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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쪼렙 서비스기획자 Dec 18. 2023

이사는 왜 이렇게 우릴 힘들게 하는가

오늘의 집 이사 서비스 분석 1탄

필자는 ‘이사’라는 단어만 들어도 스트레스 수치가 상승한다. 이사 업체를 직접 발품 팔아 알아봐야 하는 등 챙길 부분이 너무나도 많다. 그리고 업체마다 내주는 견적도 너무 달라서 사회 초년생이라면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삿날에 할 일


심지어 이사 서비스가 불만족스러워도, 교훈으로 삼을 만한게 없다! 왜냐하면 이사는 2년에 한 번 정도 발생하는 이벤트이기 때문에 ‘에이 똥 밟았네’ 하고 일회성으로 끝나는 게 일쑤이기 때문이다.


웬만해서 다 편해진 시장에서 왜 이사는 아직도 이렇게 불편한 일이고,
이를 편하게 해결해주는 서비스가 없는 걸까?

이 답답한 궁금증에서 시작해 이사 시장을 분석을 시작해보니, 1년 전부터 오늘의 집이 이사 서비스를 런칭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번 글에서는 오늘의 집이 이사 시장에 분석한 이유와 어떤 전략을 펼치고 있는지 공부해본다.



들어가기 전 이사 시장 지식 채우기

이사에는 포장여부에 따라 포장이사, 반포장이사, 일반이사, 용달이사 총 4가지로 구분된다.


포장이사: 모든 이삿짐을 포장해 새집으로 옮긴 뒤 이사 전의 모습으로 세팅까지 해주는 서비스

반포장이사: 포장한 이삿짐을 새집에 풀어주되 세부적인 정리는 배제한 채 진행하는 서비스

일반이사: 포장을 제외한 이삿짐의 운반만을 포함한 서비스

용달이사: 원룸, 오피스텔 등 소규모 이사에 적합한 서비스로 1.4톤 내외의 소규모 용달차량을 동반한 이사 서비스


전체 이사 중 약 60%가 포장이사로 추정되기 때문에 포장이사에 좀더 초점을 두고 이사 시장에 대해 알아보자. 포장이사 시장은 상당수가 자영업자이고, 현금결제를 주로 하기 때문에 시장규모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 매년 500만 건 정도의 전입신고 수를 바탕으로 약 3조에서 3조 5000억 원이라고 추정하고 있으나 (2020년 기준) 실제 업계에서는 약 20조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우리가 이사업체라고 생각하면 떠오르는 영구크린, 이사몰은 매우 대형의 업체이고 사실은 3~5명의 중소업체가 대부분이다. 영구크린, 이사몰 같은 대형 업체는 포장이사 서비스 제공과 함께 이들에게 이사 건을 전달해주는 주선업을 겸하고 있다. 이사를 원하는 고객이 이 업체를 찾아 연락을 하면, 대형 업체가 직접 진행할지 주선할지 결정을 한다.


만약 직접 진행하지 않고 중소 업체를 주선하기로 결정하면, 해당 이사건을 중소 업체로 이관하고 이 과정에서 계약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중소업체로부터 주선 비용을 취득한다. 이사건을 이관 받은 업체에서는 인력, 집기, 차량 수를 바탕으로 견적을 제안한다. 고객이 해당 견적에 합의하면 이사 계약을 채결하며, 이후 서비스를 진행하고 나서 비용을 수령하면 한 건의 이사가 종료된다.


하나의 이사가 진행되기까지의 단계


이사 종류마다 특징이 다르겠지만 포장 이사 시장에는 아래와 같은 한계가 존재한다.


(1) 치열한 광고경쟁

포털에 ‘이사’ 라고 검색했을 때 상위에 노출되기 위해, 이사업체들은 수백에서 수천만 원을 들여 광고를 하고 있다. 심지어 직원 수가 3~4명밖에 되지 않는 소규모 이사 업체에서도 월 수익의 절반 가까이를 이 광고비로 소진하고 있다.

