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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쪼렙 서비스기획자 Sep 26. 2021

SaaS 기획자가 생각하는 메타버스

"이러다가 메타버스에서 일도 하겠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2021을 대표하는 키워드 중 하나가 바로 메타버스 아닐까. Roblox가 뉴욕 증시에 상장하는 첫날 시가 총액은 460억 달러를 돌파했고 메타버스에 관한 각종 콘텐츠가 쏟아졌다. 그러나 메타버스가 주목받는 건, 단순히 "미래에 있을 혁신에 대한 기대감"때문만은 아니다. 메타버스는 이미 진행되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메타버스는 다가오는 미래가 아니라 현실이다.


애초에 메타버스 붐에 중심에 있던 Roblox 서비스에는 이미 미국 16세 미만 청소년의 절반 이상인 55%가 로블록스에 가입해 있다. 비단 미국 아이들 뿐만이 아니라, 우리 부서 동료의 8살배기 딸도 로블록스에 푹 빠져있다고 한다. 디지털 네이티브인 Z세대들은 이미 메타버스에 메며든 것이다..!


메타버스, 그냥 재미있는 서비스인가?


여기서 주의할 점은, 메타버스가 단순히 SNS처럼 일종의 게임, 모임이 가능한 네트워킹 서비스로 인식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메타버스는 틱톡과 같은 서비스가 아니고, 모바일 앱과 같은 플랫폼에 가깝다.

메타버스를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유저들이 사랑하는 오락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도 있고,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는 협업툴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수련회 교관 모드)


메타버스와 협업툴


그래서, 오늘은 SaaS 기획자로서 메타버스에서
새로운 SaaS 시장을 개척하려고 기회를 엿보는 다양한 서비스들을 조사해보았다.


1. 메타폴리스


#직방, 이제 가상 오피스도 분양합니다.


부동산 플랫폼만큼 현물이 필수인 서비스가 있을까. 그러나 직방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비대면 업무 협업 툴인 '메타폴리스' (Metapolis)를 출시했다.

이미 COVID-19 이후, 직방은 본사 건물을 없애고 전사 영구 재택근무로 전환한 바 있다. 7월 1일 부로 직원들은 서초구 본사를 그대로 구현한 '메타폴리스' 내 오피스로 출근하고 있다는 것. 내부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플랫폼을 앞으로 협력사에게 개방할 생각이라고 한다.


#상품화는? 아직까지는 글쎄...


그러나 아직까지 비즈니스 모델이 구체화되지 못했기 때문에 업무 협업툴로서 상품화되지는 못했다. 최근에는 롯데 건설이 직방과 MOU를 맺고 메타폴리스 사업 모델을 구축하고자 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돌아가는 상황을 대충 보니, 직방이 메타폴리스에 구현한 부동산을 직접 분양하는 형태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도시 형태의 Metapolis는 현재 한 섹터 정도가 구현된 상태다. 여기에 지어진 30층 건물 중 4층과 5층을 직방이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메타폴리스: 업무용도에 초점을 맞춘 메타버스


메타폴리스는 오락, 네트워킹보다는 철저히 업무용도에 초점을 둘 예정으로 보인다. 안성우 직방 대표는 "메타버스가 최근 뜨고는 있지만 실체가 무엇인지 정의는 아직 부족하다”면서 “직방의 경우 메타폴리스는 철저히 일하는 곳이라는 데 초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어떻게 동작하는 서비스인지는 아래 기사로 더 자세히 확인해보자.


2. 게더타운


#요즘 뜨는 협업툴이라면 이거지


어쩌면 '이게 메타버스야?'라고 생각하는 독자들도 있겠으나, 메타버스가 꼭 3D일 필요는 없다. 게더타운이야말로 현존하는 협업툴 중 가장 성공한 서비스 아닐까. 게더타운의 성공 요인을 감히 분석한다면, 덜 혁신적이고, 더 재미있다는 데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재미와 간단함을 추구하는 MZ 세대 직장인들에게 딱 먹혀버린 것.


#가볍다


제페토와 같은 3D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다보면 가장 킹받는 점이 바로 '앱이 너무 무겁다'는 점이다. 애초에 메타버스에 익숙한 10대 학생들이라면 익숙할 수도 있겠으나, 직장인들에게 이런 서비스는 부담스럽다. 게더타운의 특징은 여타 메타버스 서비스들과 달리 8비트로 구현된 2D 인터페이스라는 점. 일하는 데에 꼭 3D 아바타가 필요하지는 않다. 게다가 별도 프로그램 설치나 회원가입 없이 브라우저에서 바로 이용 가능하다.


#재밌다


게더타운은 협업툴 치고는 재밌다. 접속 시 자신의 아바타를 원하는 대로 꾸밀 수 있고, 2D 인터페이스는 90년대 오락 게임을 연상시킨다. (게다가 실제로 테트리스 같은 게임도 가능하다;)

아무래도 Zoom과 같은 화상회의 서비스는 오로지 화상에 집중하기 때문에, 특정한 목적을 기반으로 회의실을 생성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게더타운은 자신으로부터 가까이 위치한 사용자와 화상 통화를 하다가 사용자로부터 멀리 떨어지면 자동으로 화상기능이 꺼지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상주하면서 필요할 때에만 대화할 수 있다는 점이 마치 실제 오피스와 같다. 바로 이 점이, 게더타운을 메타버스 서비스라고 부를 수 있는 이유 아닐까.

