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감사해요~ 잘 있어요~ 다시 만나요
내게 순수와 희망이 넘치던, 속세에 하나도 찌들지 않았던, 걱정거리라고는 없었던 그 시절. 어느 날 저는 학교에 지각을 했어요. 그런데 그게 부끄러워서 울었던 적이 있습니다. 등굣길 옆 과수원에서는 잘 익어가는 과일 향기가 느껴졌고, 길 위에는 저 말고 아무도 없었습니다.
하루의 시작에 뒤처졌다는 조급한 느낌을 꾹꾹 누르며 최대한 씩씩하게 학교로 걸어가고 있었는데, 자꾸만 눈물이 날 것 같았어요. 책임감 때문인지 친구들과 선생님의 반응이 걱정되었던 건지 초조한 마음은 자꾸만 커져갔고, 주위엔 아무도 없었습니다. 울어도 되겠다. 울어버릴까? 지금 울어버려야 학교에 가서 울지 않을 것 같아, 있는 그대로 감정을 쏟아냈습니다.
왜 그 기억이 아직 남아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소소한 해프닝들이 지나가던 하루들. 그날 하루를 아따맘마 만화로 그려본다면 해피엔딩으로 그려졌을 것 같아요. 제목은 <아리, 등굣길에 일어난 일> 맘껏 울어버리고 시작한 하루 끝에 집에 돌아와 아침의 일을 잊어버리고 개운한 목욕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아리. 달그락 거리는 주방 소리, 늘 함께하는 저녁 식사로 에피소드가 마무리되었겠죠.
어때요. 이렇게 하니까 하나도 슬프지 않죠. 아따맘마는 이것처럼 저에게 반창고와도 같은 만화였어요. 모든 일들은 하나의 재밌는 사건이 될 수도 있다. 사소하지만 그 속에 행복이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던 만화였습니다.
아따맘마에 나오는 인물들은 예쁘거나 멋짐이 강조되지 않아요. 평범하게 생긴 외모에 당시의 저처럼 칠칠맞으면서 순수한 성격의 캐릭터들이 하루를 보내는 평범한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한애숙, 오영복, 오아리, 오동동
이 4명의 캐릭터가 주인공이에요. 그중에서 가장 좋아했던 아이는 오아리(일본 이름 : 미깡) 였어요.
아리는 고등학생으로 등장하는데, 테디베어 만들기 취미가 있고 약간 게으르며 같은 반 남자애를 좋아하는 아이였어요. 손재주가 좋아서 가방도 잘 만들고 요리도 잘한답니다. 미래에 나를 사랑해 주는 남편을 만나, 멋진 집을 아기자기하게 꾸며놓고 사는 로망이 있는 고등학생 소녀예요.
아따맘마는 공감할 수 있는 "진짜" 에피소드가 많아서 좋았어요. 사소한 반찬투정이라던지, 친구들과의 우정, 가족 내에서 일어나는 평범한 일상들. 자칫 그냥 지나칠 수도 있고, 때론 엉뚱하고 때론 슬프고 답답할 때도 있지만 아따맘마는 그 일상 위에 낭만과 사랑이라는 필터를 한 층 덧씌웁니다.
사소한 일상이지만 "이게 행복이야"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어요.
가끔 실수해도 괜찮아.
엉뚱해도 괜찮아.
슬프고 힘들어도 괜찮아.
우린 가족이니까.
서로를 사랑하고 아껴주자.
매일매일을 재밌게 살자.
눈물도 있지만 웃음도 있는 게 인생이야!
그 시절 아따맘마는 제게 또 다른 집처럼 느껴졌어요. 내가 실수를 하고 온 날도, 지각을 하고 온 날도 아따맘마를 보다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았거든요. 이상하게 치유가 되는 시간이었어요. 만화를 보고 있지만, 거울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맞아, 맞아' 하다 보면 마음속의 스트레스가 눈 녹듯 사라졌어요.
