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혼자 일어나야지
" 시리야 ~ 8시에 깨워줘 "
잠들 기 전에는 항상 시리에게 부탁을 하곤 했었는데
"미안~ 시리! 너는 그냥 날씨 정보나 알려줘야겠어. 넌 어차피 날 8시에 못 깨워"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00 님"
나에게 시리보다 한 발 앞서서 깨워주는 고양이 알람이 있었다.
지난 9년 하고 7개월 동안 단 하루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아침 6시만 되면 잠든 집사 깨우기 신공을 뽐내던 나의 고양이 알람 호두
대부분 그 시간에 집사를 깨우는 이유는 밤새 눅눅해진 , 그리고 다른 아이들의 침이 냄새가 나는
사료 따위는 먹지 않겠다는 5년 외동 버릇이 고스란히 몸에 베어 버린 호두 군의 의지 때문이었다.
8시까지 한 번 푹 잠을 자 보고 싶다는 집사의 의지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머리를 살짝 흩트린다거나
고양이 솜방망이로 툭툭 치는 것 정도는 쉽게 이겨냈다.
하지만 그의 집념은 집사의 것 보다 더욱 확고해서 집사의 머리를 '찹찹찹' 뜯어먹는 1 단계 기술부터 두 손으로 집사 목을 끌어안고 살짝 목을 조르는 조금 오싹한 2단계 기술도 일삼았고, 배 위에 점프하여 낙하 에너지의 힘을 보여주는 것은 일상이었다. 그리고 잠을 자겠다는 집사의 저항이 더욱 거센 날은 자신의 필살기로 결국 집사의 항복을 받아 내곤 했다.
호두의 필살기는 '기름기 권법 '
사람으로 빙의해서 두 손으로 집사의 얼굴을 잡고 귀에다 대고 " 으아아아아아앙 " 소리를 느끼하게 퍼 붇는 것이다. 흥에 겨운 날은 침까지 질질 흘리면서
어디서 이런 것을 배웠는지 보통의 고양이처럼 가르릉 거리거나 그릉그릉 골골 송을 부르지 않고~ 중년 꽃 제비 아저씨나 낼 법한 느끼한 소리를 귀 안에 도배를 하니 안 일어날 수가 없었다.
정작 집사가 일어나 신선한 사료를 갖다 바치면 쳐다 보지 않고 도로 와서 집사의 팔 베개 영역에 들어가 셀프로 잠이 들 곤 했다.
'대체 뭐 하자는 건데? '
대학교 때까지 아침 시간이라고는 이 세상에 없는 듯 잠이 많아 지각만 해 사람 구실이나 할까 싶었던 집사는 초강력 고양이 알람 덕분에 정시 출근하는 월급 루팡 생활을 무사히 할 수가 있었다.
그런 나의 특등급 고양이 알람이 고장이 났다.
햇빛이 많이 들어오지 않는 겨울 아침이지만 눈을 뜨지 않아도 이미 너무 환한 느낌이 들던 어느 날 아침.
낯선 아침 풍경에 호두를 찾아보았는데 호두는 처음으로 날 깨우지도 않고 곁에서 잠을 자고 있지도 않고 집안 구석진 곳에서 물그릇에 턱을 괴고 멍하니 있었다. 그 모습이 재미있어 보여서 동영상을 찍어 놓고 계속 말을 걸어 봐도 몸을 쓰다듬어 보아도 정말 고장난 테옆 인형처럼 아무 반응이 없었다.
고양이가 아프면 물그릇에 턱을 괸다는 것은 응급 입원을 시키고 나서 의사에게 듣고 알게 되었다. 체내 인 성분이 부족하면 고양이는 고개를 혼자 가누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고 물그릇이나 밥그릇에 기대어 있느다며 .....
세상에서 제일 많이 나를 울게 하고, 절망의 순간 무엇인지 알게 해 준 5일간의 시간을 힘들게 버티다가 나의 첫 번째 고양이는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고양이 알람이 없는 아침 53일째.
요란한 알람 벨 소리에 인상을 찌푸리며 겨우 눈을 뜬다. 하루가 또 나에게 주어졌지만 고양이 알람이 울린다면 다시 잠들고 싶다.
최소 10년은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호두야
그동안 너무 고마웠어. 아침마다 힘들었지? 이제는 아침마다 나 깨우지 않아도 되고 우리 호두도 아침에 늦잠을 좀 자렴 , 우리 아기는 ~ 더 무럭 무럭 자라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