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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세준 Jun 19. 2017

분노의 대한민국

분노에 대한 이야기

#1

무엇이 그렇게 급한 지 나는 클랙슨을 울려 댔다. 바쁘지 않았고 바람 쐬러 나왔으니 목적지도 없었다. 그렇다고 앞 차 운전자가 초록불로 바뀐 지 모른 채 오랫동안 정차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세상과 함께 달리고 있지만, 세상과 단절된 자동차 내부에서 나는 욕지거리를 했다.


#2

좌회전 신호가 떨어졌다. 앞 차가 꾸물댄다. 나는 왠지 모르게 이번 기회에는 좌회전을 해야 될 것 같아 속도를 높였다. 꾸물대던 앞 차는 빨간 불로 바뀌는 것과 동시에 빠져나갔다. 나는 급제동을 하고 또 한 번 욕지거리를 했다.


굳이 화를 냈어야 됐나


운전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내가 한 번씩은 욕을 다 해야만 안 하려나, 모르겠다. 그렇다고 내가 욕했던 사람들이 했던 행동들을, 나 또한 하기도 한다. 그런데 내가 당하기만 하면 분노는 스멀스멀 올라오고 결국 욕으로 표출된다. 그 뒤 분노로부터의 해방감보단 후회감이 밀려온다. 

'굳이 화를 냈어야 됐나...'


분노로 들끓는다


양산의 한 아파트 외벽에서 밧줄에 의지해 작업하던 가장은, 주민 S 씨(41)가 너무나 쉽게 표출해버린 분노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S 씨는 시끄러웠다는 이유로 이성을 잃고 무시무시한 일을 저질렀다. 그렇다면, 이제는 좀 조용해졌습니까?

충북 충주에서는 인터넷 속도가 느리다는 이유로 A 씨(55)는 인터넷 수리기사 B 씨를 흉기로 살해했다. 그렇게 하면 인터넷 속도가 좀 빨라집니까?


경찰청이 지난해 발표한 '2015 통계연보'에 따르면, 2015년 폭력 범죄 37만 건 중 범행 동기가 우발적이거나 현실 불만에 있는 경우가 41%를 차지했다. 살인이나 살인 미수 범죄 건수 975건 중에서도 비슷한 수치가 나왔다.


문제 발생의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본질을 비껴가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치열한 경쟁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극심한 스트레스와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불만이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되어 문제를 극단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그렇다고 분노를 잘못 표출하는 것을 정신장애, 감정조절 미숙 등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할 것인가? 분노의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이고 분노로 인한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사회적 장치를 갖추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논의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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