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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세준 Sep 09. 2017

내일을 위한 우화

경로당 활용법

예진(가명, 32세)씨는 매일 아침에 딸 현지(가명, 4세)를 데리고 집을 나선다.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경로당에 들러 동순(가명, 73세) 할머니에게 아이를 맡긴다. 잘 부탁드린다며, 오늘도 수고해달라는 인사를 끝으로 예진 씨는 자신의 회사로 출근한다. 동순 할머니는 과거에 자식을 업어 키우고 손녀까지 돌봐 준 경험을 살려 능숙하게 현지와 놀아준다. 예진 씨뿐만 아니라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워킹맘들의 매일 아침 익숙한 풍경이다. 이곳은 아이들과 경로당의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1:1 또는 1:2 매칭 육아 프로그램이 인기다.    


아이 돌보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던 보육교사 신영(가명, 29세)씨는 출산 후 남편의 벌이가 더 좋고 주변의 인식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었다. 그런 신영 씨가 아파트 엘리베이터 게시판에 ‘전직 보육교사 및 유치원 교사 구함’이라는 공고문을 보고 단지 내 경로당을 찾아갔다. 아이들의 숙제를 봐주고 간식도 챙겨주며 소일거리를 해주는 일이다. 일주일에 두세 번 활동하며 적지만 수입도 생겼다.  

    

2016년 기준 전국에 6만 5044곳의 경로당이 있다. 행정구역상 전국 3490개의 읍·면·동 지역이 있으니 단순하게 평균을 내보면, 행정동 1곳에 최소 18곳의 경로당이 있다. 경로당엔 부엌도 있고 무료 강좌도 열리는 공간이니 맞벌이 부부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공간이다. 이에 더해 피치 못할 사정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육아를 혼자 떠맡게 된 경력단절 엄마들에게도 마찬가지다.      


현재 공동육아나눔터를 이와 비슷하게 시행 중이다. 현재 66개 지역에서 150곳에서 운영하고 있는데, 운영하기 위한 예산을 정부는 30억을 늘릴 예정이다. 운영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여 더 늘리기 위한 예산이다. 다함께돌봄사업도 이와 비슷하다. 공공시설(주민센터, 도서관 등)의 유휴공간을 리모델링하여 아이를 돌봐 주는 사업인데. 이것도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


앞서 위에 두 사례(예진과 신영)는 상상이다. 복합공간인 경로당을 두고 예산 쏟아서 새로운 공간을 마련하기보다는, 집 주변에 한두 군데는 꼭 있는 경로당을 새롭게 활용하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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