구글에 '이사업체' 검색


(2) 계약은 중소업체의 능력 껏

대형업체에 들어온 이사 건을 중소업체에 주선해줄 때 계약이 확정된 상태가 아니다. 중소업체는 일단 주선하는 것에 대해 주선 비용을 지불하고 이후 견적사원 등을 통해 능력 껏 계약을 따내야 한다. 그리고 따낸 계약에 대해서는 대형업체에 수수료를 지불한다.


(3) 시장 관계자 간의 불신

대부분 수기로 이루어지는 계약, 현금결제 선호, 정량화되지 않은 견적 등 프로세스 내 가려진 영역이 많은 깜깜이 시장이며, 이는 시장 관계자 간의 불신으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가맹점이 계약을 성사시켰음에도 불구하고, 대형업체에는 계약을 실패했다고 알린 뒤 수수료를 지불하지 않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오늘의 집은 왜 이사 시장에 진출했을까?

이사 시장의 가치사슬을 보면, 꽤나 까다로운 시장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집은 이사 시장에 진출했다는 것인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1) 사업 다각화가 필요했다.

많은 스타트업이 그렇듯, 오늘의 집 역시 2022년 기준, 사상 최대 매출 달성에도 적자 폭이 확대된 상태였다. 이에 따라 자회사 인수를 통한 사업 확장으로 수익 다각화를 시도했다. 21년 8월에는 모바일 집수리 서비스 ‘집다’를, 11월엔 싱가포르 온라인 가구 플랫폼 ‘힙밴(Hipvan)’을 인수했다. 22년 1월에는 폐기물 수거 서비스 ‘오늘수거’를 운영하는 테크 스타트업 어글리랩에 5억원을 투자했다.


이사 서비스를 시작한 것도 사업 다각화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만년 적자 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가 필요해진 것이다.

시사저널e

2) 이사 시장의 규모가 크다.

앞서 보았듯, 이사 시장은 현금 결제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정확하게 시장 규모를 알 수는 없지만, 위에서 말한 것처럼 매년 500만 건 정도의 전입신고 수를 바탕으로 약 3조에서 3조 5000억 원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사라는 것은 각각의 가구가 적어도 한번씩은 필수적으로 소비해야 하는 분야다. 게다가 이사는 한 두푼으로 할 수 없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객단가가 세다. 이렇게 볼 때, 시장 점유율을 높였을 때 차지할 수 있는 절대적인 파이가 크다는 판단이 가능하게 된다.


3) 이사 플랫폼의 온라인 침투율이 낮다.

2021년 기준, 매출이 공개된 이사 전문 플랫폼 Top 4의 매출을 합하면 약 230억원 정도이다.(위매치다이사, 24번가, 센디, 짐싸) 전체 이사 시장이 3조라고 할 때 온라인 침투율은 1프로가 채 되지 않는다. 그만큼 전체 이사 시장에서 온라인 이사 플랫폼이 차지하는 비율은 미미하기 때문에, 앞으로 온라인 전환이 일어나는 경우 빠르게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4)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니즈가 있다.

플랫폼 서비스는,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하는 양면 시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이해관계자의 니즈를 충족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시장이 크고 온라인 침투율이 낮다고 하더라도, 관행에 그 누구도 불만이 없다면 디지털 전환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크게 이사를 진행하는 소비자 관점과, 이사 업체로 불리는 공급자 관점에서 살펴보자.


소비자 관점에서의 페인 포인트

(1) 나의 이삿날에 가능한 업체를 모아보기 어렵다.
플랫폼의 도움 없이 이사 업체를 고르는 경우에는, 보통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아보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포털에서 검색을 통해 이사 업체를 알아보는 경우가 많다. 우리 지역에서 가능한지, 그리고 내가 원하는 날짜에 가능한지 확인하려면 직접 게시글을 보고 하나 하나 전화를 해봐야 한다.

