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18 댓글 6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운전면허 도전기, 아빠의 응원

에세이

by 청시 Nov 29. 2024


딸이 요즘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수능이 끝나고 어느 때보다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아이에게 며칠 전 남편은 운전면허증을 따 보는 건 어떠냐고 넌지시 제안했다. 평소 겁이 많고 소심한 성격인지라 설마 다니겠어라고 생각했던 건 나의 기우였다. 잠시 묵묵히 고민을 했던 아이는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말로 수락을 표현했다. 새로운 도전에 대해 지레 겁내고 피했던 예전의 모습과 달리 적극적으로 시도해 보려는 아이의 모습에 남편도 나도 내색은 안 했지만 많이 놀랐다.


남편은 다음 날 바로 운전면허 학원을 알아보았고, 필기 대비 문제집을 사 왔다. 모르는 거 있으면 뭐든지 아빠한테 물어보라며 크게 너스레를 떨며 아주 신이 났다. 공부에 있어서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면 절대 암기가 안 되는 체질이었던 아이는 한 번도 접해보지 못했던 운전법과 규칙에 대해 많이 낯설어하고 어려워하면서도, 수능 공부할 때 인터넷 강의를 듣듯이 진지하고 집중해서 운전 관련 소개 영상을 청취하면서 필기 공부에 진심을 보였다. 정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퇴근한 아빠를 졸졸 따라다니며 물어보는 적극성도 보였고, 그럴 때마다 남편은 꿀 떨어지는 눈빛으로 세상 다정한 목소리로 아이에게 최고의 선생님이 되었다. 그 모습을 찬찬히 보고 있으려니 결혼 전 남편에게 운전을 배웠을 때가 새록새록 떠올랐다.


내 나이 28살. 첫 정식 직장인 지금의 학교에 입사했다. 그 당시는 학기 초 담임 선생님이 학생들의 집을 방문하는 가정방문 주간이 있었다. 그때까지 운전면허증이 없었던 나는 낭패감을 느꼈다. 반 아이들 중 학교에서 한 시간 거리에 사는 아이들도 있었는데, 자차도 없는 나는 어쩔 수 없이 옆 선생님 차를 얻어 타고 가정방문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 소식을 들은 남자친구(현재 남편)은 나를 위해 바로 주말반 운전면허 학원을 등록했고, 시간을 내서 나의 운전을 지도해 주었다. 좀처럼 늘지 않는 운전 실력에 답답해할 법도 한데, 한 번도 화내지 않고 친절히 알려주었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이 여자를 놓치면 절대 결혼을 못할 것 같다는 조바심에서 그랬으리라.


한 번은 면허증을 딴 지 한 달 남짓 됐을 때, 남편은 자신의 차를 몰고 광주까지 가 보자고 제안했다. 고속도로를 타야 했기에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남편은 연신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어차피 해야 하니 해보자고 바람을 넣었다. 자기가 옆에서 잘 지도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로 나를 안심시켰다. 기준 속도보다 한참을 느리게, 허리를 반듯이 세우고 잔뜩 긴장하고 운전대를 잡았다. 뒤에서 빵빵대는 소리와 나를 재껴서 가는 날쌘 차들로 식은땀이 절로 나왔다. 갑자기 정지한 앞차로 급정지를 밟기를 여러 번, 남편의 얼굴을 힐끔 쳐다보았다. 한껏 긴장된 표정에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아마도 이렇게 저승으로 가는 건가 싶어 오금이 저렸을지도. 그때까지 한 번도 화내지 않던 남편이 그제서야 앞을 똑바로 보고 정신 바짝 차리라고 큰 소리를 쳤다. 그날 어떻게 광주까지 운전하고 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힘들었지만, 확실한 건 그날 나를 믿고 옆에 동석해 준 지금의 남편과 결혼을 결심하게 된 이유가 되었다는 것이다.


아마 남편은 아이에게도 친히 도로주행을 가르쳐줄 것이다. 위험을 감수하고 흔쾌히 동석을 할 것이고,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응원과 격려도 보낼 것이다. 그런 아빠를 전적으로 믿고 아이는 또 한 번 새로운 도전에 성공할 것이고 자신감을 얻을 것이다. 자신을 전적으로 믿는 아빠가 있기에...








작가의 이전글 15분 세바시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