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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잔 Dec 29. 2023

야근밭에서 피어난 베이킹

성취감은 일 할 때보다 베이킹할 때가 더 높은데 어쩌지


"이거 수정해 주세요."

"이거 세팅해 주세요"


퇴근시간이 지나도 오는 카톡...

새로운 개념의 유연근무제를 경험하니 워라밸에 대한 중요성을 너무나도 느꼈다.


방대한 데이터로 인해 엑셀 vlookup 함수 용하면 함수는 30분 이상의 스레드(사용한 함수가 계산되는 진행 시간 같은?)를 기다려야 . 재택 할 때는 점심시간에 함수를 돌려놓고 밥 먹고, 재택 야근 할 때는 그 스레드 시간 동안 다른 작업을 하다가 중간에 오류 날까 봐 쉽게 건드리지도 못했다.


이렇게 근 시간이 훌쩍 지난 시간에도 반복되는 작업을 하다 보니 뭔가 보람도 없고, 의미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9시간이 넘어가면 더욱더 그런 생각들이 가득해졌고,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어떻게 하면 워라밸 없는 내가 워라밸 있는 것처럼 알차게 간을 쓸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다. 나는 밖순이지만 야근 후에는 밖으로 나가는 게 체력적으로나 심적으로나 부담이었다. 많은 고민 끝에 재택근무의 시작과 끝인 '집'이라는 공간과 내가 좋아하는 '간식이자 간단한 식사' 연결시켰다.


재택근무가 끝나고 바로 집에서 베이킹을 시작한다면 간식이자 저녁도 챙기고, 취미생활도 챙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생각으로 야심 차게 베이킹을 시작했다.


사실 내 장점은 추진력이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밑져야 본전이라 생각하고 시작부터 한다. 재택근무 후 홈베이킹을 결심하고, 계획한 나의 미니 플랜들이 있다.



1단계 : 일단 사고 보자!

쿠팡에서 평 좋은 적당한 크기의 오븐을 사고, 홈플러스와 다이소에서 베이킹 도구, 재료를 장 보고 나니 초반에는 10만 원 이상 쓴 것 같다. 레시피에서 필요한 틀이나 재료는 그때그때 주문하다 보니 집에 틀이 쌓이게 되었다..



2단계 : 어떤 레시피를 선택할까?

좋아하는 휘낭시에, 스콘 등을 먼저 검색해 보고, 썸네일이 귀엽거나 맛있어 보이는 레시피 영상을 보았다. 성격이 급하다 보니 바로 2배속으로 돌리고, 전체적인 과정을 보면서 내가 할 수 있을지 여부부터 체크했다.


1. 레시피의 재료가 현재 있는지

2. 틀 또는 재료를 사야 한다면 돈이 많이 드는지

3. 해당 베이커리류를 2번 이상 만들 자신(?)이 있는지

4. 한 번 했을 때 주변에 나눠줄 정도의 양이 나오는지


이렇게 나만의 고민 가지치기를 겪고, 주변에 베이킹 예정 소식을 알려서 반응을 쓱 본다.



온도계, 핸드믹서... 등 아직 부족하지만

난 홈베이킹러(?)로서 감으로 한다..!

손목이 가끔 너무 아프다....

(지금은 생일선물로 핸드믹서를 받아서 다행이다.)


점점 하다 보니 욕심이 커지게 되었고, 호랑이 무늬를 닮은 티그레를 보고 귀여워서 이건 꼭 해야겠다 싶었다.



도넛틀을 구매하게 한 티그레가 만들어지는 과정


일보다 성취감 높은 순간 Best 5


1. 열심히 손목 돌며 만든 반죽이 틀에 잘 담겼을 때

2. 예열된 오븐에 반죽이 들어가 있을 때

3. 오븐에 나와서 식힐 때

4. 데코 하거나 식히고 나서 포장지에 넣었을 때

5. 선물 받은 지인들이 맛있다고 또 만들어달라 할 때



특히 인들의 긍정적인 반응은 높은 성취감을 느끼게 해 주었고 앞으로 다양한 레시피에 도전하고 싶어지게 했다.


이렇게 재택근무가 끝나고 바로 죽도 하고, 굽기도 하면서 빵냄새에 힐링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스트레스도 줄어들었다.


물론 잔업 후, 베이킹을 하다 보니 몸은 너무 힘들지만 작고 귀여운 결과물을 바로 볼 수 있는 베이킹에서 일보다 더 큰 성취감을 얻었다.


일에서 얻는 성취감취미보다 덜하다면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될지 고민이 되기도 한다.


일은 일이고, 취미는 취미로 남는 게 맞는 것일까?

취미들이 성장할수록 머니 파이프라인이 고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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