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 전 불의의 사고
주니네가 온 이후 우리는 많은 시간을 함께 했다. 초반에 주니네가 자동차를 사기 전에는 제이든과 주니의 등하교를 함께 하기도 했고 주말이면 함께 공원이나 캠핑을 다니며 함께 자연을 즐길 수 있음에 감사했다.
나는 딸이 없어서 그런지 주니의 동생 유니가 참 이뻤다. 사실 나는 딸하고 같이 커플 원피스를 입는 것이 로망이기도 했고 여자 아이들 머리 땋아주고 예쁜 옷도 입혀주는 것이 참 해보고 싶긴 했다. (제이든이 기억하지 못할 만큼 어릴 때 커플룩을 해보기는 했다) 그 주말도 주니네 가족과 함께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유니야, 일로 와봐. 이모가 재밌는 거 해줄게."
"뭐요??"
"유니를 이모가 등에다 메고 뺑글뺑글 도는 거야. 이거 엄청 재미있어~"
제이든은 이제 너무 커서 해줄 수 없는 이 놀이를 유니에게 해주고 싶었다.
"좋아요!!"
"자 그럼 시작한다! 꽉 잡아~~~"
"네 이모~"
"간다~ 뱅글뱅글 돌아서 어지러울 수도 있어~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어어어어어어" (꽈당)
재미있게 해 주려고 계속 돌던 나는 그만 중심을 잃고 그대로 넘어졌다. 유니를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 유니를 잘 들어 메고 엉덩이로 그대로 꽈당하고 바닥에 넘어졌다.
너무 놀라 뒤돌아 유니를 쳐다봤다.
"유니야 괜찮니?"
"네 이모~"
유니는 좀 놀라 훌쩍거렸지만 다친 곳은 없어 보였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나도 뒤따라 일어서려고 하는데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대로 바닥에 누워버렸다. 누운 자세에서 다시 발을 하나씩 엉덩이 쪽으로 끌어올린 다음에 허리를 들어보려고 했는데... 역시 움직여지지가 않았다. 엎드려서 일어나려고 해도 허리에 힘을 줄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공원 바닥에 누워있는데 주니 엄마가 놀라서 뛰어왔다.
"언니 괜찮아요?"
"어떡하지... 나 못 일어나겠어요. 나 좀 도와줄래요?"
부축을 받아 겨우 집에 와서 누웠다. 앞이 캄캄했다. 다음날이면 괜찮아지기를 기도하며 잠이 들었다.
다음날... 역시 일어날 수가 없었다. 제이든은 주니 아빠가 학교에 데리고 가고, 주니 엄마가 죽을 끓여서 가지고 왔다. 상황에 대해서 제나언니에게 상의를 했더니 응급실에 가지 않는 한, 우선 병원에 가서 진료를 한 번은 봐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일어서서 어디를 갈 수도 없고, 병원 대기실에 앉아있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렇게 며칠 동안 누워만 있었다. 주니네 도움을 받아 그렇게 거의 열흘이 흘렀다. 겨우겨우 지팡이를 잡고 움직일 수준이 되었을 때 제나언니가 추천해준 중국인이 운영하는 마사지샵을 가게 되었다. 물론 그 때도 주니 아빠가 데려다 주었다. 마사지사 선생님이 이곳저곳 눌러보고 다리도 움직여보게 하고 허리를 신중하게 만져보고는 뼈가 부러졌거나 으스러진 뼛조각이 있는 경우가 제일 위험한데 그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그렇게 조심조심 마사지를 받고 한참을 더 누워있고 나서야 나는 지팡이를 잡고 혼자 일어설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가장 큰 문제는 귀국짐을 싸서 한국에 갈 준비를 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는 것이었다. 걱정할까 봐 한국 가족들에게는 얘기를 안 했었는데 어쩔 수 없이 남편에게 연락을 했다. 놀란 남편이 호주로 왔고 정말 호주에 와서 운전하고 짐 싸고 자동차 팔고 행정처리만 하고 한국으로 갔다. 너무 갑자기 오게 되어 휴가를 오래 낼 수는 없어서 처리해야 할 일들만 도와주고 다시 한국으로 들어갔다.
나는 휠체어를 타고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공항 직원이 휠체어를 밀어주고 제이든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엄마를 도와 캐리어를 끌고 옆에서 걸었다. 계속 앉아서 올 수가 없어서 비행기 티켓도 비즈니스석을 타야 했다. 그렇게 제이든의 학기가 끝난 바로 다음날 우리는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국에 와서 X-ray를 찍어보고 나서야 척추압박골절인 것을 알게 되었다. 호주에서의 마무리가 예기치 않은 사고로 마무리되어 씁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