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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세준 Nov 04. 2022

조금 이른 2022년 돌아보기

연말이 다가옴에 따라 비슷한 글이 올라오기 전에 관심받기 위함.

이제 2022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한 해가 가고 새로운 해가 떠오를 때면, 설렘과 기대보다는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지곤 한다. '내가 올해 뭐했지?' 하는 허탈함을 경험하곤 하는데, 사실 무언가 해야 된다는 압박감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저 하루를 열심히 살고, 좋은 사람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잘 살아낸 것이지만 그런 것들은 한 해를 돌아볼 때 기억에 남지 않는다. 어떤 것을 성취했거나 나에게 큰 의미가 있거나 돈을 많이 벌었거나 하는 굵직한 사건만을 좇다 보면 행복의 빈도가 줄어드는 것 같은 개인적인 생각이다. 평소 행복은 '크기'보다는 '빈도'라는 격언을 믿고 있는데, 사소한 행복이라도 매일 느끼고자 노력하는 것이 삶을 전체적으로 봤을 때 더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올해 나에게는 꽤나 굵직한 일들이 많이 일어났다. 뿐만 아니라 사이사이에 행복한 일들도 꾸준히 발생을 했다. 2022년은 나에게 그래도 행복했던 한 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어떤 행복한 일들이 있었는지 적어보고자 한다. 




1. 2022년 2월 23일 오전 9시 21분


아들이 태어났다. 그와 동시에 진짜로 아빠가 됐다. 와이프가 열 달 동안 건강을 희생하면서 출산을 했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임신 중에 코로나19에 감염돼 신체적, 심리적 고통 속에서 아들을 낳았다. 아들이 나오는 순간 '뿌앵!'하고 우는 소리만 듣고 다시 잠에 빠졌다는 와이프의 말이 아직도 선명하다. 2.8kg로 작게 태어나 온 가족의 걱정을 받았지만, 현재는 너무 건강하게 잘 크고 있다. 밥도 잘 먹고, 먹은 만큼 싸고, 잠은... 좀 아직 안 자서 우리를 피곤하게 하지만 그래도 건강하면 됐다, 하고 자기 위안 중이다. 아들이 태어나면 어떻게 키워야 할지, 어떤 아빠가 되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아직도 그 고민은 하면서 살고 있다. 아직 말도 못 하는 아들이지만, 내가 하는 행동들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도리도리', '잼잼', '몸 옆으로 기울이기', '눈 깜빡깜빡' 하기 등 따라 하는 행동들이 많아지면서 내가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을 따라 할까 무섭다. 어른은 아이의 거울이라는 말이 와닿지 않았는데 이제는 와닿기 시작했다. 이제 걷고 말을 하기 시작하면 더 따라 할 텐데, 행동을 조심해서 하는 것이 내년 목표라고 할 수 있겠다.


2. 육아휴직


육아라는 것을 처음 하다 보니 많이 서툴다. 특히 외출했을 때 정신없는 상황에서 아들이 울고 떼써버리는 경우가 가장 난감하다. '차분해져야지'하는 생각을 무한하게 하지만 막상 그 상황이 오면 그렇게 되지 않는다. 와이프는 임신과 출산 과정을 겪으며 육아휴직을 이미 사용하고 있었고, 혼자 아들을 육아하려니 힘이 부치는 것이 보였다. 몸무게가 점점 늘고 안아주고 드는 것을 특히 힘들어했다. 뒤에서 이야기하겠지만, 나는 일뿐만 아니라 학업을 비롯한 연구 활동을 하고 있어서 육아를 온전히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러니 법적으로 보장돼 있는 육아휴직을 사용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맞벌이 부부라서 번갈아 사용하는 것이 우리 생활에 좋겠지만, 일단 급한 불부터 끄자는 심정으로 나도 회사에 육아휴직을 신청했다. 요새는 남성도 육아휴직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 추세이니 회사에서도 승인했다.(물론 거부하면 법적으로 안되지만) 


