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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디매거진 숏버스 Apr 07. 2023

냄새를 맡고 싶어

영화 <뱀살> - 조영빈 감독

만약 자신이 좋아하는 것의 냄새를 맡지 못하면 손이 괴물처럼 변한다고 해보자. 그럼 당신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당연히 자신이 좋아하는 것의 냄새를 맡으려고 하겠지. 근데 그 대상이 사람이라고 해보자. 다짜고짜 당신이 좋아하는 사람에게 가 냄새를 맡고 싶다고 하면, 당신은 분명 미친 변태 취급을 받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냥 포기하기엔 당신의 손은 괴물처럼 변해갈 것이다. 자, 이제 당신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작품은 어릴 때부터 자신이 좋아하는 것의 냄새를 맡지 못하면 손이 괴물처럼 변해버리는 주인공 류를 보여 준다. 주인공은 대학교에 입학해서 한 선배를 짝사랑하게 되는데, 그의 냄새를 맡자 못하자 손이 괴물처럼 변해간다. 결국 주인공은 처음으로 자신의 모든 걸 그에게 고백 하기로 결정한다. 나는 작품 초반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의 냄새를 맡지 못하면 손이 괴물처럼 변해 버리는 주인공의 병과 좋아하는 것의 냄새를 맡으면 손이 말짱해 진다는 주인공의 병 치료 방법을 듣고는 주인공이 살아가는 데 큰 지장은 없겠다고 생각했다. 치료 방법이 별로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단순하게 좋아하는 것의 냄새를 맡으면 되는데 그게 왜 어려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병을 치료할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고 있는데 대체 뭐가 문제지라는 생각까지 들 때 쯤 주인공이 좋아하는 대상이 사람이고 주인공이 냄새를 맡아야 하는 대상이 사람이 되자 그 초반 생각은 완전히 날라갔다. 나는 작품에서 좋아하는 대상을 사람으로 정하기 전까지 까맣게 잊고 있었다. 애초에 감정이라는 게 사람과 사람이 가장 많이 나누는 것임을, 좋아한다는 감정은 사람이 사람에게 가장 쉽고 당연하게 가질 수 있는 감정이라는 것을. 여튼 주인공이 좋아하는 대상이자 냄새를 맡아야하는 대상이 사람이 되자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 주인공이 저 사람의 냄새를 맡아야 괜찮을텐데 다짜고짜 찾아가면 미친 변태 취급을 받을 것 같고, 그렇다고 냄새를 맡지 않으면 손이 괴물처럼 변하고. 정말이지 뫼비우스의 띠에 갇힌 것만 같았다. 그러다 주인공이 결국 그에게 모든 걸 고백 하기로 결심한 걸 본 순간 가슴이 너무 아팠다. 



평생 비밀로 간직하고 있던 나의 희귀병을 변하지 않기 위해 심지어 좋아하는 사람에게 솔직하게 말한다는 건 대체 어떤 마음일지 상상도 안 된다. 만약 내가 주인공이 였다면 세상을 너무 원망하고 하필 왜 나에게만 이런 병이 있는 것이냐고 악을 쓸 것 같다. 여튼, 이내 주인공은 자신의 변해버린 손을 보여주며 그에게 자신의 병을 고백한다. 이때 주인공의 손이 너무 섬뜩해서 속상하면서도 무서웠다. 오랜만에 감정에 대한 작품을 집중해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에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겠다고 느꼈다. 



인디매거진 숏버스 객원필진 3기 김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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