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로 보는 서울살이
뮤지컬 <빨래>는 2015년 10주년을 맞이했다. 10년 동안 3,000회를 넘는 공연과 관객 10만 명을 동원했을 정도로 인기 있는 작품이다. 나와 같이 서울 변두리에서 살고 있는 소시민의 이야기를 잘 그려냈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강원도 강릉에서 살던 '나영'이 변변치 않은 서울의 옥탑방에 이사를 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빨래를 널다가 옆집 '솔롱고'(외국인 노동자)와 지속적으로 만나 결국 연인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또 다른 이웃인 '희정엄마'의 푼수(?)끼는 웃음을 유발한다. 동대문에서 옷 장사를 하며 애인 '구씨'와 티격태격하지만, 그의 속옷을 빨래하며 고민을 털어버린다. '나영'과 '희정엄마'의 집주인인 '주인할매'는 억척스러운 인물이다. 세탁기 살 돈이 아까워 찬물에 빨래를 하고, 박스를 주우며 하루를 산다. 겉으론 욕쟁이 할머니지만, 정이 많은 전형적인 우리네 할머니 모습이다.
나는 서울살이 3년 차다. 지방에서 태어나, 지방에서 자랐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서울로 했다. 함박눈이 내리던 어느 추운 겨울날, 나는 부랴부랴 반지하에 6평짜리 세를 얻었다. 보증금 오백만 원에 월세 삼십만 원이었다. 보증금 오백만 원은 부모론(parent loan)을 이용했다. 첫 월세 삼십만 원도 마찬가지였다. 짐을 옮기고, 부동산에 가서 계약서에 서명을 했다. 근처 주민센터로 가서 주소지도 이전했다. 내 생애 첫 독립이었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점차 회사생활에 적응을 해나갈 때쯤, 몹시도 더운 여름이었다. 창문을 열면 바로 자동차가 주차돼있어 바퀴가 보였다. 그 바퀴는 집안까지 들어와 바퀴벌레가 되어 기어 다녔다. 내가 잘못 봤나 싶었지만, 분명히 지구 상에서 현존하는 생명력이 가장 긴 바퀴, 벌레였다. 나 혼자 사는 것이 심심해 보여 들어왔나,라고 하기엔 반갑지 않은 손님이었다.
너라면, 나 혼자 심심해 미쳐버려도 좋다.
1인 가구 비율은 꾸준히 늘고 있다. 2016년 인구주택 총조사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세 이상 29세 이하의 1인 가구의 비율 중 69%가 나처럼 협소한 면적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0%가 넘는 청년들이 월세 살이었으며, 전세는 21%, 자가주택은 9% 정도로 나타났다. 평균 월세 비용은 30~40만 원이다. 처음 직장을 구해 월급이 적은 사회초년생들에게는 치명적인 금액이다. 높은 주거비에 비해 주거환경은 열악하다. 그나마 싼 곳은 옥탑방과 반지하, 고시원인데 사람이 살기에는 너무나 힘, 들다.
뮤지컬 <빨래>의 등장인물은 힘들고 고단할 때 빨래를 하며 잊는다. 특히 '주인할매'의 딸인 '정남이'는 장애를 가지고 있어 움직이지도, 대소변을 가리지도 못해 기저귀를 매일 차가운 물에 빨래를 한다. 매일 기저귀를 빨 때, 고단함을 같이 빨고, 기저귀를 탁탁 털어 널 때, 슬픔도 탁탁 털어버리고, 기저귀를 걷을 때, 비로소 어미의 사랑으로 빨래를 걷는다.
나도 세탁기에 빨랫감을 넣어 돌렸다. 시간에 맞춰 섬유유연제를 넣고 다 되기를 기다렸다. 세탁기가 다 돌아가서 전원이 꺼지고 세탁기 문을 열었다. 바삭바삭한 햇볕에 말리려고 빨래 건조대를 폈다. 옷가지를 하나씩 집어 탁탁 털고 널었다. 내 방에는 바삭바삭한 햇볕이 들어오지 않아, 빨래가 마르는데 더뎠고 꿉꿉했으며, 빨래 건조대 때문에 집은 더욱 좁아졌다. 나는 빨래를 하니
더 살기 힘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