지난 7월부터 사용하기 시작해서 현재까지 학업과 연구 활동이 아닌 시간에는 온전히 아들을 육아하는 데 시간을 쏟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정말 하루가 다르게 아들이 크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볼 수 있고, 매번 와이프가 동영상이나 사진을 찍어서 보여주던 귀엽고 예쁜 모습들을 직관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물론 하루 종일 아들을 케어하는 것이 쉽지 않다. 신체적으로도 힘들고, 정신적으로도 스트레스가 심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것을 어떻게 해소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관건이다. 이 중요한 관건을 바로 부부끼리 서로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3. 대학원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나는 2021년도에 대학원을 입학해서 올해가 마지막이다. 작년은 그나마 코로나19로 수업이 온라인이고, 과제(물론 많았다...)만 하면 됐는데 올해는 코로나19가 완화됨에 따라 대면 수업으로 전환되었다. 그러다 보니 회사에서 퇴근을 하고 항상 차가 막혀 2시간 거리를 운전해 학교를 가서 야간에 수업을 들었다. 18시에 퇴근해서 도저히 학교 수업까지 갈 수가 없어서 수업이 있는 날은 1시간씩 휴가를 사용해서 17시에 퇴근해서 수업을 들었다. 졸업 시기가 다가오니 졸업 논문을 써야 했다. 2021년 말부터 지도교수님과 미팅을 통해서 주제를 선정했는데 뭔가 자꾸 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주제를 여러 번 변경했다. 그러다 보니 좀 늦게 주제를 잡고 올해 초부터 작성을 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야간에 대학원을 운영하다 보니 직장인들이 많이 재학을 하고 있어 졸업 요건도 2가지로 나뉘어 있다. 수업을 듣고 정해진 학점을 채우면 되는 방법과 논문을 써서 졸업하는 방법이 있었는데 대학원까지 왔고, 비싼 등록금도 냈고, 특수대학원이라고 무시받기 싫어서 좋은 논문을 쓰고 싶은 마음에 나는 욕심을 부려 논문 졸업을 선택했다. 근데 바로 후회했다. 그냥 수업 더 듣고 학점 채울 걸. 하지만 올해 결산을 하고자 뒤돌아보니 어느새 논문은 95% 완성이 되었고, 2번의 심사 중 한 번을 잘 끝냈고 마무리만 남았다. 지도교수님도 좋은 논문이 나올 것 같다며 완성한 후에 학술지에 실어보자고 했을 때는 정말 뿌듯했다. 


4. 기타 연구 활동


내가 대학 때부터 전공해서 졸업하고 관련된 일을 하면서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궁금증과 호기심이 우주대폭발했다. 이러한 궁금증을 어떻게 풀 수 있을까 해서 선택한 것이 대학원이었고, 관련된 연구 활동이었다. 깊게 탐구하다 보면 일을 하는 곳에서 왜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 하나씩 이해되고 실마리가 풀리는 맛을 알아버렸다. 그것을 대학원 졸업 논문을 통해서도 풀었고, 다른 연구 활동을 통해서도 풀었다. 지자체에서 용역을 받아 연구 보고서 1개를 완성했다. 나를 포함한 3명의 연구원과 함께 했고, 책임연구원으로 진행했다. 직함처럼 책임이 막중했다. 또한 다른 학회에서 지원을 받아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것은 아마 내년 봄에 완성할 수 있을 듯하다. 결론적으로 졸업논문, 연구보고서, 그 외 논문 1개를 작성하고 보니 벌써 연말이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나는 아직 배고프다. 박사를 준비하고자 한다...




