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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세준 Nov 26. 2022

만화와 오타쿠, 그리고 편견

편견은 암세포처럼 퍼진다


"오타쿠 같아"


아마 이런 이야기를 여러분들도 해보거나, 아니면 들어본 적이 한 번이라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만화를 즐기지 않는 사람입니다. 제 주변 사람을 보면, 당연히 저처럼 만화를 즐기지 않는 사람도 있고,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는 얼마 전 만화를 좋아하는 친구와 대화를 하다가 느낀 적이 있습니다. 친구는 어려서부터 다양한 만화를 즐겨왔고, 현재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웹툰을 꼬박꼬박 챙겨보는 제 입장에서는 만화광처럼 보입니다. 저는 그렇게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과 대화를 하면 항상 부정적 이야기를 꺼내곤 했습니다. '오타쿠' 같다고요.


타인의 시선을 가장 신경 쓰는 나이인 고등학생 때, 쉬는 시간이나 수업 시간, 야간 자율학습 시간 등 선생님 몰래 만화를 보던 친구가 반에 한 명은 꼭 있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다른 친구들도 그들에게 '오타쿠'라고 놀려대고는 했습니다. 취미에 깊게 빠져 거의 전문가처럼 즐기는 사람에게는 '마니아', '전문가' 등 긍정적인 단어로 지칭을 하곤 하는데요. 참으로 편견이 무섭습니다. 과연 그들이 정말로 '오타쿠'일까요? 이러한 부정적 인식이 언제, 어디서부터 기인했을까요? 취미는 개인의 선택이자 최고의 놀이인데 만화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왜 '오타쿠'라는 부정적 꼬리표를 달고 다녀야 하는지, 또 저는 왜 거기에 편승했는지 반성적 고찰을 해보고자 합니다.


먼저 '오타쿠'에 대해 알아봐야 할 듯합니다. 오타쿠라는 단어는 1983년 일본의 칼럼니스트인 나카모리 아키오가 순정만화잡지 <망가 부릿코>에 쓴 칼럼에서 처음 사용하였습니다. 이때만 해도 용어가 널리 퍼지지 않고 있다가 대중적 의미를 가지게 된 계기는 1989년 일본에서 발생한 여아 연쇄살인사건이 원인이었습니다. 이 사건의 범인은 어린아이 4명을 살해하고, 시체를 먹는 등 엽기적인 행위를 하여 일본 열도가 발칵 뒤집히기도 했습니다. 또한 그의 집에서는 성인용 비디오테이프, 만화잡지 등을 수집하고 즐겼습니다. 언론에서는 범인에게 오타쿠라고 명명해 이때부터 부정적 이미지가 세상에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오타쿠 용어는 망가(만화의 일본식 발음), 아니메(애니메이션의 일본식 발음), 게임 등 문화산업으로 이동해 사용하였습니다. 그 의미는 점점 더 발전하여 어떤 한 분야의 광대한 지식을 가졌지만, 폐쇄적이고 음습한 분위기를 풍기거나 더 나아가 변태적 성향을 보이는 사람에게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만화, 게임 분야에 과도하게 빠져 있는 사람을 지칭합니다.


오타쿠라는 단어의 사용이 엽기적인 사건의 범인을 지칭하게 되면서 첫 단추부터 부정적인 의미로 출발하게 됩니다. 특히 일본어 히키코모리와 결합하게 되고 SNS의 발달로 하나의 밈처럼 퍼져 지금에 이르게 됐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다들 아시다시피 일본은 애니메이션 강국입니다. 이렇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오타쿠의 역할이 컸다는 것입니다. 오타쿠는 단순히 폐쇄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닙니다. 한 분야의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가지고 있고,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며 산업에 참여하기도 합니다. 특히 1970년대 일본 사회에 TV가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만화 영화의 명장면이나 개선점, 스태프 명단 등을 꼼꼼히 기록하고 분석하는 활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만화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분석가, 더 나아가 제작가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일본에서는 하나의 문화가 되었고 이를 오타쿠 문화라고 합니다. 


오타쿠 문화는 일본의 영화나 애니메이션 시장을 꽉 쥐고 있을 정도로 중요합니다. 이들은 일본의 미디어와 긴밀히 관계를 맺고 있어 지금까지 성장하고 발전했습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오타쿠를 재평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오타쿠란 일본의 문화적 현상을 지칭하는 말로, 자신이 흥미를 가진 한 분야를 파고들어 그 분야에서 전문가 이상의 지식을 갖게 된 사람을 일컫는다.
(중략)
이들은 한 분야를 선도적으로 이끌어 나가며 산업으로 발전시키기도 하면서 주체가 되었다. 오타쿠는 더 이상 부정적 이미지가 아닌 하나의 문화로 보는 것이 마땅하다."



제 안에 숨어 있던 '오타쿠'라는 편견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오타쿠라는 단어의 사용이 범죄자로부터 출발했다는 것은 상징적입니다. 이는 미디어의 역할이 그래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 언론의 역할입니다. 우리는 언론이 쏟아내는 다양한 정보를 습득합니다. 최근에는 가짜 뉴스가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이를 보는 바쁜 현대인들은 가짜를 판별할 수 있는 여유도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편견은 스스로 생각하기를 멈출 때 암세포처럼 자라납니다. 방대한 정보 속에서 사실을 가려내는 능력, 그것에 대한 의미를 생각하는 연습, 내가 어떤 편견을 가지고 있는지 반성하는 태도 등을 게을리하지 않아야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편견을 가지고 있나요?


*참고문헌
유사첩, 이종한. (2019). ‘오타쿠’를 통해 본 문화의 특성 연구 -일본과 중국의 만화, 애니메이션을 중심으로-. 만화 애니메이션 연구, (), 171-192.
이승재. (2016).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이 오타쿠 문화에 미친 영향 연구. 애니메이션 연구, 12(3), 204-224.
송영민, 강준수. (2016). 오타쿠 문화에 대한 고찰. 일본 근대학 연구, (54), 333-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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