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를 비건으로 살아왔다. 환경 보호와 동물의 권리 등에 대한 20대 다운 경각심에서였다. 그리고 한의학적으로 워낙 자연과의 조화, 건강을 공부하다 보니 자연적인 음식들이 보다 끌렸다. 무엇보다 막연하게 10대부터 다이어트를 해와 그런지 고칼로리의 고기는 어딘지 부담스러웠다. 거기에 현대식 축산방식은 심한 자원 낭비 환경오염의 근원이라니 더욱 고기를 먹는다는 것에 거부감이 생겼다. 그래서 더욱 샐러드에 익숙했다. 그렇지만 늘 그렇듯, 소스는 없이. 소금도 없이 생 야채를 듬뿍 담은 샐러드는 언제나 복부 팽만 소화불량을 유발했다. 입과 정신은 좋아했지만, 나의 뱃속은 늘 불편했다.
30대는 임신과 출산 그리고 한의원 운영의 시기였다. 결혼으로 고기 좋아하는 남편을 만나고 임신을 해서 더 이상 채식주의를 할 수도 없었고, 뱃속의 아이에게 균형 있는 영양을 공급해주고 싶어 가끔씩 고기를 먹었다. 워낙에도 고기를 애써 찾아먹는 스타일은 아니었기에. 두 번의 출산 후에 산후 다이어트를 하는 도중, 저탄 고지 즉 고기위주의 식단을 구성하는 방법을 시도하게 되었다.
워낙 정제탄수화물. 혈당 상승 인슐린 분비 촉진 등의 기전을 알고 이 기전에서 염증반응이 생겨 만성 염증, 자가면역질환 등이 생기는 걸 알았기에 더욱이 나이 들어 출산을 하고 나서는 건강한 식단으로 건강을 되찾고 싶었다. 그리고 확실히 두 번의 출산 후의 육아와 한의원 운영은 막강한 체력이 필요했기에 본격적으로 한약을 더욱 챙겨 먹기 시작했다.
저탄 고지, 키토 제닉 식단은 한마디로 지방을 먹어 지방대사를 할 수밖에 몸을 만드는 식단이다. 그래서 포화지방 위주의 식단을 짜서, 지방 대사로 체내에 저장된 지방을 태워 어떤 사람의 경우에는 인생 최저의 뼈 마름까지도 찍어보는 식단이다. 다만 그렇게 최저로 내려가고는 어쩐지 더 이상 지방 대사가 한계가 오는 그런 때를 보기도 한다. 특히 여성의 경우에는 자칫하면 무월경 생리불순의 사례가 허다하다. 나 또한 엄격한 키토 제닉 식단을 1년간 유지하면서 쓸데없이 과하게 탄수화물을 제한한 탓에 6개월간 무월경의 기간이 오기도 했다. 지금은 정반합의 개념처럼 적절한 탄 단지 균형을 맞추려 하고 여기에 불포화지방산으로 올리브 오일, 아보카도와 해조류의 섭취를 통해 전반적인 영양 균형을 맞추고 있다. 그래서 이전과 체중은 비슷해도 정상적인 생리와 컨디션이 가능해졌다.
40대가 되니 확실히 몸의 반응에 민감해진다. 일상 루틴들 (수면, 식사시간) 이 조금만 벗어나도 티가 난다. 내 몸을 힘들 게 하고 싶지 않다. 몸이 힘들면 진료가 힘들다. 환자분들께 늘 생기발랄한 긍정의 에너지를 드리고 싶은데 그게 안된다. 그러니 더욱 좋은 식단을 계속 공부하고 시도해본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 취향과 날씬함. 생생함과의 균형을 맞추고 싶다. 그래서 지금의 식단을 지속한다
먹고 싶은 것을 먹을 때 , 의무적으로 먹어야 하는 것들도 함께 세팅한다. 예를 들어 빵이 먹고 싶으면 빵과 함께 샐러드를 준비한다. 고기를 먹을 때도 고기를 구우며 야채를 같이 굽고, 생야채 샐러드도 함께 먹는다. 그러고는 포만감 정도나 활동량에 따라서 탄수화물의 양을 조절한다. 다양한 식품군을 골고루 배치하되 탄수화물과 포화지방을 1:1 비율로 넣지 않는다. 이 둘은 시소처럼 넣어준다. 탄 수를 많이 넣을 때는 포화지방 최소 혹은 빼고 불포화지방군 많이. 포화지방을 많이 넣을 때는 탄수를 최소로.
우리가 먹어야 하는 음식을 크게 탄수화물군/단백질군/포화지방군/불포화지방군/해조류군/미네랄군(야채)으로 구분하면 이 6가지를 1끼 식사로 구성한다. 먹고 싶은 메뉴가 어떤 것이냐에 따라서 비율과 양이 달라지기도 한다. 종류가 많으니 그만큼 양이 충분하다. 이렇게 잘 먹으면 든든해서 너무 행복한 충족감이 든다. 제대로 맛있게 챙겨 먹음으로써 식이 장애,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 먹는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에서 벗어 낫달까. 신기하게도 이렇게 알차게 챙겨 먹는 데도 주변에서 내가 제일 날씬하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더욱이 신이 나 계속 잘 챙겨 먹게 된다.
