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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세준 Sep 07. 2022

정리하는 사람 vs 안 하는 사람

누가 이길까?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 바로바로 정리하는 사람과 모아뒀다가 한꺼번에 몰아서 하는 사람, 그 둘이 붙으면 누가 이길까?


내 경험에 비추어보아 결론부터 말하면, 정리를 안 하는 사람이 이긴다. 그것도 완벽히.






먼저 집안 '정리'라는 개념에 정의를 내려야겠다. 정리는 여러 가지로 나뉠 수 있지만 첫째, 더러운 것(먼지, 물때, 음식물 묻은 것 등)을 닦아서 치우기와 둘째, 물건이 제자리에 있느냐로 구분 지을 수 있다. 그렇다면 정리를 하는 사람이거나 안 하는 사람은 위 두 가지 개념 중 한 가지라도 어기는 것이 있을까? 아니다. 평소 성격이 정리하는 사람이라면 더러운 게 묻어 있으면 바로바로 닦거나 물건이 난잡하게 어지럽혀 있으면 '네 자리는 여기가 아니야' 하며 자리를 찾아준다. 반대로 정리를 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더러운 게 묻어 있다면 '응, 나중에', 물건이 혼돈 상태를 보여도 '응, 내 마음은 편해' 하며 그냥 둘 것이다. 두 가지 중 한 가지만 하는 사람은 없다. 두 가지는 모두 병행해야 성립하는 것이다.


나는 일주일에 2~3번은 집안을 뒤엎는 대청소를 하는 가족 규칙이 있는 집안에서 자랐다. 특히 매주 월요일 아침이 되면 엄마는 청소 도구를 꺼내 본인만의 루틴대로 말끔하게 밀고 닦으셨다. 나는 그 모습을 자라오면서 보다 보니 나 또한 청소하는 것이 익숙해졌다. 그렇다고 먼지 하나 없어야 되는 결벽증 수준은 아니다. 적당히 먼지가 쌓였으면 털어내고 더러운 것이 묻어 있으면 바로 닦는 수준이다. 또 물건이 나뒹굴고 있으면 못 참고 바로 제자리에 갖다 놓는다. 물건에도 모두 자기만의 자리가 있다. 그래서 나는 그 자리에 물건이 없으면 찾지를 못한다. 내 와이프의 성격은 나와 정반대다. 어느 정도에 세균이 면역력을 키워준다고 믿는 사람이랄까. 물건도 고유한 자리가 없고, 그때그때 꺼내서 쓰고 아무 곳에 둔다. 그런데도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귀신같이 알고 찾아낸다. 


그렇다면 이 둘이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결혼을 하고 아이를 기르면서 물건은 점점 더 쌓여간다. 특히 아기가 장난감을 갖고 놀고 난 후에는 그야말로 전쟁터다. 아직 돌도 지나지 않은 아이라서 치우는 몫은 바로 우리다. 아니, 나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하지 않았나. 정리되지 않은 광경을 보고 있자니 참지 못하고 정리한다. 정리하면 어질러지고, 닦으면 더러워지는 무한 청소의 굴레에 빠진 듯하지만 어쩔 수 있을까? 그걸 못 견디는 성격을 가졌고 나까지 포기하면 집은 난장판이 될 터이다. 


그래... 너(와이프)가 승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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