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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세준 Jun 13. 2017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어요?

정신병원 이야기

우울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리와는 '비슷한' 삶이 아닌, '틀린'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그들의 이야기를 몇 글자 적어보고자 한다. 



조현병으로 정신병원에 7년째 있던 C양은, 내가 문을 잠그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 선생님, 우리가 뭘 잘못했길래 그렇게 가두는 거예요? 잠그지 않아도 우리 안 나가요!

버럭, 그 속엔 울음이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


2015년 여름, 수원의 한 정신병원.

정신질환자의 사회복귀를 돕기 위해 사정과 진단, 상담, 프로그램 개발, 기획 등의 업무를 잠깐 할 때였다.

직원들의 사무실은 6층이었고, 3층부터 5층까지는 환자들이 지내는 병동이었다. 병동을 드나들기 위해서는 마스터키(Master Key)가 필요했다. 병동뿐만 아니라 다른 층으로 이동이 잦았던 나는 항상 마스터키로 문을 꼭꼭 잠갔다. 정신질환을 겪고 있는 환자들이 이상행동을 보이며 밖으로 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의사와 정신보건간호사, 정신보건사회복지사 모두 마스터키를 지나고 다니면서 문을 잊지 않고 잠갔다.


저럴 줄 알았어. 미친 것들 쯧쯧..


2017년 3월 29일 인천.

초등학생 B양을 목 졸라 살해한 A양(17)은 사건 초반 수사 결과 조현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후엔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는 이야기도 들렸다) 몇몇 국민과 언론은 또다시 손가락질을 하기 시작했다. 


- 내가 저럴 줄 알았어. 하여간 미친놈들은 좀 어떻게 해야 된다니까.


하며 혀를 차던 식당 사장님과 '올해 6월, 약 만 오천 명의 조현병 환자가 퇴원을 한다. 이들을 관리하지 않으면 범죄가 또 발생할 수 있다'며 무슨 좀비가 인간 사회로 진입하는 것처럼 기사를 쓰는 언론까지 정신질환자에게 범죄자 프레임을 뒤집어씌우고 있다.

그러나 2015년 범죄 통계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당 정신질환자의 강력 범죄자는 33.7명이다. 비장애인의 경우 68.2명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우리는 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지 말자고는 하지만 대중교통 속에서, 길거리에서 이상행동을 보이는 사람을 아니꼬운 시선으로 본 적은 없는가? 병원에서 입원 생활을 하며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고 증상이 조금 완화되어 사회로 복귀하려는 그들을, 우리는 따뜻하게 맞이할 준비가 되었는가? 이것을 국가 시스템이 책임지고, 전문가를 확충하여 보호하며, 제도나 법을 개정하는 것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지 묻고 싶다.


오늘도 정신병원에서는 정신질환자 병동의 문을 잠그고 손잡이를 오른쪽으로 한번 돌려보며 제대로 잠겼는지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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