5. 인간관계 다이어트


"모든 고민은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는 저명한 심리학자인 아들러의 명언처럼, 살면서 인간관계 때문에 힘들고 때론 행복하기도 하다. 주변 사람들이 내 성격이 칼 같다는 말을 많이 하지만, 인간관계에서는 그렇게 하지 못할 때가 많다. 인간관계라는 게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 중에 가장 크다. 나뿐만이 아니라 상대방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 상대방과의 관계를 내가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초등학교 때나 친한 친구가 다른 친구하고 놀 때 질투하고 나랑만 놀아야 된다는 생각을 해서 통제하려 들겠지만, 커가면서는 절대 그럴 수 없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다. 또한 스마트폰이 도입되기 시작하면서 연락의 빈도가 인간관계를 결정짓기도 한다. 


연락을 얼마나 자주 하느냐도 중요하지만, 누가 '먼저' 하느냐도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라는 것을 깨달았다. 먼저 한다는 것은 그만큼 용기를 냈다는 것이고, 관계를 이어가고 싶다는 시그널 중에 하나로 많은 사람들이 해석하곤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자존심이다. 일부 사람은 연락을 먼저 하는 것을 자존심의 문제로 생각하기도 한다. 연락이라는 게임에서 먼저 함으로써 승복했다는 것이다. 사실 인간관계에서 자존심이 개입하는 순간, 이미 그 관계는 편한 관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느 정도 사회생활을 하면서 느낀 바에 의하면 이러한 복잡하고 제어할 수 없는 인간관계 때문에 스트레스받느니 가족 외에 최대 3명의 친구를 두는 것을 선택했다. 물론 그렇다고 그 외의 사람들을 배척하는 것은 아니다. 극단적으로 표현했을 뿐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그 순간 최선을 다해서 상대방을 대하고자 노력한다. 모두 소중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최근에 이메일 계정을 한메일을 사용하는데 카카오와 통합하는 과정에서 뭐가 잘 안 돼서 카카오계정을 탈퇴하고 새로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카카오 친구가 많이 줄어든 것을 발견했다. 전화번호가 있어야 카카오 친구에 자동으로 동기화가 되는데, 카카오만 있고 전화번호는 없는 관계가 많았다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휴대폰 연락처가 정리가 되면서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 들었다. 예전에는 주변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있는지가 나를 결정했다고 믿었다면, 이제는 내 주변에 얼마나 '좋은' 사람만이 남았는지가 나를 결정한다고 믿게 되었다. 또한 대부분의 인간관계는 상대방과 좋지 않은 일로 끊기는 일은 드물다는 것이다. 그저 자신의 삶이 바쁘고, 주변을 신경 쓸 여력이 없을 수도 있어 자연스럽게 연락이 뜸해져 서로 멀어지는 것일 수도 있다. 나처럼 디지털 계정을 삭제하면 연락처가 날아가서 멀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과 연락이 안 된다고 해서 자기 잘못이라고 생각한다면 크나큰 오류라고 답을 내렸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그저 시간이 흘렀고, 흐른 만큼 관계는 그렇게 고착됐다고 생각한다. 




6. 그 외 많이 못해서 아쉬웠던 것


올해 많은 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서 기존 내 소중한 취미생활을 많이 못했다. 특히 영화 감상과 책 읽는 횟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특히 책 한 권을 읽는데 며칠씩 걸려서 시작하는 것도 두렵다. 좋은 영화를 보고 생각에 잠기고, 책을 읽으며 작가의 생각과 내 생각을 비교하기도 하고 공감하기도 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게 취미였다. 이 두 가지를 하기 위해서는 물리적으로 시간이 필요한데, 시간이 정말 없었다는 것이 핑계 아닌 핑계다. 이 두 가지를 할 수 있었던 유일한 방법은 극단적으로 잠을 자지 않고 하는 것밖에 없다. 그럴 수는 없으니... 잠을 자는 것을 선택한 결과다. 모든 것을 다할 수는 없으니 포기해야 하는 것도 필연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을 배운다.




어? 하다 보니 2022년이 후딱 지나가고 있다. 아직 올해가 끝나지 않았으니 12월 31일까지 하루를 열심히 살고, 다가오는 새해를 맞이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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