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별 시장 분석 1탄. 승무원
필자는 판교의 IT 서비스 기획자이다보니 주변에 자연스럽게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들이 많다.
직장 밖의 친구들이라고 해도 웬만해서는 비슷한 직장인들이다.
그러다보니 항상 IT, 그리고 오피스로 출근하는 직장인을 기준으로 생각하는 스스로를 발견했고, 언제부턴가 시야가 너무 좁아졌다고 느꼈다.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직업들이 있는데!)
필자는 판교, 그리고 오피스 밖의 다른 직업의 삶을 알고 싶어졌다.
그래서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삶을 관찰하고,
그들이 주로 사용하는 서비스는 뭔지, 그리고 더 도움을 줄 수 있는 서비스가 있을지 공부해보기로 했다.
그래서 시작한 직업 시리즈!
직업 시리즈의 첫 번째는 승무원이다. 항공사 유니폼에 캐리어를 끌고 비행기를 타는 모습이 멋있기도 하고, 아무래도 항상 출퇴근 시간이 비슷하고 책상에 앉아서 업무를 하는 필자와 상당히 반대에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우리를 승무원이라고 가정해보자, 그리고 그들의 삶 속으로 출바알-!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살펴보기 이전에, 승무원들이 어떻게 일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승무원이 어떻게 일하는지를 판교 기획자가 어떻게 아는가!
주변 지인들을 동원해 승무원을 인터뷰할 수도 있겠지만, 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바로 유튜브에서 승무원 브이로그 시청하기!
참 좋은 세상이다. 방구석에서 지구 반대편을 비행하는 승무원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세상이라니. 외항사, 내항사 가리지 않고 여러 승무원 브이로그를 살펴보면서 승무원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예상했던 대로, 승무원은 판교의 기획자들과는 굉장히 다른 삶을 살고 있었다. 승무원의 업무에 있어서 새롭게 알게된 사실을 적어보았다.
- 승무원은 크게 비행기에서 일을 하는 항공직과, 지상직으로 나뉘며,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비행하는 승무원이 바로 항공직 승무원이다.
- 한 달에 한번 ‘로스터’라는 비행 일정표를 받는데, 이것으로 본인의 비행 스케줄을 확인할 수 있다.
굉장히 불규칙적인 생활을 한다. (수면패턴, 식사패턴 모두 불규칙해서 항상 피곤하다)
- 비행 후에 다른 국가/도시에서 잠시 체류하는 것을 레이오버라고 한다.
- 레이오버 중에 나가서 여행을 하기도 한다. (꼭 여행을 해야한다는 심리적 부담감이 있을 수 있다.)
- 카트를 구성하거나, 기내식을 준비하는 등 체크할 게 많다.
- 나라별 체류비를 소지하는데, 이를 퍼듐이라고 한다.
생각보다 승무원들은 훨씬 불규칙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이 때문인지 퇴사 브이로그를 찍은 승무원들도 많았다.)
그리고 매달 본인이 어떤 국가로 언제 비행을 하게 될지 스케줄이 나오며,
그 전까지는 모른다는 점도, 일반 직장인들과는 많이 다른 생활패턴이라 흥미로웠다.
승무원의 업무가 일반 직장인과 굉장히 다른 만큼,
승무원을 위한 서비스에는 그에 특화된 기능 제공이 필요할 거라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승무원을 위한 서비스에서, 승무원의 가장 큰 니즈를 해결해줄 수 있는 핵심 기능은 무엇일까?
일반 직장인과 가장 큰 차이라고 볼 정도로 승무원에게 가장 필요한 기능이다.
스케줄 관리는 아래와 같은 기능을 포함할 수 있어야 한다.
로스터로 전달반은 한달 치의 스케줄을 쉽게 입력할 수 있어야 한다.
나의 비행 업무, 지상 업무, 개인 일정을 모두 기록할 수 있어야 한다.
나의 한달 치 업무 시간을 알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 액션이 쉽고 빠를 수록 어플에 효용감을 느낄 것이다.
비행시간을 직접 입력하는 것보다는, 비행편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비행 시간과 국가가 입력되는 것이 더 편하고, 그 보다는 자신의 스케줄(로스터)을 올리기만 하면 바로 반영되는 것이 제일 편하다.
필자가 지상직 승무원 지인과 약속을 잡을 때에 신기했던 점은 한달치 스케줄이 이미 나와있고, 그 비어있는 시간에만 지인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러다보니 “ㅁㅁ아, 17일 저녁 돼?” “아 나 그날 근무 ㅠㅠ” “OO아, 이 날은?” “아 나 그날은 야간이야” 등등… 몇번의 핑퐁을 거치며 겨우 날짜를 잡을 수 있었는데! 어차피 근무 일정이 정해진 거면 처음부터 공유를 하면 훨씬 편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친구도 친구지만 연인이나 가족 같은 경우에는 일정을 물어볼 일이 매우 많을 텐데, 그럴 땐 아예 승무원의 스케줄을 언제든지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이 필요해보였다.
사실 그 외의 기능들은 핵심이라기 보다는 Nice To Have! 있으면 좋은 기능들을 떠올렸다.
이 기능들은 보통 ‘다른’ 국가들로 이동해야하는 승무원의 직업적 특성에 기인한다.
당연히 다양한 국가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보니 국가별 기상 상황이나, 환율 그리고 시차도 계산이 필요했고 메신저 등을 통해 여러 국가 출신의 승무원들끼리의 소통, 연결을 이어주는 것도 사용할 만한 기능이다.
