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하고 진지한 식사
보통 고양이들은 사람 음식을 먹지 않는다고 한다.
개묘차이가 있겠지만 보통의 고양이들은 사료를 주식으로 하면서 고양이에게 어울리는 간식거리를 먹거나 사람 음식을 먹을 때도 과일이나 치즈 빵 등 고양이들이라면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의 음식들만 조금, 그것도 도도한 고양이 답게 한 두 입 먹고 수염에 뭍은 음식을 정성껏 구르밍 해서 닦아내기 마련이다.
하
지
만
그건 '보통'의 고양이에게 해당되는 이야기겠지.
처음에 우리는 냥이들이 나의 식탁에 점프해서 올라 왔을때 그것을 그냥 내버려 둔 것은, 살아 움직이는 동물이 그것도 높은 곳이면 이유 없이 점프하고 싶어하는 고양이에게서 그 재미를 빼앗는다는 것이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해서 였다. 그리고 아이들은 내가 밥을 먹을때 내 반찬 따위에는 큰 관심이 없어 보였다. 처음에는 그랬다.
어느 순간 과일을 먹을 때면 옆에서 한 입 두 입씩 이쁘게 받아 먹는 것을 시작으로, 상추나 쌈 야채들을 물고 달아나서 구석에서 그것을 다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과일과 채소를 먹는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매일 먹는 사료에 얼마나 지겨울까 싶어 작은 입에 들어 갈 수 있게 손수 과일 채소를 잘라 그릇에 담아 식탁에 올려주고 매 끼니 때마다 겸상을 시작하게 되었다.
'고양이의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라는 서양의 속담이 왜 생긴 것인지 서서히 이해가 될 무렵, 더욱 사람 음식에 흥미가 생긴 고양이들은 미역 줄기나 미역국, 특히 비릿한 바다 냄새가 나는 음식을에 무대뽀로 얼굴을 들이밀며 코를 박고 먹기 시작했다. 그 중 한 마리가 막아서는 내 팔을 아랑곳 하지 않고 앞 발을 국 그릇, 반찬 그릇에 담그고 내 음식을 갈취해서 먹시 시작하자 엄청난 스피드로 이를 학습한 나머지 고양이들도 마치 사냥 기술을 배운 아이들처럼 모두 그 모양새를 따라하기 시작했다.
1: 4 인간 vs 고양이의 먹이 경쟁의 시작이었다.
조리한 음식을 식탁에 옮기고 몸을 돌려 다른 음식을 나르려고 할 때면 이미 나는 손도 대 보지 못 한 내 반찬들은 4마리 고양이가 사이 좋게 나눠 먹고 있었고, 이에 꾀가 난 나는 모든 음식을 큰 그릇에 담아 비벼 일어서서 밥을 먹기까지 했다.
'이게 대체 무슨 짓이지?'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이었지만 매일 하루에 1-2 번은 일어 나는 일이니 냥이와 나는 더욱 치밀하고 전투적으로 음식을 사수해야만 했다.
고양이가 깊게 잠이 들어다 싶으면 몰래 소리를 최대한 줄이여 전자렌지로 음식을 데우곤 했는데
특히 만두를 조리할때는 눈 깜짝 한 사이에 그들은 이미 내 발 밑에 와 있었다. 그 반응 속도는 전광석화와 같았다.
가끔은 본인들 취향에 안 맞는 음식을 먹고 있노라면 시크하게 곁에 오지 않는 도도함을 잃지 않았고
본인들이 좋아하는 음식은 봉지 소리만 들어도 그 앞에서 " 냐아앙~~~ 내놔라~ 내놔라~ " 시위를 이어 갔다.
나름의 시위가 통하지 않을 때는 쉽게 포기 하는듯 제자리로 가곤 했는데, 잠을 자고 일어나 보면 싱크대나 식탁위에 올려져 있던 빵이나 과자들은 포장이 다 찢긴 채 반 이상 없어져 있었다.
'너희들이 비닐 봉지 뜯으려고 그렇게 손톱을 기르는 거였구나 ! '
어떤 것으로도 그들이 내 음식을 먹고자 하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세상에는 안 되는 일도 있다는 걸 깨 달은 후, 요즘은 아예 내 끼니를 챙길 때는 고양이들 그릇에 적은 양씩 내 음식을 덜어 주고 시작한다. 대신 고양이가 먹지 않을 것 같은 음식을 식탁에 올리는 꼼수를 쓰면서 .
"드실 수 있으시면 드시고 안 드실꺼면 그냥 패스하시라구요~ "
거친 현미밥과 발효 청국장 낫또를 상에 올린 오늘 아침.
'설마 이것은 안 먹겠지~ 사람들도 잘 안 먹는 사람이 많은데'
오늘 따라 먹이 경쟁에서 자신만만하고 여유 있게 한 술 뜨려는데
오늘도 불로 장생을 꿈꾸는 우리 고양이는 역시 또 하나의 기록을 만들어 낸다.
먹는다. 현미밥과 낫또 먹는 고양이들 !! 대단하다 !
"그래 ~ 먹어라 먹어! 오래 살아라!!! 이름도 개명 했자나~ 만수무강 , 백세튼튼으로"
나는 이 경쟁에서 늘 수비수다
공격수가 4명이 있는 외로운 게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