음식은 칼로리를 내는 것들의 섭취와 함께 이 음식들이 잘 대사 되고 배설될 수 있는 음식 군도 필요하다. 이것들이 섬유질, 불포화지방산, 미네랄들이다. 바로 이것들을 샐러드 형태로 섭취한다.
샐러드를 크게 안 익힌 잎 샐러드와 익힌 샐러드로 나눠서 선택을 하기도 한다. 공통으로 소스는 올리브 오일, 죽염, 유기농 후추, 유기농 향신료들, 애플 사과식초를 믹스한다. 기분에 따라 계핏가루, 생강가루, 강황가루, 버섯 가루도 뿌려 먹는다.
보통의 다이어터들의 샐러드는 무염, 무오일로 구성된다. 그렇지만 이런 경우 한 두 달 지속하는 것은 무리다. 일단 맛이 없으니 억지로 먹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리고 몸이 찬 여성들에게 소금 오일 없는 섬유질 가득 생야채는 속도 불편하고 소화불량도 자주 발생한다.
샐러드의 어원도 소금(sal)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생야채에 소금을 뿌려 먹었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소금을 뿌려 먹었을 때와 아닐 때의 위장에서의 반응, 맛도 너무 다르다. 샐러드에 소금을 넣은 이후로 샐러드 인생이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포만감도 다르다. 소금과 후추와 유기농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의 요 3가지의 조합은 나의 샐러드 인생에 필수템이 되어버린 것이다. 심지어 여행 갈 때에도 이 3가지는 준비해 간다. 현지에서 야채라도 같이 먹을 때에 좋은 소금 좋은 오일은 구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먹는 것과 샐러드에 진심인지라, 샐러드의 베이스가 되는 야채도 최대한 다양하게 구성한다. 색이 심심한 양상추보다는 그 계절에 나온 야채가 가장 신선하고 우리 몸에도 필요한 영양소가 듬뿍 들어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한참 여름에는 로메인을 먹다가 최근에는 깻잎을 잘라서 깻잎 샐러드를 그렇게 먹었다. 이런 사소한 것들에 즐거움을 느끼기 먹는 즐거움으로 계속하게 되는 윈윈 효과가 있다.
샐러드 소스를 살짝 기분에 따라, 식재료에 따라 변경해서 세팅하는 것
샐러드 토핑을 아보카도 반개를 대체로 기본으로 올리고는, 그날 먹게 되는 음식에 따라
돼지고기 고등어 연어 닭가슴 양고기 소고기 등의 단백질-포화지방 군과 함께 한다.
간단하게 계란을 함께 할 때도 있다.
익힌 샐러드는 주로 버섯, 양배추, 무 등을 활용해서 위에 적은 소금 후추 올리브 오일을 듬뿍 넣어 한번에 많이 조리를 해둔다. 그래서 무얼 먹던 반찬처럼 밥처럼 꺼내서 다른 단백질/지방 군과 함께 한다. 심플하게 빵 몇 조각, 밥과 함께 하기도 한다.
여행갈때도 샐러드재료들 준비해가기
문득 이렇게 배불리 잘 먹으며
그 어느 때보다도 편하게 더 건강하게
인생에서 최저 체중 구간을 유지하는 것이 신기하다
무엇보다 스스로 만족도와 포만감이 최고치다. 쓸데없는 식탐이 없어서 좋다. 모태 변비녀로 중학생 때부터 안 해본 것 없을 정도인 나였지만. 이런 소금, 올리브 오일 함께하는 식단으로 그 어느 때보다 유산균 없이 푸룬주스 없이도 쾌변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무엇보다 아삭아삭한 그 식감, 적절하게 맛있는 짭짤함과 오일리 함. 그리고 건강하게 먹었다는 만족감.
어떤 음식을 먹던. 그것이 짜장면이건 짬뽕이건. 닭가슴이건 고기이건 빵이건이 샐러드가 곁에 있으면 최상의 식사가 된다. 한 때 폭식증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겪기도 했던 내게 내 취향에 맞는 샐러드는 어찌 보면 나의 그간의 식욕을 채워준 감사한 아이템이다. 가공 식품으로 대체할 수 없는 신선한 샐러드를 치킨, 피자 시킬 때 꼭 곁들여서 자연이 주는 싱그러운 에너지도 함께 몸 안에 넣어주길 바란다. 칼로리 때문에 올리브유 넣으면 안 돼, 소금은 짜니가 넣으면 안 돼 이런 생각하지 말고 적당히 맛있게 천연 소스들로 조합하면 말 그래도 신선해서 너무 맛있는, 우리 안의 리얼 미각을 깨우는 간편한 방법이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