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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동 Sep 25. 2023

24. 'OO데이'를 준비하라

미션처럼 수행했던 제이든의  OO데이


어느 날 제이든의 가정통신문에는 이런 내용이 적혀있었다.


"5월 20일에는 학교에서 movie star day를 진행합니다. 원하는 캐릭터로 분장하고 오세요"


무비 스타 데이라고?

처음 보는 내용에 어리둥절해서 찾아보니 그날은 원하는 영화 속 주인공의 모습을 하고 학교에 가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그냥 코스튬 하나 입고 가면 되겠지?'하고 생각했다.


"제이든, 이 날 학교에 영화 속 캐릭터처럼 하고 가는 날이라는데 어떤 거 할래?"

"나? 다스베이더 할래."

"스타워즈 다스베이더?"

"응 엄마."

"그래 알겠어."


만약 한국이라면 쿠팡으로 바로 코스튬을 주문해서 로켓배송을 받을 수 있겠지만, 그때 당시만 해도 그렇게까지 인터넷쇼핑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았다. 평소에 많이 가는 쇼핑몰에 가면 쉽게 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의 큰 오산이었다. 그즈음 학교에서 그런 행사를 많이 하는 것인지 아님 평소에도 그렇게 구하기가 힘든 것인지 모르지만 가는 곳마다 사이즈가 없거나 다스베이더가 없거나....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진땀이 났다. 어쩔 수 없이 나는 근처 모든 마트에 하나하나 전화를 걸어 재고 체크를 하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재고 확인 좀 부탁드리려고요. 거기 다스베이더 코스튬 7-8세용 있나요?"


처음에는 마트에 전화하는 게 처음이라 긴장을 했지만 다섯 통쯤 걸었을 때는 똑같은 말을 하다 보니 영어가 아주 잘 되고.. 특히나 결과는 아주 잘 들렸다. 


"Sorry, it's out of stock at the moment." (현재 재고가 없습니다)


제이든에게 다른 캐릭터를 하면 안 되겠냐고 여러 번 물어봤지만 제이든은 완강했다. 결국 발품, 손품(전화) 끝에 동네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대형마트에 재고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겨우 코스튬을 구해왔다.









처음으로 경험하는 학교 행사인데 원하는 캐릭터도 못 입고 갈까 봐 전전긍긍하며 구했던...... 가격은 아무리 비싸도 좋으니 있기만 해라 했었는데, 그래도 구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때는 애증의 코스튬이었는데 지금 다시 보니 너무 귀엽다. 하하하










8월이 되었다. 다시  'Doctor's day'를 준비해오라는 가정통신문을 받아 들었다.

그래도 두 번째는 의사 가운만 사면 되니까 좀 수월하게 넘어갔다. 

그날 학교에 가보니 제이든은 좀 평범한 닥터였고 다양한 모습을 한 아이들이 많았다. 백투더퓨처에 나왔던 박사님같이 번개머리 가발을 쓰고 온 아이, 하얀색 티셔츠에 그림을 그린 아이, 아! 그냥 박사는 별로라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교복을 입고 온 아이들도 있었다.


Dr.Bae 가운에 제이든이 그림을 그려 넣었다 (좌), 닥터스데이 당일 아이들 모습 (우)


그리고 대망의 'Super hero day'가 다가왔다. 

제이든은 엄마 마음도 모르고... Flash를 하겠단다. 다른 캐릭터는 절대 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 

플래시는 인기 있는 캐릭터가 아니어서 그런지 실제 판매하는 곳도 별로 없고 이번에는 그나마도 구할 수가 없었다. 고민은 깊어가고 날짜는 다가오고 뭐라고 해야겠다 싶었다.


결국 옷가게에 가서 빨간색과 노란색 티셔츠, 바지를 몇 벌 사 왔다. 그리고는 한 땀 한 땀 플래시맨 의상을 제작했다. 고등학교 때 의상학과를 전공하고 싶었던 나는 바느질을 그래도 좋아하는 편이다. 상의에 허리, 팔 부분 번개를 꿰매 넣고 가운데 동그란 원과 번개표식, 그리고 종아리 부분 노란색을 덧대서 세상에 하나뿐인 제이든 맞춤형 플래시 코스튬이 완성되었다. 제이든이 그래도 그 옷을 입고 도서관까지 간 걸 보면 아주 엉망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플래시 코스튬 제작과정과 제이든 착샷


그렇게 학교의 OO데이는 마무리가 되었다.

그다음 제이든이 마지막으로 코스튬을 입은 날은 10월 31일 할로윈데이였다. 검은색 옷과 빨간색 가면을 쓰고 "Trick or Treat!"을 외치며 친구들과 캔디를 받으러 다녔다. 아이들에게 캔디를 줄 준비가 되어있는 집은 할로윈 장식을 해두고 아이들이 오는 것이 달갑지 않은 곳은 아무 장식이 없었다. 아이들은 그 표식을 보고 가서 벨을 눌렀다. 

벨을 누르고 대기중(좌), 할로윈분장을 한 집주인이 사탕나눠줌(중앙), 사탕받고 행복한 제이든(우)


이런 'oo데이'가 엄마 입장에서는 생소하기도 하고 조금 성가시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들이 신나고 재미있어하니 이 또한 좋은 추억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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