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인간 vs 고양이의 먹이 경쟁

치열하고 진지한 식사

by 비거니아

보통 고양이들은 사람 음식을 먹지 않는다고 한다.

개묘차이가 있겠지만 보통의 고양이들은 사료를 주식으로 하면서 고양이에게 어울리는 간식거리를 먹거나 사람 음식을 먹을 때도 과일이나 치즈 빵 등 고양이들이라면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의 음식들만 조금, 그것도 도도한 고양이 답게 한 두 입 먹고 수염에 뭍은 음식을 정성껏 구르밍 해서 닦아내기 마련이다.


그건 '보통'의 고양이에게 해당되는 이야기겠지.



처음에 우리는 냥이들이 나의 식탁에 점프해서 올라 왔을때 그것을 그냥 내버려 둔 것은, 살아 움직이는 동물이 그것도 높은 곳이면 이유 없이 점프하고 싶어하는 고양이에게서 그 재미를 빼앗는다는 것이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해서 였다. 그리고 아이들은 내가 밥을 먹을때 내 반찬 따위에는 큰 관심이 없어 보였다. 처음에는 그랬다.


어느 순간 과일을 먹을 때면 옆에서 한 입 두 입씩 이쁘게 받아 먹는 것을 시작으로, 상추나 쌈 야채들을 물고 달아나서 구석에서 그것을 다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과일과 채소를 먹는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매일 먹는 사료에 얼마나 지겨울까 싶어 작은 입에 들어 갈 수 있게 손수 과일 채소를 잘라 그릇에 담아 식탁에 올려주고 매 끼니 때마다 겸상을 시작하게 되었다.


'고양이의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라는 서양의 속담이 왜 생긴 것인지 서서히 이해가 될 무렵, 더욱 사람 음식에 흥미가 생긴 고양이들은 미역 줄기나 미역국, 특히 비릿한 바다 냄새가 나는 음식을에 무대뽀로 얼굴을 들이밀며 코를 박고 먹기 시작했다. 그 중 한 마리가 막아서는 내 팔을 아랑곳 하지 않고 앞 발을 국 그릇, 반찬 그릇에 담그고 내 음식을 갈취해서 먹시 시작하자 엄청난 스피드로 이를 학습한 나머지 고양이들도 마치 사냥 기술을 배운 아이들처럼 모두 그 모양새를 따라하기 시작했다.


1: 4 인간 vs 고양이의 먹이 경쟁의 시작이었다.


조리한 음식을 식탁에 옮기고 몸을 돌려 다른 음식을 나르려고 할 때면 이미 나는 손도 대 보지 못 한 내 반찬들은 4마리 고양이가 사이 좋게 나눠 먹고 있었고, 이에 꾀가 난 나는 모든 음식을 큰 그릇에 담아 비벼 일어서서 밥을 먹기까지 했다.


'이게 대체 무슨 짓이지?'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이었지만 매일 하루에 1-2 번은 일어 나는 일이니 냥이와 나는 더욱 치밀하고 전투적으로 음식을 사수해야만 했다.


고양이가 깊게 잠이 들어다 싶으면 몰래 소리를 최대한 줄이여 전자렌지로 음식을 데우곤 했는데

특히 만두를 조리할때는 눈 깜짝 한 사이에 그들은 이미 내 발 밑에 와 있었다. 그 반응 속도는 전광석화와 같았다.


가끔은 본인들 취향에 안 맞는 음식을 먹고 있노라면 시크하게 곁에 오지 않는 도도함을 잃지 않았고

본인들이 좋아하는 음식은 봉지 소리만 들어도 그 앞에서 " 냐아앙~~~ 내놔라~ 내놔라~ " 시위를 이어 갔다.

나름의 시위가 통하지 않을 때는 쉽게 포기 하는듯 제자리로 가곤 했는데, 잠을 자고 일어나 보면 싱크대나 식탁위에 올려져 있던 빵이나 과자들은 포장이 다 찢긴 채 반 이상 없어져 있었다.

'너희들이 비닐 봉지 뜯으려고 그렇게 손톱을 기르는 거였구나 ! '


어떤 것으로도 그들이 내 음식을 먹고자 하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세상에는 안 되는 일도 있다는 걸 깨 달은 후, 요즘은 아예 내 끼니를 챙길 때는 고양이들 그릇에 적은 양씩 내 음식을 덜어 주고 시작한다. 대신 고양이가 먹지 않을 것 같은 음식을 식탁에 올리는 꼼수를 쓰면서 .


"드실 수 있으시면 드시고 안 드실꺼면 그냥 패스하시라구요~ "


거친 현미밥과 발효 청국장 낫또를 상에 올린 오늘 아침.

'설마 이것은 안 먹겠지~ 사람들도 잘 안 먹는 사람이 많은데'

오늘 따라 먹이 경쟁에서 자신만만하고 여유 있게 한 술 뜨려는데

오늘도 불로 장생을 꿈꾸는 우리 고양이는 역시 또 하나의 기록을 만들어 낸다.

먹는다. 현미밥과 낫또 먹는 고양이들 !! 대단하다 !


"그래 ~ 먹어라 먹어! 오래 살아라!!! 이름도 개명 했자나~ 만수무강 , 백세튼튼으로"


나는 이 경쟁에서 늘 수비수다

공격수가 4명이 있는 외로운 게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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