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여보, 12월 30일부터 1월 4일까지 대만 티켓 좀 알아봐. 소민이 학원 방학이 그때라 그때밖에 시간이 안 될 것 같아."
12월이 거의 끝나가던 어느 날, 늘 즉흥적인 나는 이번 대만 여행도 예외 없이 마음 가는 대로 추진하기로 했다.
반면, 매사에 너무 신중해 결정을 잘 못 내리는 남편은 나의 재촉에 마지못해 가장 저렴한 항공권을 찾기 시작했다.
"인천에서 가는 것보다 제주에서 가는 게 더 빠르고 저렴한데. 2시간이면 가네. 제주 운막에서 1박하고 가는 건 어때?"
새벽 일찍 일어나 인천까지 가는 일이 만만치 않을 것 같아 별다른 생각 없이 그러자고 흔쾌히 답했다.
그렇게 12월 30일, 제주에서 1박하고 일찍 공항으로 향했다. 이번 여행은 남편을 빼고 딸 둘과 나, 이렇게 셋이 떠나는 여행이었다.
체크인을 마치고 여행 짐을 맡기려 여권을 내미는 순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손님, 여권 만기일이 6개월이 남지 않아서 대만 입국이 불가능합니다."
순간, 귀를 의심했다. 대체 이게 무슨 소린가 싶어 되물었다.
"여권 만기일이 3개월이나 남았는데요?"
직원의 설명은 단호했다.
"대만은 여권 만기일이 6개월 이상 남아야 입국할 수 있습니다. 꼭 가셔야 한다면 긴급 여권을 발급받으셔야 해요. 제주도청에 가시면 2시간 내로 발급받으실 수 있습니다. 사진도 다시 찍으셔야 하고요."
맙소사. 비행기 탑승까지 딱 2시간 남았는데, 이걸 어쩌라는 말인지…. 옆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두 딸의 초조한 얼굴을 바라보니 미안함에 차마 눈을 마주칠 수도 없었다. 결국, 남편은 담담하게 비행기를 취소하고 31일로 다시 예약했다.
긴급 여권을 발급받느라 추가 비용을 써야 한다는 사실에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이렇게까지 대만에 가야 하나?" 하는 생각도 스쳤지만, 아이들과의 소중한 추억을 만들겠다는 애초의 취지를 떠올리며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30일 출발을 포기하고 31일로 다시 잡은 일정 덕분에 여행은 4박 5일에서 3박 4일로 줄어들었다. 비싼 항공비를 생각하면 너무 짧은 여행이 되어버렸지만, 마음을 다잡고 두 딸과 함께 비행기에 올랐다.
이번 여행은 시작부터 뜻밖의 해프닝으로 가득했다.
이야기의 첫 장은 여기서 마무리하고 다음 장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