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쟁이 강아지 커리지에게 배우는 용기와 사랑

가족을 위해서라면!

by 진주
커리지와 뮤리엘, 유스테스

처음 이 만화에 관심이 갔던 건 독특한 그림체 때문이었어요. 어딘가 빈티지한 느낌의 벽지와 대충 그린 듯 하지만 제각기 매력이 확실한 캐릭터들. 그리고 저는 '집'이 나오는 만화는 항상 집안 내부 묘사를 눈여겨보는 편인데, 창문과 식탁 같은 소품들도 개성 있게 느껴져서 마음에 들었던 작품입니다.


작품 '겁쟁이 강아지 커리지'는 보라색 강아지가 주인공이자 영웅입니다. 노란색 앞치마를 두른 할머니는 '뮤리엘', 심술궂게 생긴 멜빵 할아버지는 '유스테스'입니다. 주인공 커리지와 노부부는 허허벌판에 살고 있습니다. 허허벌판은 말 그대로 사막 같은 곳이며 노부부의 낡은 2층집과 풍차 1대가 전부인데요. 이 허허벌판에 괴상한 일들이 자꾸만 벌어집니다. 빌런들이 찾아와 할머니를 납치해 가고 할아버지를 괴롭히거나 때론 사이코급 정신이상자들이 찾아와 해를 끼치려 하죠.




예... 보시다시피 딱 봐도 이상해 보이는 놈(?)들이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해치려고 다가오는데요. 이상하게도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저 괴물들을 의심하지 못합니다. 할머니는 순수하시고 반응이 느린 편입니다. 커리지를 사랑하는 마음이 크지만, 커리지를 지켜낼 지혜가 부족합니다. 할아버지는 욕심과 의심이 많은 편이지만 정작 괴물들은 잘 의심하지 못합니다. 눈을 뜨고 있지만 눈먼 자들과 같은 이 두 사람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우리의 주인공 '커리지'가 나서야 합니다.


눈치가 빠르고 의심할 줄 아는 커리지는 맛있는 밥을 배불리 먹고, 할머니 품에서 잠드는 것이 제일 좋은 순수한 강아지지만 세상이 그를 가만두지 않네요. 커리지는 악당들이 다가올 때 꾀를 써서 거리를 두려 하거나 가족에게 위험을 경고하지만, 그들은 절대 말을 들을 생각이 없죠. 커리지는 점점 뚜렷하게 다가오는 악당의 그림자에 몸을 떨고 눈알이 빠질 듯 공포감을 느낍니다.


허거걱...!


불쌍한 강아지는 용기를 내야만 합니다. 이 허허벌판에서 커리지를 지켜줄 자, 아무도 없습니다. 사랑하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지킬 사람은 나밖에 없습니다. 맞아요, 커리지는 용기가 부족하고 소심하고 겁이 많습니다. 하지만 커리지는 가족을 지키고 싶습니다. 그래서 강아지답게 한 번 울부짖은 다음, 현실을 정면돌파하러 돌진합니다. 머리를 굴려야 합니다.


이 2층집의 다락방에는 아주 똑똑한 천재 컴퓨터 한 대가 있습니다. 지금으로 치면 'chatGPT'와도 같은 역할을 하는 이 컴퓨터는 커리지가 궁금한 것을 타이핑 쳐서 물어볼 때마다, 커리지를 놀리기도 하면서 항상 도움 될만한 말을 해주곤 합니다.


때론 컴퓨터에 물어보지 않고, 직접 맞짱을 뜨러 가기도 합니다. 그 과정에서 커리지는 처맞고 눈알이 팅팅 붓고 저 멀리 날아가 처박히는 등, 시련을 겪습니다. 정신이 나간 듯 '하하하하!' 하고 웃으며 시청자들을 바라봅니다.


