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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대만 여행 2탄

에세이

by 청시

제주에서 대만 타오위엔 공항까지는 2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지척에 있는 이웃나라라는 게 더 실감이 났다. 비행기에 내리니 습기를 함껏 머금은 날씨가 여기가 대만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며칠 전, 나는 급히 대북 교회에 전화를 걸어 교회 내 자매의 집에서 머물 수 있는지 허락을 구했다. 이메일로 나와 아이들을 간단히 소개하며 부탁을 드렸고, 흔쾌히 환영한다는 답장을 받을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 대만의 명소와 음식뿐만 아니라, 언어는 다르더라도 같은 마음으로 주님을 사랑하는 형제자매들이 이곳에도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타오위엔 공항에서 mrt고속열차를 타고 40분 정도 가니 타이베이 역에 도착했다. 교회 주소만 덩그러니 들고 길을 찾으려니 제 아무리 언어가 통하더라도 쉽지 않았다. 할 수 없이 택시를 탔다.

2024년의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시내는 차들로 북적였고, 사람들 역시 연말의 들뜬 분위기에 휩싸여 있었다.

택시에서 내려 5분 정도 걸으니 교회가 보였다. '예수는 주님이시라'는 빨간 간판이 눈에 확 들어왔다. 지상 6층 지하 2층으로 꽤 오래된 건물이었지만, 대북시의 가장 번화가에 위치해 있었다. 들어서니 나와 통화를 했던 왕 형제님께서 반갑게 맞아주셨고, 우리를 5층 손님객실로 안내하셨다. 대학생들이 사는 4층 자매의 집에서 머물러도 되는데 더 좋은 손님객실방을 내주셨다. 황송하고 감사한 맘에 한국에서 준비해 온 작은 선물을 건네며 감사의 맘을 표했다.

교회는 지하철역과도 가까워 이동하기 편리했다. 우리는 첫 목적지로 시먼딩을 정하고 나섰다. 블로그에서 소개된 맛집을 찾아가는 길, 아이들과 함께 대만의 거리 풍경을 구경했다. 거리 곳곳에서 취두부 특유의 강렬한 냄새가 습기를 머금어 공기를 가득 채웠다. 그 냄새에 적응이 되지 않아 살짝 고역이었지만, 아이들에게는 이 또한 특별한 경험이라며 웃어넘겼다.

대만 하면 우육면이라고 아이들에게 소개하며 폭풍검색을 통해 우육면의 맛집을 찾았다. '니우띠엔'이란 곳을 도착하니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휴관이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길가는 사람들에게 물어 현지인들이 자주 가는 우육면집을 소개받았다. 20분을 걸어 걸어 찾은 가게 안은 우리를 제외하고 다들 대만 현지인들이 가득했다.

뜨끈한 국물에 두툼한 소고기, 깊은 풍미를 자랑하는 진한 육수, 그리고 쫄깃한 면발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우육면의 진수를 느끼게 해 주었다. 아이들도 감탄하며 맛있게 먹어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든든히 식사를 마친 뒤에는 디저트로 대만의 대표 음료인 버블티를 먹으러 갔다. 버블티의 원조로 유명한 행복당에는 길게 줄이 늘어서 있어 그 명성을 실감할 수 있었다. 홍차가 들어가 있지 않는 우유와 연유로 만든 버블티의 맛이 독특했지만, 사실 내 입맛을 저격하진 못했다.

저녁이 어스름해지자,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대만 101 빌딩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시간이 흐를수록 전철 안은 점점 더 많은 사람들로 붐볐고, 101 빌딩으로 향하는 인파에 휩쓸릴 듯한 기분이 들었다.

자정이 되면 101 빌딩에서 화려한 불꽃놀이가 펼쳐진다고 했다. 그 광경을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몰려온다니,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모든 도시의 야경은 아름답지만 타이베이시의 야경도 못지않게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오가는 길에 사람들을 구경하며, 길거리 음식을 먹는 즐거움으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자정까지는 여전히 4시간이나 남아 있었다. 다음 날 일정을 아침 일찍 시작해야 했기에 결국 아쉬움을 뒤로한 채 불꽃놀이를 보지 못하고 숙소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대만까지 와서 아름다운 불꽃놀이 장관을 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크게 밀려왔다. 잠자리에 누웠을 때, 가까운 거리에서 터지는 폭죽 소리가 그 아쉬움을 더욱 짙게 만들었다.

그렇게 우리는 2024년 12월 31일 밤을 타이베이에서 보내며 새해를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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