안 먹는 시간을 길게 갖는 것은 소화기관 우리의 대사 배설에도 이로운 점이 많다. 그래서 수많은 다이어터들과 유지어터들에게 간헐적 단식은 공통으로 추천되는 생활 습관이다. 그렇지만, 한 끼를 미니 하게 간단히 때웠으면, 다음 한 끼는 그래도 ' 아 배불러서 기분 좋다' 정도의 균형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롱런하게 즐겁고 지속하는. 먹는 것 다 먹고 날씬도 해지는 그런 건강한 다이어트가 가능하다.


올해로 마흔한 살에, 아이 둘을 키우는 워킹맘이 누구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다이어트를 계속하는 걸까? 내가 티브이에 나가는 것도 아니고 남편이 내 몸에 심한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아니다. 누가 머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나 스스로가 가볍고 명랑하고 젊게 생생하게 살고 싶은 그런 마음이다. 이런 모드는 아무래도 살이 찌기보단 빠지는 쪽으로 세팅되기 쉽다. 한 끼를 먹어도 균형 있는 맛있는 식사. 대자연이 주는 건강한 식재료로 신선한 에너지로 내 몸을 채우고 싶다. 그 기운으로 즐겁게 침도 놓고 환자분들과 상담도 하고 아파서 오신 분들께 생생한 에너지도 전달해 드리고 싶다. 적절하게 운동을 해서 땀 흘리는 것. 퇴근 후 종일 앉아있어서 퉁퉁 부은 다리를 소금 반신욕을 하며 따스한 온열을 전달해주고는 폼롤러로 다리를 롤링하는 그 상쾌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늦은 밤 야식을 먹으면 다음 날 얼굴도 붓고, 때로는 승모가 빡빡하게 뭉쳐 속도 뻐근한 느낌도 들기에 야식이 확실히 몸에 안 좋구나. 내 몸이 힘들구나를 느끼니 아무래도 저녁에 배가 고파도 늦은 밤에는 무거운 음식은 안 먹으려고 노력한다.



밤늦게 먹지 않는 이유는

다이어트를 하기 때문이 아니다.

다이어트를 해서 밤에 먹으면 안 된다가 아니다.

밤늦게 먹으면 소화가 안되니까 (불편한 게 싫어) 안 먹는 것이다.



낮 동안 식사를 제대로 못했다. 그래서 저녁에 너무 허기가 진다. 그러면 밤늦게 먹어도 관계없다. 그런데 저녁 늦게 먹다 보니

 1> 배가 불러 잠을 자서

2> 다음날 컨디션이 안 좋고

 3> 너무 피곤하고

 4> 통증과 속 쓰림도 있다면  


이는 다이어트를 위해서가 아니라 건강을 위해 저녁 식단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1> 번 ->4번의 순서는 결국 살이 빠지기보다는 찌는 쪽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쉽게 다이어트를 하면 밤늦게 먹지 말아라, 6시 이후에 먹지 말아라 하는 이야기들이 있게 된 것이다.


우리 인간은 지구에서 태어나 지구의 시계에 따라 활동하고 잠을 잔다. 이건 매우 오래된 생체 리듬이다. 나 또한 야행성 소음인 인간이라, 아침과 낮에는 식욕이 없다가 밤이 되면 그렇게 배가 고프고 식욕이 폭발했다. 퇴근 후 10시 야식이 기다려질 때도 있고, 특히나 출산 후에 남편 퇴근과 함께 시작되는 배달음식, 술 타임은 육아 스트레스의 위안이었다. 그렇지만 이 순서가 반복되면 어느덧. 소화불량 부종 어깨 통증 변비 등의 몸의 신호가 나타나기에 이를 무시하고 계속할 수가 없다. 그래서 가급적 해 떠있는 시간에 먹으려 노력하고, 한의원에서도 일 하는 바쁜 와중에도 일정 시간 이후까지 바쁘다고 식사를 안 하면 폭식이 되는 걸 알기에 조금씩 낮에 활동하는 시간에 먹어 두려고 애를 썼다. 그러니 신기하게 체중도 빠지고 늦은 밤 폭식도 없어졌다. 오히려 지금은 가끔의 야식 타임이 매우 부담스럽게 느껴질 지경이다. (물론 막상 먹으면 맛있게 먹는다 오늘도 야식 타임 가진 불금)



이렇게 습관의 변화로

저절로 는 다이어트를 하자.




먹고 싶은 데 못 먹는 다이어트

먹으면 안 되는 다이어트는

이제 그만 하자

내가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는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즐겁게 즐길 수 있는

그런 다이어트 습관을 꾸준히 하자.


이게 내 몸도 마음도 편한  지속 가능한 다이어트

나다운 다이어트다.


다만 우리가 운전을 할 때도

몇 가지 주의사항이 있듯이

참고할만한 루틴들은

가급적 지키려고 노력하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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