(외항사의 경우 모두가 카카오톡을 쓰지는 않으므로)
또 다양한 화폐를 사용해야 하다보니 가계부도 일반 가계부에서는 활용이 어렵고 다양한 화폐로 계산이 가능한 승무원용 가계부가 필요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뽑은 승무원의 니즈를 겨냥한 서비스가 실제로 있는지 살펴보았다.
조사해보니 한국에서 만든 Fly High 어플과 Roster Buster 라는 외국 어플이 가장 높은 순위에 있었다.
Fly High는 한국인 승무원을 타겟으로 한국어로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한국 승무원들이 보다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스케줄 관리, 환율 계산기 등 각종 도구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Roster Buster는 해외 서비스로, 만들어진지 10년이 넘은 만큼 굉장히 고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로스터를 앱으로 공유하기만 하면 별도로 비행편을 입력할 필요도 없이 앱 내에 일정으로 변환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승무원의 가족이나 연인이 승무원의 일정을 확인할 수 있도록 비승무원 계정 역시 제공하고 있었다.
필자는 해외 서비스이자 이미 기술력이 고도화된 Rost Buster 서비스보다는,
한국형 서비스인 Fly High가 제공하는 기능들에 좀 더 초점을 맞추어 개선점을 찾아보고자 했다.
Fly High의 IA를 그려보니, 주로 스케줄 그리고 친구와의 스케줄 공유 또 체크리스트, 급여 계산기, 가계부 같은 도구형 기능을 제공하고 있었다.
다만 한국형인 것을 제외하고는 다른 어플들과의 큰 차별점을 찾을 수 없었고, 아직 기능의 디테일은 잡혀있지 않은 듯 했다. (체크리스트 만들기나 동료에게 스케줄을 공유할 때 UX가 어려워서 필자들도 헤맸다는 사실…)
앞서 살펴봤듯, 승무원을 위한 앱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1) 스케줄을 쉽게 관리할 수 있도록하고 2) 스케줄을 쉽게 공유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Fly High는 핵심 기능이 아직 정교하지는 않다고 느꼈다.
승무원들에게는 비행일정이 정해지면 일정한 포맷을 가진 로스터가 나온다고 한다. Roster Buster의 경우 로스터를 업로드하면 바로 일정으로 정리되지만, Fly High는 날짜와 비행편을 편도로 각각 직접 입력해야하는 약간의 번거로움이 있었다. 이 과정이 아주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핵심 기능을 가장 편하게 구현한다면 유저들이 앱에 더욱 편한 사용성을 느낄 것이다.
Fly High에서는 비교적 편리하게 가족/지인들에게 일정을 공유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었다.
아울러 다른 승무원들을 친구로 추가하고 일정을 볼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하고 있었다.
다만, 다른 동료를 추가하고, 나의 캘린더에 동료의 일정을 불러오는 것이 조금 어려웠다.
친구를 불러오는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고, (스케줄 불러오기라고 표현했어도 좀더 쉬웠을 것 같다)
토글처럼 on/off로 친구를 선택하는 것도 처음에는 사용법을 인지하지 못했다.
IT 리터러시가 높은 기획자가 어렵다고 느꼈다면, 다른 사람들은 더 헤맸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UX를 불편하게 제공하는 데에 분명 레거시한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만,
꼭 개선되어야 하는 포인트로 느껴졌다.
핵심 기능을 잘 제공하는 것이 경쟁력 있는 서비스가 되는 것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Roster Buster 같이 글로벌 서비스가 고도화된 기능을 제공하는 한, Fly High가 국내 승무원들을 소구하려면 좀 다른 방향에서 경쟁력 있는 기능들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몇가지 아이디어를 생각해보았다.
사실 대한민국의 승무원으로 사용자를 한정하면, 확장성이 매우 낮다. 통계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객실 승무원은 총 1만 3000명이다... 더 많은 사용자가 앱을 사용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승무원 외의 사람들을 서비스에 유입시킬 전략이 필요하다.
그러한 의미에서, 승무원의 가족과 연인을 신규 사용자로 유입시키는 전략을 제안한다. 실제로 Roster Buster 같은 경우에는 가족 계정을 제공하고 있다. 다만 여기에 좀 더 감성을 더해서 현재 승무원인 나의 가족 또는 연인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서로 간의 interaction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제공한다면 더욱 매력적인 앱이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보면, 많은 승무원들이 비행기록, 비행일기를 남기고 있었다.
그 만큼, 이번 달에 내가 비행한 곳을 기록하고자 하는 니즈가 있다고 보았다.
이렇게 기록을 남기고 타인에게 공유하고자 하는 니즈를 공략해서,
이번 달에 여행한 국가를 이미지로 저장하거나 공유할 수 있게 한다면 어떨까.
추가적으로 이번달에 비행한 시간이나, 비행한 거리 등도 기록에 보여줄 수 있게 말이다.
사용자가 이미지를 공유하게 되면, 바이럴을 통해 다른 승무원들이 앱을 사용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필자의 지인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비행 기록을 보았는데, 예뻐서 어플로 만든 줄 착각을 할 정도였다!)
사실 Fly High에는 여러 개선 포인트가 있기도 하지만, 국내에서는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어플이기도 하다. 어떻게 이 서비스를 출시하게 되었는지 그 계기와 함께 Fly High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방향성에 대해서 더 알아보고 싶었다.
그래서, 우리는 Fly High 앱을 운영하고 있는 쿠발토(CUBALTO)의 대표를 만나 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대표님과의 커피챗이 성사되면, Fly High 서비스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를 들고 오겠다.
See You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