 

3. Horizon Workrooms


#다른 메타버스 협업툴이 일반커피라면, 나는 T.O.P야


Facebook이 출시한 호라이즌 워크룸 (Horizon Workrooms)은, 단순히 모니터로 메타버스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아니라 Facebook이 판매하는 오큘러스라는 VR 기기를 이용해야 하는 밀도 높은 서비스다.

VR 기기를 사용해야 하는 점이 번거롭기는 하지만, 실제 회의에서 PPT 발표를 하거나, 화이트보드에 메모를 하는 행동이 모두 실제 회의와 똑같은 느낌이라고 한다. Zoom에서는 아무래도 모니터의 한계가 있으므로 한번에 여러 개의 화면을 띄울 수 없지만, 메타버스 플랫폼을 이용한 워크룸에서는 홀로그램을 띄우듯이 한 번에 여러 화면을 공중에 띄우고 함께 확인할 수 있다.


#VR에 현실세계를 더해, 진정한 업무 협업툴로


리서치를 하면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VR이기는 하지만 현실 세계와 연동이 된다는 점이었다. 아무리 회의를 하다보면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을 메모하거나 개인적으로 다른 자료를 볼 수도 있는데, VR에서 그게 가능할지 의문이었다. 워크룸은 VR 기기를 착용해도 현실 세계의 키보드와 모니터를 볼 수 있도록 해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오큘러스 기기로 개인 책상을 훑는 방식인데, 궁금하다면 자세한 내용은 아래 유튜브를 참조해보자.
Youtube: https://www.youtube.com/watch?v=gHIrIPnX4G8 


마크 주커버그: 메타버스에 진심인 자


Facebook의 지난 행보를 보면, 메타버스 플랫폼 환경을 이용한 업무 협업툴 출시는 놀라운 행보가 아니다. 이미 Facebook은 약 7년 전에 VR 기기 오큘러스를 인수했고, 2019년에 메타버스 플랫폼 'Horizon'을 출시했다. (그렇다. 워크룸 역시 Facebook Horizon에서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앱들 중 하나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이제 페이스북을 소셜미디어 회사가 아닌, 메타버스 회사로 인식하도록 효과적으로 전환해 나가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지금 메타버스에 매우 진심이다.


메타버스가 업무 방식을 바꾼다? But when?


메타버스가 미래에 있을 서비스가 아니라, 이미 우리 곁에 있는 서비스인 것은 맞다. 그리고 미래에는 단순히 곁에 있는 서비스가 아니고 우리 삶을 바꾸게 될 것이라는 것도 maybe 맞다. 근데 그게 언제쯤일까? 우리는 언제쯤 모든 회사가 오피스를 없애고 가상 현실로 통근하는 시대를 맞이하게 될까?


솔직히 말하자면 아주 멀었다.


기업은 재밌자고 무언가를 벌이지 않는다. 철저한 계산 속에 일이 돌아간다. 최악의 코로나 사태에도 여전히 많은 회사들은 재택근무로 전환하지 않았다. 개인적인 체감 상 직방과 같은 특이 케이스가 아니라면, 혁신적일 것 같은 스타트업일 수록 매일 오피스 근무를 하고 있었다. 오히려 대기업일 수록 VPN등의 보안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어서 재택근무가 활성화된 것 같기도 하다.



요는, 메타버스의 도입이 오피스 근무나 줌 활용보다 이득이란 판단이 서지 않는다면 이미지 메이킹이 아닌 이상 메타버스에서 직원들이 일하도록 하지 않을 거란 얘기다. 게다가 한국은 일본 등 타 국가보다도 유료 SaaS 도입에 적극적이지 않다는게 업계의 생각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롯데건설이 메타폴리스를 업무 현장에 도입한다는데, 과연 보수적인 건설업에서 비대면 업무 플랫폼을 사용할까? 보수적인 기업이미지를 쇄신하려는 이미지메이킹 한스푼이 아닐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당장 움직이는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부터 SaaS업계가 지금부터 메타버스에 대응하고 있는 이유는, 떠오르는 시장에서의 우위역량 확보일 것이다. 메타버스는 많은 기술력과 자본이 필요한 만큼, 빠른 시장 진입이 중요하다. 게다가 SaaS 프로덕트의 경우 보안성과 안정성까지 고려해야 한다.




2019년 14조 규모의 협업툴 시장은 연평균 13%씩 성장해 2028년엔 32조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출처: 그랜드뷰 리서치) 메타버스로 SaaS 시장의 판도가 바뀌어버린 다음에 진입할 때에는 이미 늦었다. 초거대 기업인 Facebook도 7년 전부터 오큘러스를 인수했다!!  IT 기업들은 미래의 거대한 파이를 먹기 위해서 지금부터 전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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