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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디매거진 숏버스 Apr 15. 2023

봄바람 휘날리며

영화 <벚꽃 엔딩> - 황수빈 감독

이맘 때쯤 딱 예쁘게 만개한 꽃들을 보며 시험공부에, 입시에 매진한 기억이 있다. 남들은 벚꽃 밑에서 예쁜 옷을 활짝 웃으며 사진을 찍는데 나는 후줄근한 추리닝을 입고 터질 것 같은 백팩을 메고 독서실을 갔다. 그때 얼마나 슬펐는지 모른다. 나와 그 사람들의 모습이 달라도 너무 달라서. 대한민국의 입시는 곧 지금까지 네 삶을 증명 하라는 것과 같아 결과가 성공적이지 않으면 실패자라는 낙인과 함께 이 짓을 또 해야 한다는 생각에 무서워서. 하지만 이내 나는 봄노래를 틀었다. 그러면서 상상했다. 미래의 내가 저 벚꽃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을. 그래야 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벚꽃 엔딩이라는 말을 들으면 아마 우리나라 사람의 대부분은 봄바람 휘날리며~를 흥얼거릴 것이다. 봄마다 차트위로 올라오는 유명한 노래니까. 그래서인지 나도 이번 작품 제목을 보자마자 봄바람 휘날리며~가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그리고 난 이번 작품의 재생 버튼을 눌렀다. 내가 이번 작품을 보기로 이유엔 벚꽃 엔딩이라는 노래에 대한 추억도 있지만 그것보다도 이번 작품이 내가 객원필진으로 리뷰하는 마지막 작품이라, 딱 요즘 같은 날에 우리가 이별을 하게 되어 우리의 상황과 너무 잘 맞아서 보기로 결심했다. 



작품은 제목과 달리 겨울처럼 차가웠다. 벚꽃이랑 엔딩이면 여름인데 작품은 꼭 한겨울같았다. 작품은 독거노인을 차로 치어 죽인 후 보험사로부터 합의금을 받아 빚을 갚으라는 사채업자의 협박에 시달리는 주인공을 보여준다. 주인공은 불안해하며 타깃인 독거노인을 번번히 차로 치지 못하고 오히려 독거노인과 친해진다. 독거노인은 주인공에게 봄에 꽃이 피면 예쁘니 봄에 나와서 꽃을 구경하라고 하고, 주인공은 질색하면서도 은근히 좋아한다. 하지만 사채업자는 주인공의 엄마를 빌미로 주인공을 협박하고 주인공은 다시 독거노인을 치려고 하다가 결국 핸들을 꺾는다. 그리고 웃어 보인다. 



그때, 독거노인은 뇌출혈로 쓰러져 끝내 사망하고 주인공에게 편지와 함께 돈을 남긴다. 주인공은 노인에게 받은 돈으로 빚을 갚고 노인의 유해를 봄이 되자 같이 대화를 장소에서 뿌리며 잘 살겠다고 말한다. 봄에 하는 이별이 그렇게 끝난다. 봄은 꽃이 펴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랑에 빠지는 계절이기도 하지만 봄은 자살률이 가장 높은 계절로 이별을 마주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작품 속에서는 봄의 노인이 주인공에게 봄의 의미를 가르쳐주며 떠나고, 주인공은 홀로 남겨져 봄을 살아간다. 봄을 살아내고 싶은데, 그럴 자신이 없는 이들이 이걸 꼭 보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퍼니콘에서 독립 영화를 제공받아 글을 쓸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 우리는 이렇게 이별하지만 남은 봄을 각자 잘 살아내면 좋겠다. 안녕, 벚꽃 엔딩. 



인디매거진 숏버스 객원필진 3기 김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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