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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디매거진 숏버스 Feb 14. 2023

정상 가족이라는 이데올로기

영화 <1호 가족> - 김현승 감독


영화 <1호 가족>의 오프닝 시퀀스는 불임부부를 위한 출산 프로그램에 지원한 한 부부가 아기와 함께 센터를 탈출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도심을 벗어나 한적한 시골 마을의 한 주택을 계약하려는 남자와 여자의 얼굴에는 알 수 없는 깊은 수심이 가득하다. 그들은 도대체 무엇으로부터 왜 도망치려는 것일까?      


영화 <1호 가족> 중


시골 마을에 도착한 남자와 여자는 하자가 있는 집이라는 집주인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개의치 않아하며 당장 계약을 맺으려고 한다. 부부의 누추한 행색을 본 집주인은 그들을 의심스러워 하고 뒷좌석에 들려오는 아기의 울음소리로 인해 수상함을 눈치 챈다. 그리고 곧이어 이어지는 장면에서 드디어 이들이 도망치는 이유가 설명된다. 바로 차 뒷좌석에 몰래 숨겨온 아기의 등에 작은 날개가 달려 있던 것이다.      


영화 <1호 가족> 중


영화 <1호 가족>은 정상성을 강요하는 국가의 시스템에 저항하는 한 부부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날개가 달린 아기의 모습을 인정하지 않는 국가는 아기를 회수하기 위해 부부를 추적한다. 부부는 자신들을 좇는 국가라는 시스템으로부터 먼 길을 도망쳐 온 것이다. 하지만 계속되는 도주로 인해 몸과 마음이 지친 이들은 아주 작은 일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불안한 상태에 이른다. 이를 흔들리는 핸드 헬드 방식으로 촬영한 카메라 기법과 화면의 차가운 푸른 색감이 강조한다.      


영화 <1호 가족> 중


결국 남자는 아기의 등에 붙어있는 날개를 떼어내기 위해 칼을 든다. 하지만 날개는 좀처럼 쉽게 떼어지지 않고 칼은 오히려 남자의 손에 상처를 입힌다. 그리고 날개를 떼어내려는 장면을 목격한 여자의 말, 날개를 떼어내다 자칫하면 아기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듣고 남자는 어쩔 수 없이 그것을 그만두게 된다. 그리고 갑작스레 집을 방문한 집주인이 부부가 숨겨놓은 아기의 분유를 발견함으로써 이들은 경찰에 의해 아기를 회수당하고 끝내 가족은 해체된다.     


영화 <1호 가족> 중

 

<1호 가족>은 날개를 달린 아기가 태어나고 존재하는 다소 환상적인 판타지적 세계관을 그려낸다. 이 세계관 속에서 날개가 달린 아기는 비정상적인 것으로 규정된다. 그 이유는 왜일까? 아기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하늘로 날아가 버릴지도 모르지만, 그것이 회수의 이유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영화 <1호 가족> 중


영화 <1호 가족>은 이에 대한 정확한 이유를 끝내 설명하지 않는다. 관객들은 영화 속에서 그저 날개를 달린 아기가 다른 아기들과는 다르다라는 사실만을 발견할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현실 속에서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차별의 이유와 대상으로 낙인 찍히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봐오지 않았던가. <1호 가족> 속 날개의 존재는 외모나 장애 혹은 동성애 등의 모습을 띠고 우리의 현실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왔다.     


영화 <1호 가족> 중

   

따라서 <1호 가족> 속의 날개의 존재는 환상과 판타지적 장치로서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와 정반대라고 말 할 수 있다. 그러니까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우리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말이다. <1호 가족>이라는 영화의 제목도 여기서 의미가 밝혀진다. 정상성을 강요하는 세계 속 가족에 매겨지는 등급으로서의 1호. 가족 공동체에 마저 등급과 계급을 매기고 서로 경쟁을 부추기는 세계가 펼쳐진 것이다.      


영화 <1호 가족> 중

 

비록 영화 속 부부 가족은 국가에 의해 해체되지만 이로 인해 오히려 영화는 관객들의 영화 밖 현실을 자각시킨다. 마지막 장면 속 환하게 웃고 있는 부부의 미소가 섬뜩하게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 있다. 해체되어야 하는 것은 바로 사회가 규정한 정상성에서 벗어난 이들이 아니라 정상성이라는 이데올로기 그 자체라는 것을 상기시키는 영화 <1호 가족>. 이제는 미디어 속에서 보편적으로 그려지는 정상 가족에 대한 신화적 이미지 역시 의심해볼 시간이다.



인디매거진 숏버스 객원필진 3기 최정수



** 영화 <1호 가족>은 네이버 시리즈온, 티빙, 왓챠에서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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