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편. 名(이름 명, mímg)

스토리가 있는 중국어

by 청시





최근 옥 씨 부인전’이라는 드라마를 본 적이 있다. 이름조차 없이 '구더기'라고 불리며 살아가던 한 양반댁 노예가 신분을 세탁하고 양반 규수가 되어 비로소 옥태영이라는 이름을 얻는 이야기다. 이를 보며 이름이 가지는 힘과 정체성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을 대변하고 표현해 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름 없이 구더기로 불렸던 그녀는 사실상 사람으로서의 존엄조차 인정받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기에 이름 석 자가 그녀에게 건네는 의미는 단순한 단어 이상의 무게를 지닌다.


중국에서는 이름(名, míng)과 운명(命, mìng)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어, 태어난 연월일시와 음양오행을 고려해 신중히 작명한다고 한다. 한자 문화권인 우리나라 역시 아이의 앞날에 대한 부모의 염원과 건강을 담아 작명을 소중히 여긴다.


나 또한 특별한 이야기를 가진 이름을 가지고 있다. 나는 팔삭둥이로 태어났다고 한다. 세상에 뭐가 그리 급했는지, 1.7kg이라는 작은 몸으로 일찍 태어났다. 당시 의사는 인큐베이터에 들어가지 않으면 생명을 보장할 수 없다고 했지만, 어려운 형편과 딸이라는 이유로 엄마는 기쁨보다는 서러움에 눈물만 흘리셨다고 한다.


내 이름은 그런 나를 위해 할아버지께서 작명소에서 직접 지어주셨다. ‘다시 태어나서 기쁘다’는 의미를 담아, 다시 긴 생명으로 태어나 오래오래 건강히 살라는 염원을 담은 이름이다. 그 속에는 나를 향한 가족들의 깊은 소망과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한자를 살펴보면 이름 명(名, míng)은 저녁을 뜻하는 저녁 석(夕)과 입을 뜻하는 입 구(口)가 결합된 형태다. 이는 어두워 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상대방을 인식하기 위해 이름을 부른 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해가 저물 무렵이면 이 집 저 집에서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핸드폰도, 컴퓨터도 없던 시절,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고무줄놀이, 땅따먹기, 소꿉놀이에 빠져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비록 손목시계 하나 없었지만, 동네 어귀에서 울려 퍼지는 아이들 이름 부르는 소리로 저녁이 되었음을 자연스레 알 수 있었다. 그 따뜻했던 기억들이 문득 떠오르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는 행위는 상대방의 편안함과 위태함, 그리고 정체성을 확인하는 일이다.”라는 이기주 작가님의 말에 깊이 공감한다. 름은 단순한 호칭이 아니라, 존재를 인정받고, 그 존재를 빛나게 하는 소중한 힘이다.



★중국어 링크


虎死留皮,人死留名(hǔsǐliúpí, rén sǐliú míng)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 출처: 무늬가 있는 중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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