지금 아따맘마를 다시 보면, 엄마인 한애숙이 힘듦을 긍정 파워로 이겨내고 뭐든 씩씩하게 살아내려 했음이 느껴집니다. 아빠인 오영복은 회사 생활에서의 고단함을 맥주 한 잔에 털어버립니다. 고민 얘기는 잘하지 않고 무뚝뚝하지만 순박한 사람입니다.
화자이자 주인공 오아리는 하고 싶은 것이 많고 낭만을 즐기지만 철없는 부분도 있어요. 무턱대고 긍정적인 면이 있는데,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남동생 오동동은 내성적이지만 침착하게 상황을 들여다볼 줄 알아요. 엄마 사랑을 듬뿍 받아 개인적인 면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배려심이 있고 생각이 깊습니다.
마음 한편에 선망의 대상이자 내 친구 같았던 아리언니보다 훌쩍 커버린 제가 이제 아리를 보며 피식 웃을 수 있게 됐어요. 시간이 참 빨라요. 언제 이만큼 컸을까요.
언젠가 가족을 이루게 되면 저렇게 투닥거리고 엉뚱하지만 솔직하게 대화할 수 있기를. 사랑과 다정으로 모든 구성원이 화합할 수 있기를. 그래서 언젠가 내 삶의 하루를 돌아봤을 때, 만화처럼 즐겁고 행복하기를... 생각하곤 합니다.
가끔은 거꾸로 생각해 보면 일이 쉽고 단순해져요. 고민을 하고 있는 '나'에 몰입하면 고민이 더 커지지만, 만화 속 세상에서 고민을 하고 있는 캐릭터를 보는 '제삼자의 시선'으로 이동해 본다면 그 상황 자체도 생각보다 재밌는 콘텐츠가 돼요.
힘든 일이 생겨도 '이 상황이 만화라면?' 하고 생각해 보면 꽤 재밌어요. 승화라고 하죠. 내 힘든 상황을 유머로 승화시키는 것. 그림일기를 그리거나 만화로 내 삶을 표현해 본다면 진지하고 굳은 태도가 가볍고 유연하게 변하는 것을 느껴볼 수 있어요.
그리고 모든 일은 다 지나가거든요. 하루하루만 두고 보면 엎치락 뒤치락이 심한 것 같은데 나중에 지나고 보면 모든 게 다 추억이 돼요. 시간이라는 모래 바람을 이길 수 있는 건 세상에 아무것도 없거든요. 나를 괴롭게 했던 것은 전부 모래 바람 속으로 가라앉을 거예요.
추억은 노을과 같아서, 대지의 모든 것을 아름답게 비춰줍니다. 빛나는 주황빛과 분홍, 보라의 환상적인 색감으로 황금빛 시간을 선사하죠. 지나고 보면 다 추억인데, 지금 우리는 왜 이렇게 진지하죠? Why so serious?
언젠가 다 지나갈 일이니까, 현재를 잘 살고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데 집중하려고요. 매일매일 가족들과 평범한 시간을 음미하려고 애쓰다 보면, 석양이 빛나는 어느 시기에 모든 추억들을 아름답게 비춰볼 수 있을 거예요. 별일 없는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자본주의 사회가 지향하고 강조하는 것 외에 우리 곁에 이미 존재하는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만화를 보면서 깨닫게 됩니다. <아따맘마>는 허구의 이야기지만 마치 그림자처럼 현실 세계를 반영하고 있어요. 공감하고 웃으며 만화를 다 보고 나면 '남은 오늘도 더 잘 살아가야지' 하는 느낌이 들어요. 대단한 것에서 행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내가 손 뻗으면 닿는 곳에 행복이 있다는 걸 나도 모르게 느끼게 되거든요.
좀 더 순수한 자신만의 행복을 찾고 싶을 때,
내가 살면서 뭔가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을 때
아따맘마를 찾게 됩니다.
무언가를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
가족과 평범한 시간을 함께 하는 것
같이 식사를 하는 것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진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는 것
일상을 만화처럼 그려보는 것
나만의 시간을 음미하는 것
열심히 속도를 내서 살아가는 동안,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 번쯤 점검해 보시길 바라며.
To. 또 다른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From. 아따맘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