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집 속의 집 속의 집> - 전찬영 감독
영화에서 ‘가족’은 일단 도전해보기 좋은 소재다. 그것이 신파 영화이든, 적나라한 현실이든, 공감과 감동을 불러일으키든 말이다. 사랑 영화를 보는 관객 중에는 사랑을 해보지 않은 관객이 있을 수도 있지만 가족 영화를 보는 관객은 어떠한 형태로든 가족이라는 사회구성시스템 내에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한국은 큰 단위의 가족이 함께해 온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개인보다 단체, 그 중에서도 가족을 중요시 여기기에 가족 영화에 알맞은 조건이다.
영화 <집 속의 집 속의 집>은 가족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감독의 이야기를 그대로 카메라에 담아냈다. 값비싸고 다양한 촬영 장비도 아닌 캠코더로 감독 자신과 자신 주변을 녹화하는데 화면에는 그 어떠한 기교도 담지 않고 날 것 그대로를 보여준다. 내용은 단순하다. 아버지에 대한 감독 자아의 갈등. 감독의 아버지는 전형적인 가부장적 남성이다. 또한 무능하고 타인의 말은 귀담아 듣지 않는다. 세상이 자신의 중심으로 돌아간다. 감독은 이러한 아버지의 태도에 어릴 적부터 상처받고 자라왔다. 그런 아버지를 이해하고 싶지 않아 애써 무시해왔으나 결국 이해하고 싶은 자아의 충돌에 아버지와의 대화를 시도한다. 그러나 영화지만 영화같지 않게 결국 그들의 대담은 큰 성과 없이 끝나버린다.
무능하지만 고집은 세고 다른 가족의 말을 듣지 않는 아버지. 아버지로 인해 일평생 고생해온 어머니. 비정상적인 아버지에게 문제를 느끼지 못하는 남자 형제. 그런 가정 환경을 보며 아버지에 대한 분노를 키워와 성인이 되고서는 그것을 표출할 수 있게 된 여성 자녀들. 한국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가족의 모습이다. 특히나 여성 자녀가 완전하게 감정을 내보일 수 없는 점이 안타까운데 나이가 들어버린 아버지가 젊었을 때처럼 그 기운을 펼치지 못하고 가족들의 눈치를 보게 되기 때문이다. 감정의 골은 깊어질대로 깊어졌지만, 부모라는 이유로 다시금 마음을 눌러야 하는, 한편으로 결국에는 이해받고 사랑받고 싶은 자녀의 마음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감독 또한 영화 속에서 카메라를 통해, 다른 가족들의 증언을 통해 이러한 현실을 보여준다.
영화 내에는 거울이 계속해서 등장한다. 아빠와 감독이 각자 거울을 들고 서로를 비추기도, 동시에 공존하기도 감독이 스스로 거울에 비친 자신을 찍기도 한다. 감독은 자신의 아버지를 미워하면서도 결국 아버지와 닮은 자신을, 아버지가 이루어낸 자신을 자각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아버지를 보며 가장 싫어하는 본인의 모습을 마주하게 될까 두려워한다.
감독은 아버지를 미워하면서도 동시에 그만큼 사랑하는 듯하다. 그리고 현재 자신이 빠져있는 늪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버지와의 갈등 해결을 통해 이루어지리라 생각한다. 가장 이해하고 싶지 않은 아버지에게서 이해받음으로써 자신을 찾고싶어 하는 것만 같다.
영화의 첫 장면, 그리고 아버지와 감독이 함께 잠을 자는 장면에서 해당 장면이 축소, 반복된다. 집 속의 집 속의 집이다. 감독의 가족이 거주하는 집은 아버지의 집이다. 하지만 아버지는 자신의 집임에도 부엌에서 잠을 자려한다. 어머니와 다른 가족들은 아버지가 불편해 집 밖으로 나간다. 감독은 애증의 대상인 아버지를 보며 죄책감을 느끼기에 존재하지 못한다. 가장 편히 있어야 할 집이라는 공간에 가족 중 그 누구도 거주하지 못하고 있다. 집 속에 사람이 살아야 하는데 집 속의 집 속의 집 그 어디에도 사람이 살고 있지 않다.
영화 내내 답답한 집 안을 배경으로 답답한 가족의 이야기를 펼치다 마지막에는 앞선 전개와 상반되게 드넓은 겨울 바다가 등장한다. 겨울 바다에 들어가는 것은 아빠를 만나는 것과 비슷한 일이었덤 감독은 추운 바닷속에서 수영을 즐긴다. 그리고 들어가기 전에는 무서웠지만 어느 순간 익숙해져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아버지와의 관계도 그렇게 서서히 나아질 수 있을까. 그녀가 완전히 겨울 바다에 잠기지만은 않기를 바란다.
인디매거진 숏버스 객원필진 3기 송규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