어떻게든 가족을 구하려 '할무니~~' 를 외치며 달려가는 커리지를 보다 보면 슬며시 짠한 마음이 들게 됩니다. 할아버지는 커리지를 '멍청한 놈'이라며 놀립니다. 만화 제목은 '겁쟁이 강아지' 커리지입니다. 그런데 정말 커리지를 멍청하며 겁쟁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커리지를 영어로 하면 courage, 즉 '용기'입니다. 느낌이 오시죠?



커리지는 이 만화에서 가장 똑똑하고 용기가 많은 캐릭터입니다. 그 용기의 근원에는 항상 '가족을 위해서라면!'이라는 문장이 있죠. 보잘것없어 보이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커리지에게는 세상의 전부입니다. 그들을 위해선 이 한 몸쯤이야 불사를 수 있죠.


어두컴컴한 지하실에 들어가야 하는 일은 무섭습니다. 사리분별이 되는 커리지 이기에 저 너머에 위험이 있다는 것쯤이야, 털 끝으로 선명하게 감지할 수 있죠. 하지만 그 두려움을 타파해야 가족을 구할 수 있습니다. 커리지는 두려움에 울부짖다가 결국 손전등을 들고 아래로 내려갑니다. 두려움의 근원과 맞서 싸웁니다. 지혜롭고 치밀한 태도로 악당을 물리친 커리지는 평화를 되찾습니다.


<겁쟁이 강아지 커리지> 어떠신가요? 저는 진한 가족사랑과 용기에 대해서 느낄 수 있었어요. 가끔 보면 우리도 커리지 같지 않나요?


매일 돈을 벌러 가는 것은 힘듭니다. 나보다 높은 직급의 사람들과 부딪혀야 하는 것도 힘들고 업무를 잘 해내야 하는 것도 힘들고요. 회사생활이 아니더라도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신경 써야 하는 일이 되어 고달픕니다.


하지만 우리는 사랑하는 누군가를 위해서, 그런 일들을 기꺼이 감수하죠. 회사 가기는 싫지만 그렇게 번 돈으로 소중한 이들과 외식 한 번 하러 나갈 때, 누군가 갖고 싶어 했던 물건을 선물해 줄 때 뿌듯함을 느끼죠. 저는 천성적으로 강한 이빨을 타고난 포식자의 성향이 아니었어요. 세상을 잘 모르는 갓 태어난 송아지에 가까웠습니다. 제가 가진 것이 있다면 '끝내 버텨내는 질긴 마음''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회복 탄력성'이었습니다.


처음 마주한 회사생활은 매일이 고되고 스스로 무너지는 날의 연속이었습니다. 자책도 심했고 한심한 나 자신에게서 유체이탈하듯 벗어날 수도 없다는 사실이 괴로웠습니다. 하지만 종종 어린 시절 봤던 커리지를 떠올렸어요. 마치 커리지가 저와 닮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사회를 정글이자 약육강식의 세계라고 한다면, 저는 작은 동물이지만 어떻게든 지혜롭게 머리를 굴려 살아남으려고 했어요. 매일 자괴감에 무너지면서도 '내일은 더 나아져야지' 하며 이를 악물었습니다. 손톱이 자라는 것처럼 저도 눈치채지 못할 만큼 조금씩 성장했습니다.


수없는 반복 끝에 지금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을 수 있었어요. 물론, 아직까지도 월요일을 마주하는 것은 싫지만요. 커리지를 보면서 어떤 때에 용기 내는 것이 올바른가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사랑과 용기, 그 2가지 에너지만 잘 조절할 수 있다면, 인생 항해는 어느 정도 순탄하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제가 특별히 좋아하는 에피소드 3편을 소개하고, 이번 편은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즐겁게 읽어주셔서 늘 감사합니다.


어둠의 그림자

가족을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못된 그림자 악당을 마주하러 지하실로 들어가요.

