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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쪼렙 서비스기획자 Feb 27. 2022

넷플릭스의 경쟁사가 라면회사인 이유

넷플릭스의 경쟁사에 대해 1차원적으로 생각해보면, 당연히 HBO나 디즈니 플러스 같은 유수의 OTT 기업들이 경쟁사일 것이다. 그렇지만 경쟁사는 단순히 같은 시장 섹터에 있는 것은 아니다. 


직접 경쟁사와 간접 경쟁사


경쟁사는 크게 직접 경쟁사와 간접 경쟁사로 나뉜다. 직접 경쟁업체는 나이키와 아디다스처럼 동일한 산업군 내에서 비슷한 가격에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반대로 간접 경쟁사는, 고객이 자사 제품을 대체해서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상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나이키는 매출 성장률이 급감했던 시기, 회사의 경쟁사를 리복이나 아디다스가 아닌, 게임회사 '닌텐도'로 지목했다. 나이키의 주 고객은 운동을 좋아하는 청소년들이었으나, 게임 산업이 발달함에 따라 밖에 나가서 스포츠를 즐기는 대신 여가 시간에 친구들과 게임을 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경쟁사는 회사가 몸담고 있는 산업군이 아니라,
전혀 다른 곳에서 나타날 수 있다. 


간접 경쟁사를 찾아내는 법 


IT 프로덕트에서 우리 제품의 간접 경쟁사는 어떻게 알 수 있나? 한 가지 방법은 사용자가 언제, 왜 우리 제품을 찾는지를 생각해보면 된다. 다시 말해, 우리 제품과 같은 시간대와 니즈를 공략하는 제품들은 경쟁사일 확률이 높다. 


일례로 '왓챠' 김혜정 CMO의 인터뷰를 가져왔다. 많은 사람들이 왓챠의 경쟁사로 넷플릭스와 같은 OTT 서비스를 대지만, 본인이 생각하는 왓챠의 경쟁사는 '야놀자' 또는 '오늘의 집'같은 앱이라고 한다. '사람의 시간은 유한하고, 앱 서비스의 승리는 여가 시간을 누가 점유하느냐의 싸움이다.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는데, 그 시간에 어떻게 왓챠를 실행하게 만들지가 고민'이라는 것. 물론 직접적인 경쟁사는 넷플릭스나 웨이브겠지만, 여기에는 집에 있는 여가 시간에 오늘의 집이 아닌, 왓챠를 켜도록 만들겠다는 왓챠의 포부가 담겨있다. 

출처: [미디어 MZ] 왓챠 경쟁자는 넷플릭스가 아닌 ‘○○○○’이다


넷플릭스의 경쟁사가 라면 회사라고?


간접 경쟁사의 개념을 이해하면 넷플릭스의 경쟁사가 왜 라면 회사 인지도 이해할 수 있다. 


"Netflix and Chill"이라는 말이 있다. 성적인 목적으로 이성을 본인의 집으로 유혹할 때 사용하는 완곡한 표현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미 비슷한 표현이 있다. 바로 "라면 먹고 갈래?"다. 김혜정 CMO의 말마따나 앱 서비스의 승리가 여가 시간을 누가 점유하느냐의 싸움이라면, 한국 시장에서는 어쩌면 '라면'이 넷플릭스의 제품에 대항하는 프로덕트일 수 있다. (예를 들어서 그렇다는 거다.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말기. 게다가 그들이 진짜로 진지하게 라면을 먹거나 넷플릭스를 볼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겠지?)


우리 집으로 유혹할 때 필요한 아이템: Netflix or 라면.... 또는 준호


경쟁사를 알면, 프로덕트 기획의 방향성도 달라진다


지금까지 우리의 경쟁사는 결국 사용자가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지에 따라 달렸음을 알게 되었다. 이는 우리가 사용자가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지 알면 치열한 경쟁을 피해 사업을 펼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경쟁사 분석을 통해 서비스 기획의 전략을 세우는 것은 서비스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다. 그리고 경쟁사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사용자의 행동을 분석하는 것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은 이상, 누구나 경쟁사가 적은 블루오션에서 사업을 시작하고 싶을 것이다. 그래서 경쟁상황을 아는 것이 프로덕트 기획의 방향성을 정하기도 한다. 


과도한 경쟁을 피해 새로운 기회를 찾아낸 프로덕트 중 하나가 바로 '서핏'이다. '서핏'은 커리어 지식 플랫폼으로, 개발/디자인/마케팅 등의 분야에서 사용자들의 커리어 성장에 필요한 콘텐츠를 큐레이션 한다. 


브라우저 확장 프로그램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핏. PC 앞에 앉아있는 시간이 많은 사용자를 타겟으로 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뭐든 앱 서비스로 출시하는 최근 트렌드와 다르게 브라우저 확장 프로그램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사용자가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브라우저의 새 탭을 열 때마다 구글이 아닌 '서핏'으로 이동하고 여기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추천받을 수 있다. 


필자는 이 점이 블루오션을 개척한 베스트 사례라고 생각한다. '서핏'의 타겟 유저인 직장인들이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PC 앞에서 보내게 된다. 그리고 업무 중에 습관적으로 브라우저의 새 탭을 열고 업무와 크게 관련 없는 것들을 찾아보기도 하지만, 이 시간을 점유하기 위해 노력하는 서비스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비교적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업무 시간'에 습관적으로 '서핏'을 이용하도록.
이것이 서핏이 성공한 이유  


만일 '서핏'이 브라우저 확장 프로그램이 아닌 휴대폰 앱 서비스로 출시되었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사용자가 휴대폰을 쓸 수 있는 시간'이라는 시장에서, 아마도 유튜브와, 인스타그램과 그리고 넷플릭스와 싸워야 했을지도 모른다. 만약 그랬다면 과연 사용자가 유튜브의 유혹을 뿌리치고 생산적인 커리어 관련 아티클을 찾아서 읽었을까? 그리하여 지금만큼 로켓처럼 성장할 수 있었을까? 


필자의 생각은 No 여요. 



번외. 각 회사의 간접 경쟁사 찾아보기 


Q: 이케아의 경쟁사는? 

A: 테마파크다 

이유: 이케아의 오프라인 매장에 가면 가구 구매는 물론,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도 있다. 주말에 가족이 소비하는 `시간(Time Spending)'을 기준으로 본다면 에버랜드와 이케아는 경쟁상대다. 

참고: 왜 에버랜드의 최대 경쟁상대는 이케아일까?
Q: 넷플릭스의 경쟁사는?

A: 게임회사 '포트나이트'다. 

이유: 게임 플랫폼인 '포트나이트'는 이제 단순히 게임 서비스가 아니라, 1020세대에게 새로운 소셜 미디어로 통하고 있다. 집에서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간을 기준으로 보면, 넷플릭스의 경쟁사는 HBO도, 디즈니 플러스도 아닌 '포트나이트'다. 

참고: 넷플릭스가 '포트나이트'를 경쟁자로 지목한 까닭은?
Q: 동네 카페의 경쟁사는?  

A: 동네 미용실이다.

이유: 동네 카페의 낮 시간대 주요 소비층은 주부들일 확률이 높다. 이 주부들은 카페 문화가 활성화되지 않았을 때에는  동네 미용실에 모여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눴다. 동네 카페가 주부들에게 줄 수 있는 가치가 '커뮤니티의 장'이라면, 그런 의미에서 경쟁사는 동네 미용실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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