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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세준 Dec 04. 2022

전문가입니다.

단, 월드컵 때만

3차전을 앞두고 16강을 올라갈 확률, 9%.


우리나라 국가대표는 그것을 해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후반 연장시간에 추가골을 넣었다. 우리나라 시간으로 새벽 2시에 경기가 끝났는데, 쉬이 잠을 잘 수가 없었다. 특히 황희찬의 추가골 장면을 밤새 돌려봤다. 그러나 한편으로 의문이 들었다. 우리는 왜 이런 월드컵 같은 큰 대회에만 이렇게 열광을 할까? 평소 K리그를 직관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TV중계를 본 적이 있는가? 아마 한 번도 없거나 손에 꼽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이 평상시에도 축구를 좋아하고, 프로리그 관중이 꽉 차고, 그런 상태에서 감독을 욕하고, 훈계하면 너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축구장에 오지 않는 사람들이 월드컵만 되면 3000만 명이 다 감독이 된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당시 신태용 감독은 출전 의지를 다지며 뼈 있는 말을 던졌다. 나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평소에는 관심이 없다가 월드컵, 올림픽과 같은 국제 대회가 열릴 때면 모두가 감독이 된다. 그러나 감독이 되는 것까지는 이해한다. 감독을 넘어 가짜 전문가가 등장하고, 가짜 전문가의 탈을 쓴 악플러가 나타나는 것이 문제다.

11월 28일, 가나와 2차전을 손에 땀을 쥐면서 시청했다. 경기를 보는 내 감정은 썰물처럼 환희가 밀려왔다가 떠내려갔다. 아쉽게 패했다. 경기 패배 요인에 대해선 많은 '진짜' 전문가들이 분석을 할 것이고, 3차전 포르투갈 경기를 앞둔 대표팀에게 조언도 해줄 것이다. 어제 우리나라 선수들은 열심히 싸웠다. 국가를 대표해 나간 선수들이 더 아쉽고 착잡한 마음일 것이다. 폴란드의 대표 공격수 레반도프스키는 리그에서 엄청난 골을 기록하는 세계적인 선수지만, 국가대표로서는 첫 골을 기록하고 눈물을 흘렸다. 이처럼 국가대표라는 자리는 무겁고 버겁다.


투혼의 가나전이 끝나고 해외 언론들까지 찬사를 보냈다. 그러나 우리나라 일부 '가짜' 전문가들은 선수의 SNS에 방문해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붓고, 더 나아가 선수의 가족까지 욕을 했다. '진짜' 전문가는 더 나은 경기력을 위해 분석을 기반으로 비판을 한다. '가짜' 전문가는 전문적인 분석이나 근거 없이 비난, 혐오적인 발언 등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표1> 통계청-이나라지표(https://www.index.go.kr)


<그래프1> 통계청-이나라지표(https://www.index.go.kr)


신태용 전 국가대표 감독의 말대로 우리나라 스포츠 관중을 살펴보면(표1, 그래프1), 야구와 축구가 농구(남, 여)나 배구에 비해 높다. 야구가 경기당 평균 관중이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축구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전까지 야구는 매년 경기당 평균 관중이 만 명을 넘었다. 프로축구의 경우는 매년 만 명을 넘어선 적이 없고, 코로나19로 인해 급감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농구와 배구를 차치하고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이렇게 관중이 없는 경기장에서 경기를 하는 선수들은 아마 맥이 빠질 것이다. 자신을 응원하는 것을 보거나 듣는 것이 운동 수행능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으니, 경기장에 직접 찾아 응원하는 것의 중요함을 시사한다. 하지만 통계를 보더라도 우리는 경기장에 찾지 않는다. 특히 야구에 비해 축구는 인기가 시들하다. 신태용 전 감독이 이러한 점을 제대로 꼬집었다.



<그래프2> 통계청-이나라지표(https://www.index.go.kr)


또한 <국내 프로스포츠 좌석점유율>을 살펴보면(그래프2), 좌석점유율은 '경기당 평균관중수/(경기장)수용규모'를 나타낸다. 즉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가 큰 데 반해 경기당 평균관중수가 적으면, 좌석점유율은 낮게 나타나는 것이다. 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축구의 좌석점유율이 가장 낮다. 이에 대한 이유는 간단하다. 축구 경기장의 수용 규모는 대부분 크다. 하지만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경기당 평균관중수가 적으니 이러한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경기를 어떻게 봐야할까? 패배에 대한 아쉬움은 선수들이 가장 크다. 해설위원 구자철의 유튜브를 보면, 해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가나전 경기가 끝나고 나오는 선수들을 구자철이 보듬어준다. 본인도 겪어봤던 감정이라서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화려한 언변으로 선수들을 보듬는 것이 아니라 그저 안아주고 쓰다듬어준다. 주장 손흥민은 그의 품에서 한동안 울었다. 


응원하는 국민의 입장에서도 물론 아쉬움이 클 것이다. 답답한 경기력에 실망도 할 것이다. 하지만 월드컵과 같은 큰 대회 때만 반짝 관심을 가진다고 비난할 권리를 얻는 것은 아니다. 권리는 의무를 다할 때 생겨난다. 엄청난 의무가 아니더라도 평소 우리나라 축구에 대한 관심과 애정에 대한 의무다. 월드컵뿐만 아니라 올림픽에서도 비인기 종목에서 메달을 획득하면 그때서야 반짝 관심을 가지고 이내 사라진다. 수 년 간 반복되어 왔고,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이러한 고리를 끊는 방법은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의 관심 아닐까.


*이 글은 얼룩소(alookso) 사이트에도 실렸습니다(https://alook.so/posts/a0t9n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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