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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디매거진 숏버스 Feb 14. 2023

통속적이지만 훈훈한

영화 <딸들의 밥상> - 손희송 감독

영화 <딸들의 밥상> 중


세 명의 여자가 뜬금없이 노래를 부르며 등장한다. 뮤지컬 영화임을 암시하는 신이다.  각기 다른 곳에 있던 이들은 일제히 같은 곳을 향한다. 다다를 대상은 어머니다. 조여사네 세 딸 수연, 지연, 소연이 엄마의 시한부 판정 소식에 오랜만에 다 같이 엄마의 집을 방문한 것이다.              


영화 <딸들의 밥상> 중


부담이 앞서 대문 열기를 망설이는 세 딸을 엄마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활기차고 편안하게 맞이해 준다. 오랜만에 모인 세 딸은 추억이 깃든 집에서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해 어린아이처럼 경쟁하다 제각기 솜씨를 뽐내며 밥상을 차린다. 이윽고 딸들의 ‘자기 PR’ 시간.        

  

영화 <딸들의 밥상> 중


명문대를 졸업한 대기업 과장 첫째 딸, 살림 잘하는 둘째 딸, 자칭 코디네이터 멋쟁이 막내딸. 저마다의 자랑을 늘어놓은 뻔뻔한(?) 노래가 끝나고 딸들과 엄마는 밥상에 둘러앉아 식사를 하며 여러 얘기를 나눈다. 비교적 최근의 주변 일들에서부터 지나간 기억 같은 것들까지. 그러다가 첫째 딸 수연이 우연히 유년시절의 키를 기록한 흔적을 발견, 모두가 추억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영화 <딸들의 밥상> 중


엉성하지만 딸과 엄마 모두에게 각인되어 있을 춤. 이 댄싱 신은 엄마의 작고를 암시하는 신으로 전환됐다가, 이내 또 다른 댄싱 신으로 이어진다.           


영화 <딸들의 밥상> 중

엄마와 수연은 손을 마주 잡고 춤을 추며 언젠가 다시 만나자고 다짐한다.    


영화 <딸들의 밥상> 중

                         

그러나 춤은 흘러가 버린 옛 추억 혹은 상상. 머지않아 딸들은 현실로 복귀한다. 엄마는 이제 없다. 하지만 딸들은, 그저 슬퍼하고 한탄하지 않는다. 죽은 자에 대한 의례를 마친 딸들은 예전처럼 밥상에 모여 앉아 셋이서의 여행을 계획한다. 식구끼리 반목하지 않고 잘 지내는 것. 그것이야말로 엄마가 원하는 일일 테니.

     

영화는 모녀 관계에서 흔히 나타나는 (혹은 바람직하다고 여겨지는) 애정을 주제로 하고 있다. 일상적인 감정을 표현한 만큼, 다소 뻔하게 느껴질 수 있는 작품이지만, 그 뻔함이 관람을 방해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작품이 보여준 통속성이 매우 훈훈한 것이기 때문이다. 지극히 통속적이지만 그것이 싫지 않은 영화, 시대가 변화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세상에서 주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가족을 다룬 따듯한 단편이었다.


인디매거진 숏버스 객원필진 3기 최정민



** 영화 <딸들의 밥상>은 네이버 시리즈온, 왓챠에서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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