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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동 Sep 30. 2023

25. 제이든 학교의 두 번째 한국인

이웃집에 한국 가족이 이민 왔어요.

10월 말 어느 날이었다.

제이든이 학교가 끝나고 운동장에서 친구와 조금 놀다 가겠다고 해서 학교 뒷 쪽 운동장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누가 한국어로 말을 걸어왔다.


"안녕하세요?!"

깜짝 놀라 를 돌아보니 한국인 엄마와 귀여운 아이 둘, 그리고 멀찌감치 에 아빠가 서 계셨다.

"아 안녕하세요?"

"이번에 이 학교로 전학 오게 되었어요. 한국인이 한 명 있다고 들었는데 여기 계셨네요."

"어머 이번달에 전학 온 거예요?"

"네네 맞아요."


제이든이 유일한 한국인이었던 학교에 한국인 학생 두 명 (제이든과 같은 학년 남아와 두 살 어린 여동생)이 전학을 오게 되었다!  얘기를 나누다 보니 사는 곳도 우리 집 바로 옆에 새로 생긴 아파트였다. 제이든은 다른 친구와 공놀이를 하느라 정신이 팔려서 처음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어로 이야기도 하고 책도 보고 터닝메카드에 대해 말이 통하는! 주니네 놀러 가는 것을 너무너무 좋아하게 되었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이모가 해주는 맛있는 음식도 큰 역할을 했다.


제이든은 주니네 집에만 놀러 가면 밥을 두 그릇씩 먹었다.


"제이든... 너는 어떻게 여기만 오면 이렇게 밥을 잘 먹니~ 허허"

(요리 못하는 게 들킨 것 같아 겸연쩍을 때가 많았다)

"엄마, 다 ~~ 너무 맛있어~ 야미야미 (yummy~yummy~)"

"그러게... 주니 엄마가 요리를 잘하시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너무 먹는 거 아니야.."


그렇다. 한식파인 제이든 입맛에 딱 맞는 이모의 요리 솜씨, 그리고 아이들 셋이 신나게 뛰어놀고 또 앞다투어 먹다 보니 제이든의 식욕은 매번 폭발했고 너무 무리해서 먹다가 심하게 체한 적도 있었다.


종이박스 기지에서 주니와 제이든의 총싸움(좌), 아이들과 식욕 폭발한 제이든(우)


호주에 고작 10개월 정도 먼저 왔을 뿐이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기뻤다. 그건 나뿐 아니라 제이든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엄마 주니는 참 좋겠어."

"뭐가?"

"아니 나는 학교 최초의 한국인인데 주니는 내가 있잖아."

"그렇네, 제이든이 주니를 많이 도와주니까 주니는 좋겠네."

"그렇지, 내가 처음에 말도 안 통하고 얼마나 힘들었는데......"


도움을 받는 주니도, 도움을 주는 제이든도 서로에게 고맙고 감사한 존재였던 것 같다. 그리고 주니는 성격도 좋고 씩씩해서 금방 학교에 적응해 나갔다.


주니는 한국에서 영어학원을 조금 다녀서 영어 문법을 조금 알고 있었고 제이든은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하루는 둘이 같이 숙제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웃음이 났다. 정확한 단어와 문장은 생각이 나지 않지만 대략 이런 식이었다.


Find the largest furniture in your livingroom.

"제이든, 이거 무슨 뜻이야?"

"이거? 거실에서 큰걸 찾으라는 거잖아."

"근데 largets는 최상급이잖아."

"체상끕? 그게 뭔데?" (제이든 둥절)

"아니~~ large - larger - largest 비교급 최상급 몰라?" (주니 답답)

"난 그런 거 모르는데?~"


그렇게 티격태격하기도 하면서 또 둘이 머리를 맞대고 숙제를 해결하는 모습은 참 보기 좋았다. 제이든이 처음 학교에 들어갔을 때는 한국인 친구가 없어서 힘들고 외로웠을 생각에 안타깝고 미안하기도 하고 학교를 옮겨야 하나 고민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주니가 온 덕분에 제이든이 다른 친구를 돕는 뿌듯함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한국으로 다시 돌아갈 시기가 다가올 때쯤 태권도, 한국 학교 생활 등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주니를 통해 듣게 되어 이 또한 감사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0,11,12월 만 3개월도 되지 않는 만남이었지만 주니네 가족과의 시간은 우리에게 참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제이든도 주니와 보낸 시간이 의미가 컸고 나 또한 주니엄마와 정말 많은 얘기를 나눴다. 주니엄마는 호주에서 1년 동안 워킹 홀리데이를 한 경험이 있었고 그 당시 호주에서 만난 남자친구와 결혼을 해서 한국에 살다가 고민 끝에 호주로 이민을 온 케이스였다.


우리가 호주를 떠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고 긴 시간을 함께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더 많이 애틋하고 고맙고 함께 있는 시간이 더 소중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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