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알콜 중독자 입니다

중독자. 7

by 이상수

늦 봄, 잘 안 오던 형이 찾아왔다.

"퇴원하자"

이제는 그 말이 별로 반갑지 않았다. 채무와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는 걸 나는 직감했기 때문이다.

이제 퇴원하면 다신 술 마시지 말라는 당부만 계속했다. 자신들은 술을 마시며 나는 마시지 말라는 말은 썩 납득이 되지 않았다.

그러고 집은 이사를 했고 형은 독립을 했다.

이사한 집은 누나 명의였고 누나가 다니는 교회 옆 아파트였다. 나는 도저히 채무를 감당할 수 없어, 혹시나 도와줄까 싶어, 울며 겨자 먹기로 누나 교회를 따라가 봤지만, 정치적 설교는 무슨 반공수업을 듣는 것 같았다. 도저히 여기는 구원이 없겠다 싶어 다니질 않기로 마음먹었다. 다시 술에 손을 댔고 조심스레 감추며 술을 마셨다.


어느 날 일이 너무 힘들어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갔고, 그 걸 누나에게 들켰다.

그다음 날 누나가 나에게 말을 건넸다.

"내가 다니는 교회 나갈래? 아니면 내 집에서 나갈래?"

나는 황당한 질문에 답을 못하고 출근을 했고

누나는 그 답변을 오후에 보내왔다.

회사로 택배가 왔다. 내 짐이 회사로 배달된 것이다. 내 인생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회사도 그만둔 건지, 아니면 못 다니게 된 건지 알 수 없이 나오게 됐고, 나는 지방의 막일 현장을 전전했다.

술 때문에 힘들면서도 또, 술에 의지하는 내가 너무 싫었다. 계속 그런 삶이 반복됐다.

알코올 중독자를 세상은 받아주지 않는다는 것도 이때즈음 알게 됐다.


그러다 몇 달 뒤 임금을 못 받아 돈이 궁한 나에게 누나의 전화가 왔다.

내용은 간단했다. 김천에 있는 어머니 땅이 재개발로 비싼 값에 팔리게 됐다며, 우선 그쪽에서 전입 신고를 하고 서류와 인감을 보내 달라고 했다.


나는 가족이라 믿었고, 꼭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뒤 누나는 지금까지 모습을 감추고 살고 있고 몇 년 전 아버지 부고에는 아예 부르지 안 았다. 그 후로 가족과 단절됐다. 그나마 연락이 되던 형도 연락을 끊어버렸다.


그 후 중독자로 계속 살았고, 많은 동료가 죽는 걸 봤다. 그중에 내가 포함될까 매일 두려움에 지금까지 살았다. 지금은 약에 의지해 그나마 45살의 어느 해를 무사히 보내고 있다. 많은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고양이를 개보다 더 좋아하며, 만화와 그림에 소질이 있는 것을 알게 됐다.

너무 늦게..... 너무 늦은 게 아니길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