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월 Jul 01. 2024

평화주의자의 잔잔하고 즐거운 밤

야간 드라이브를 즐기는 중입니다.

거실에서 들려오는 시끌벅적한 소리에도 예민해 지지 않는다. 아이들이 친구를 초대한 날 햄버거 잔치로 신이나 있는 아이들 틈에 끼어 나의 저녁도 슬며시 해결해 보는 저녁시간을 보내며 늦은 저녁 나서기 위한 계획을 그려본다.


가장 아끼는 고사양 노트북을 열고 딱 두시간만 집중해 보는걸로 저녁시간의 부재를 채워 줄 요량이다. 제발 나를 도와줘!! 우리의 생산적인 미래를 위해서는 오늘 밤 반드시 나가야 한다는 걸 상기시켜 준다. 노래를 흥얼거리는 모습에 아이들은 오늘 엄마, 이모의 모습이 매우 신이나 보였던 것 같다.


비가 쏟아지는 저녁 차안은 바깥의 상황과는 상관없이 잔잔한 음악이 감싸는 분위기로 평화롭기 그지없다. 그에 더해 창밖의 비내리는 풍경에 심취해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한다. 야간드라이브를 즐기기 시작한건 폭풍우가 한번 휩쓸고 지나간 후였다.


 MBTI의 I성향이 E가 아닐까 의심이 될 정도로, 또는 역마살의 기운이 강해졌다거나 '화'의 기운을 돋구기위해 안달난 사람처럼 바깥으로 나가 사람들을 만나거나, 몸을 움직지 않으면 다시 폭풍우가 휩쓸고 가기 전으로 돌아갈 수도 있을거란 쓸데없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피씨와 씨름하는 시간들은 평화롭고 즐겁고 창작의 고통쯤을 안겨주며 더불어 재미도 준다. 내 오래된 친구와 권태기를 겪기도 하지만 매너리즘보다는 좀 더 나아질 방향에 대해 생각하는 편이 많으므로 우린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일벌이기 좋아하는 나같은 인간을 만난건 너에겐 행운이야라고 말하고 싶다.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거나 답답해질때면 사람을 찾게되고 저녁시간의 드라이브가 종종 머리를 식혀주는 것으로 일상에 평화가 찾아오곤 한다.


그렇게 답답함을 해소하고자 나섰다. 아이들의 케어를 위해 남편에게 일찍 들어와 달라는 메세지와 함께 마음은 이미 드라이브를 위해 차에 타고 있었고 머리는 이미 반쯤 식혀져 엔돌핀이 도는 듯 신이나 있었다. 물론 계획대로 예상시간에 나가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많이 있었다. 일단 작업을 어느정도 마무리해야 하고 아이들의 저녁식사를 해결하고 목욕타임을 끝내고 책을 읽어 주고 재우는 일까지 마치면 완벽할 일이였다. 완벽주의 성향이 강한 계획형 인간의 계획은 완벽했고 처리능력 또한 훌륭했다.

 

드라이브를 즐기기 위해 나선 발걸음이 가볍다. 비가 쏟아지고 빗물이 튀어 옷이 젖어도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위해 악셀을 밟을 수 있다는 건 오늘의 나에겐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 비가 부딪히는 소리를 멜로디삼아 노래를 흥얼거리는 목소리가 차안을 가득 채우고 차선을 변경하는 차량의 양보도 기분좋게 해 줄수 있는 밤이다. 음악에 취해 네비게이션을 대충 보고 길을 잘못 들어선 일 쯤은 그냥 돌아가면 될 일이었다. 어차피 드라이브를 하러 나온 것이니 말이다.


도로에 행렬을 이룬 차들이 각자 어딘가로 흩어지고 있다. 비가 더욱 세차게 쏟아지는 소리에 음악의 볼륨을 더 키우기 시작한다. 와이퍼가 바쁘게 움직이며 시선을 확보해 주고 기싸움이라도 벌이는 듯 비는 조금 전보다 더 세차게 쏟아진다. 시원한 빗줄기에 새차를 않하길 잘했다고 중얼거리는 모습이 왠지 우스꽝 스러웠만 계속 노래를 따라 부르는 목소리만이 차안에 울려퍼진다. 


다시 노트북을 펼쳤을땐 머리가 한결 맑아졌다. 몇시간 전의 혼탁한 머리속이 아닌 무엇인가 정리가 된 것같은 모습으로 내 친구를 맞이했다. 우리.. 더 잘해보자구!!!

매거진의 이전글 언젠가는 지나갈 것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