그림자의 난폭한 모습에 깜짝 놀라 심장이 터질 것 같아요. 하지만 다시 한번, 용기를 내서 지하실 아래로 향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그림자 악당은 원래 사악한 부자 노인의 그림자였지만 연예인이 되고 싶은 꿈이 있었어요.

"저 하늘의 별이 되는 건 어때? 해볼 만하잖아!"

커리지의 말에 낭만적인 생각이라며 하늘로 올라간 그림자는 반짝이는 별이 되었답니다.






우울한 기억의 초상

할머니가 만든 바삭한 군만두로 점심을 먹던 커리지는 우연히 우유팩에 실린 강아지 실종 광고를 보게 됩니다. 잊고 살던 슬픔을 갑자기 떠올린 커리지는 어린 시절의 기억에 꽂혀 망부석이 됩니다.


사고로 철장에 낀 아기 커리지를 꺼내기 위해 찾은 동물병원에서 수의사는 커리지의 부모님을 납치해, 우주선에 강제로 태워버립니다. 미치광이 수의사는 강아지들의 우주 생존 실험을 하고 있었지요.


아기여서 몸집이 작았던 탓에 가족을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슬픔에 빠져 쓰레기장에 덩그러니 주저앉아있던 커리지. 그때, 젊은 시절의 뮤리엘이 나타나 커리지를 품어주게 됩니다. 이때부터 할머니와의 인연이 이어진 것이죠.


망부석이 된 커리지가 이상해 노부부는 동물병원을 찾습니다. 거기서 다시 마주한 미치광이 수의사! 이번에도 그는 커리지를 우주선에 가두려고 하는데, 노부부가 이를 알아채자 노부부까지 우주선에 넣으려 하죠.


이때 순발력 있게 탈출한 커리지가 오히려 수의사를 우주선으로 밀어 넣어 복수에 성공합니다. 미치광이가 도착한 우주에서는 분노로 이를 갈고 있는 강아지들이 가득했죠. 물론 커리지의 부모님도요.






완벽한 커리지

유스테스 할아버지에게 실수투성이라고 혼이 나던 커리지 앞에 갑자기 웬 마녀 같은 선생이 나타나, '완벽해지는 법'을 알려주겠다고 합니다.


완벽하게 걷기, 완벽하게 말하기, 그림 따라 에펠탑 만들기 등을 하였으나 커리지는 완벽하지 못했어요. 걸을 때마다 머리 위에 책은 우수수 떨어졌고, '항만청철창살'을 말하는 입은 내 입이 아닌 듯 말을 안 들었죠. 에펠탑은 느낌만 에펠탑일 뿐이었습니다. 마녀 교사는 에펠탑을 완벽하게 지은 수제자를 보여주며 커리지를 꾸지랍니다.


커리지는 점점 신경쇠약에 빠졌어요. 밤에도 악몽을 꾸고 정신이 오락가락했죠. 완벽해지려는 노력이 커리지를 좀 먹고 있었어요.


그러다 잠시 잠을 깨려 들어간 화장실에서 만난 물고기가 이렇게 말을 합니다.


"세상에 완벽한 건 없단다. 넌 지금 그대로가 최고야, 커리지. 완벽하진 못하지만 넌 뭐든지 할 수 있잖아"


용기를 얻고 다시 돌아온 수업에서 마녀 교사는 숫자 6을 완벽하게 써보라고 합니다. 요상한 그림을 그린 커리지에게 교사가 화를 내자, 커리지는 바로 그것을 접어 6을 만들어 냅니다. (천재 아냐??)


그러자 완벽하지 못한 커리지에게 화가 난 마녀는 스스로 녹아내리며 사라지고 맙니다. 허허벌판에 사는 완벽하지 못한 세 사람은 저마다 행복한 마음으로 저녁 식사를 합니다. 뮤리엘 할머니는 이렇게 말하죠.


"커리지, 내가 만든 과자 먹어볼래? 껌처럼 질기게 됐지만 그래도 풍선은 불 수 있잖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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