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디매거진 숏버스 Feb 17. 2023

아빠와 아들에게 다가올
진정한 결말

영화 <디어 민구> - 이세영 감독


각종 미디어 속 방송 프로그램은 줄곧 자녀를 둔 남녀 부모의 모습을 정상 가족의 형태로 등장시켜왔다. 그러나 실제 가족의 형태는 미디어에서 등장하듯 늘 화목하고 이상적인 모습만 존재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영화 <디어 민구> 중


영화 <디어민구>는 부모가 이혼한 가정의 모습을 비춘다. 사업 실패 후 이혼을 한 민구는 일용직으로 어려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심지어 일을 마치고 동료들과 놀던 도중에 왼쪽 팔을 다쳐 겨우 유지하던 생계마저 더 어려워진 상태이다. 이때 아내 연주가 민구가 머물던 병원에 찾아와 며칠 뒤에 자신은 아들 지호와 함께 미국으로 떠날 것이라는 이야기를 전한다. 일방적인 통보에 민구는 화가 나서 무작정 지호를 찾아간다. 그리고 지호와의 관계를 개선해보려고 노력하지만 지호는 이미 부모님이 이혼한 사실로 인해 친구들 사이에서도 놀림을 받는 상황이다.     


영화 <디어 민구> 중


이 모습을 본 민구는 아들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해주려고 노력한다. 그것은 바로 지호가 좋아하는 축구 선수인 이동국 선수의 싸인볼을 받으러 가는 것이다. 하지만 이동국 선수로부터 싸인을 받을 수 있다는 자신을 쉽게 믿어주지 않는 지호. 그렇게 민구와 지호가 서로 투닥거리며 힘겹게 도착한 경기장에선 정말로 축구 경기가 열리지 않는다. 이에 실망한 지호는 민구를 향해 “아버지가 싫다”라며 자신의 진심을 드러낸다.     


영화 <디어 민구> 중


모두가 알 듯 아버지가 되는 일에 경제적 여유가 필수적인 조건이나 자격인 것은 아니다. 때문에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아버지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민구라고 해서 아버지로서 자질이 부족하다거나 실패라고 말해서는 안 될 것이다. (물론 그는 허당 기질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누가 지호와 놀아주기 위해 다친 팔로 애쓰는 민구를 욕할 수 있을까?!)     


영화 <디어 민구> 중

   

대신에 <디어민구>는 민구를 부단히 노력하는 아버지의 모습으로 그려낸다. 이혼한 상황에서도 아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아버지의 모습 말이다. 마치 그것이 아버지로서 중요한 조건이나 자격이라는 것처럼. 실제로 아들과 아버지 사이에서 중요한 것은 재정적인 여유나 사회에서의 지위보다도 함께 하는 시간을 통해 쌓을 수 있는 추억일 것이다. 이동국 선수는 만나지 못했지만 민구와 지호는 텅 빈 경기장에서 함께 축구를 하며 추억을 쌓는다.     


영화 <디어 민구> 중

  

하지만 아내 연주에게 일방적인 통보만을 남긴 채 떠난 민구와 지호의 축구장으로의 여정은 결국 큰 화를 부르고 만다. 화가 난 연주가 민구에게 다시는 지호를 만나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기 때문이다. 민구는 정말 앞으로 오랫동안 지호를 만나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관객들은 아내 연주가 보지 못한 민구와 지호의 여정을 함께 한 또 다른 동반자이기에 알 수 있다. 영화 <디어민구>의 결말 속 민구의 쓸쓸한 뒷모습 이외에도 또 다른 미래, 이를테면 다 큰 지호가 민구에게 다시 축구공을 받으러 올 어떤 미래가 <디어민구>가 말하고자 하는 진정한 결말이라는 것을 말이다.     


영화 <디어 민구> 중



인디매거진 숏버스 객원필진 3기 최정수

작가의 이전글 하루와 현도의 백일몽(白日夢)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