(2) 이사업체에 대한 솔직한 후기를 확인할 수 없다.
거의 대부분의 블로그 후기가 그렇듯, 홍보성 게시글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실제로 좋은 이사업체인지 확인하기가 어렵다. 필자의 경우에도 실제로 이사를 진행해준 기사 아저씨가 그렇게 만족스럽지 않았다.

(3) 가격을 비교하기 어렵다.
1번과 같은 맥락으로, 소비자가 직접 발품을 팔아 이사 업체를 조사해야 하다보니, 가격도 직접 물어보거나 견적을 따로 따로 받아야 한다. 굉장히 수고스러운 일이다.
공급자 관점에서의 페인 포인트

(1) 광고비를 많이 낸다.
이사 업계는 생각보다 영세 업체와 기사에게 불리한 구조다. 특히 광고비에 대한 부담이 큰 편인데, 앞서 언급한 이사 업계의 독특한 구조에서 기인한다. 대형 업체에게 견적 문의가 들어오면, 직접 진행하지 않는 이사 건에 대해 영세 업체로 이관하게 된다.
그런데 이사 업계의 경우 광고 경쟁이 매우 심각하기 때문에 대규모 포장이사 업체들은 광고에 엄청난 규모의 예산을 투여하고 있기 때문에 광고비를 함께 부담하는 업체에게 이사 건을 주선한다.

(2) 계약 여부와 상관 없이 업체에 주선 비용을 내야 한다.
더욱이, 이사 건을 이관 받은 업체에서는 그 대가로 주선 비용을 업체에 지불해야 한다. 이는 계약 여부와 상관 없이 지불하는 돈이기 때문에 만약 계약이 성사되지 않으면 그대로 날리게 된다. 따라서 주선 받은 주문을 실제 계약까지 연결시키는 것은 각자의 재량이다.


5) 자사 사업과의 시너지를 노릴 수 있다. 


오늘의 집은 인테리어 커뮤니티에서 시작해 커머스를 붙인 대표적인 버티컬 커머스 서비스이다. 아무래도 인테리어 관련 상품 구매를 고려하고 있는 고객은 집을 옮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른 서비스보다 잠재고객을 유입시키는 데에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여기에 입주 청소와 인테리어 시공까지 붙이게 되면 이사부터 인테리어 시공까지 하나의 플랫폼에서 가능하게 된다.


오늘의 집은 인테리어 커뮤니티에서 시작해 커머스를 붙인 대표적인 버티컬 커머스 서비스이다. 인테리어 관련 상품 구매를 고려하고 있는 고객은 집을 옮기는 잠재 고객일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른 서비스보다 잠재고객을 유입시키는 데에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여기에 입주 청소와 인테리어 시공까지 붙이게 되면 이사부터 인테리어 시공까지 하나의 플랫폼에서 가능하게 된다.



요약: 어렵지만, 그만큼 매력적인 시장


지금까지의 분석으로 보면, 이사 시장의 경우 시장 규모와 낮은 온라인 침투율로 봤을 때 성공 시에 차지할 수 있는 파이의 절대적/상대적 크기가 큰 편이다. 게다가 시장의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 현재 상황에서 페인 포인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기존에 인테리어 관련 커머스 선두주자인 오늘의 집이 자사 역량을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한다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사 시장은 O2O 활성화 난이도가 가장 높은 산업 중 하나이다. 2017년에는 다음 부동산이 ‘이사’ 섹션을 추가하고 위매치다이사와 콘텐츠 제휴(CP)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한 바 있으나, 겨우 1년 만에 계약 만료를 이유로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사와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이는 부동산 중개 플랫폼도 마찬가지다. 다방은 2014년에 이사 견적 서비스를 제공했으나 중단했다.


어려운 시장에 뛰어든 오늘의 집. 잘 하고 있을까?

다음 편에서는 이사 플랫폼을 시작한지 벌써 1년이 된 시점에, 중간점검을 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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