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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세준 Oct 02. 2022

아기를 마주 보는 순간

저장하고 싶다

어느새 7개월을 지나가고 있는 아들을 매일 보고 있으면, 복합적인 감정이 든다. 퀘스트 완료하듯이 하루가 다르게 몸짓이나 행동이 달라지는 게 눈에 보인다. 외형적으로 몸무게도 늘고 키도 커져서 어느새 안아주는 게 벌써부터 버거워지기 시작하지만, 헬스라고 자기 합리화를 하며 바짝 안아주고 있다. 여느 아기처럼 안아주면 아들도 굉장히 좋아하는데 특히 호기심이 더 왕성해진다. 내려놓았을 때보다 안아주었을 때 다른 사람이나 사물 들을 더 궁금해해서 손을 뻗는다. 또 더 해맑고 까르르 소리 내며 잘 웃으니 안 안아줄 수가 없다.


하루 종일 와이프와 육아를 하다 보면 힘들고 지친다. 저녁쯤 아들이 마지막 분유를 먹고 잠이 들면 하루 일과가 마무리된다. 그제야 우리 부부는 자유 시간을 얻지만 '5분 대기조'처럼 아들이 갑자기 깨서 우는 걸 대비해서 항시 긴장 상태로 있는다. 몸은 자유를 얻었지만, 정신은 아직 여전히 아들에게 쏠려 있다. 하지만 그렇게 힘든데도 불구하고 버틸 수 있는 건 아들 그 자체라는 존재 때문이다. 꼬물꼬물대는 행동, 옹알이 등의 총체적인 합이 현재 아들의 모습인데, 그 모습이 사랑스러워서 하루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게 해주는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특히나 내가 가장 심쿵하는 포인트는 나에게 안겨 있을 때, 똘망한 눈으로 나를 빤히 쳐다보는 순간이다.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해서 몸속에 행복감을 관장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나, 나오는 중' 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은 모두 공감할 것 같은데, 자기 자식이 어떤 이쁜 모습을 하고 있으면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남기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 사진과 영상을 아들이 자는 밤에도 보고 또 보며 웃는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아들이 나를 쳐다보는 순간을 찍고 싶어서 여러 번 카메라를 켜서 찍으려고 시도해보았지만, 그때마다 실패했다. 그렇다고 아들이 그 행동을 할 때까지 전자기기를 계속해서 아기에게 들이댈 수는 없어서 직관만 하고 있는 중이다.


몇 주 전, 코고나다 감독의 <애프터 양(After Yang)>을 보았다.(영화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추천은 한다.) 거기 나오는 '양'이라는 로봇 안드로이드 인간의 능력이 참으로 부러웠다. '양'은 로봇이니만큼 자기가 보고 있는 그 상황이나 장면 들을 그대로 기록 및 저장할 수 있다. 그걸 여러 메모리칩으로 분류해서 저장을 해 다른 사람도 그 칩이 있다면 언제든지 꺼내서 볼 수 있다. 그야말로 모든 순간을 저장할 수 있는 것이다. 좀 더 시간이 지나 과학 기술이 발전해서 이런 것들을 윤리적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다면, 오픈 런을 할 것 같다.


p.s 아, 아들이 잠에서 깼네요...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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