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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세준 Jun 21. 2022

휴대폰 알람을 삭제했다

출퇴근의 속박에서 벗어남

요즘 시대에 바쁘지 않은 사람은 없다.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아마 '시간이 없다'라는 말일 것이다. 예전에는 돈이 없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들은 것 같은데. 그만큼 시간이 돈보다 중요해진 시대가 아닐까 싶다. 지인이나 친구들과 약속을 잡으려고 해도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이 본인의 스케줄, 즉 시간이다. 시간이 있는지 확인하고 약속을 잡는다. 시간이 없으면 사람도 만나지 못한다.


모든 행동에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 우리는 시간의 틀 안에서 살 수밖에 없다. 직장인이라면 출근과 퇴근 시간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출근을 하는 것은 지옥이다. 일요일 저녁부터 몸이 아파오는 것 같고,  빨리 자야지 하고 눈을 감아보지만 이 얼마 남지 않은 주말이 너무 아깝기 때문에 쉬이 잠에 들지 못한다. 그러다 월요일 아침에 알람 소리를 들을 때면 '하, 일찍 잘걸'하며 육두문자를 내뱉으며 후회하는 게 직장인의 숙명이 아닐까. 그래서 아마 가장 듣기 싫은 소리가 휴대폰 알람 소리일 것이다. 1분만 더, 5분만 더, 최대한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루다가 침대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국룰이다.


그런데 이제 나는 휴대폰 알람을 삭제하고 이런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아들이 올해 2월에 태어나 아빠 육아휴직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는 법으로도 보장돼 있는 부분이지만 여전히 직장 내에서는 눈치를 보고 사용을 하지 못하거나 순번제로 하는 등 자리를 잡으려면 꽤나 긴 시간이 필요한 제도다.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도 마찬가지였다. 회사가 생긴 지 약 30년이 다돼가지만 남자가 육아휴직을 사용한 것은 2021년에 팀장이 육아휴직을 사용한 것이 처음이었다. 또한 육아휴직에 대한 인식도 개선이 많이 필요하다. '휴직'이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의미가 '쉼'의 의미여서 육아휴직을 그저 회사를 쉬기 위해 사용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사실 육아가 더 힘들어 휴직을 하지 않고 차라리 일을 다니는 사람도 많은데 말이다. 


물꼬를 터준 사람 다음으로 줄줄이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육아휴직은 자녀가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까지 사용할 수 있어 전전긍긍하던 사람도 막차를 타기 시작했다. 그러다 나도 아들이 태어나면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와이프가 임신을 하기 전부터 나는 일과 학업을 병행하고 있다가 아들이 태어나면서 육아가 얹어져 몸이 세 개쯤은 돼야 커버할 수 있을 듯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대부분 와이프가 아들을 돌보고 뒷바라지를 해줬는데, 더 이상 그 모습을 보는 게 미안해서 육아휴직을 사용해서 내가 주도적으로 아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가장 먼저 할 일은 여태 나를 옭아매던 휴대폰 알람을 삭제하는 것이었다. 이것 하나만 삭제해도 아침에 일어나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ㄹ수 있을 것이라 생각... 아니 착각했다. 그러나 휴대폰 알람보다 더 큰 아들의 알람이 울리기 시작했다. 새벽 4시, 5시 등 종잡을 수 없는 타이밍에 울리는 아들의 울음소리는 출퇴근의 속박에서 벗어난 나에게 오히려 '미라클 모닝'을 실천하게 해 주었다. 휴직을 한 내가 게으른 생활을 할까 봐 아침을 일찍부터 시작하게 해 준 아들이 효자 같아 고맙다...


그래도 기계가 우는 딱딱한 알람 소리에 기계적으로 씻고 출근하고 일을 하고 퇴근했던 것보다 사랑스러운 아들의 알람 소리를 듣는 것이 이루 말할 수 없이 더 행복하다. 하루의 첫 시작을 아들을 보며 시작하니까. 또 더 이상 기계적으로 행동하지 않아도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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