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시작하며 , 부끄러운 마음은 잠시 미루기
늘 글이었다.
사는 것이 왜 이리 힘든 것인지, 일상은 가볍지 않고 왜 바위처럼 짓누르기만 하는지..
머릿속에 수만 가지 생각이 들 때, 늘 생각했다. '글을 써야겠다. 글만이 이 현실을 소설로 바꿔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생각보다 더 지쳤고 게을렀다. 하루를 넘기며 쓰레기봉투를 버리고 나면, 드디어 잠든 아이들 곁에서 눈을 부칠 수 있었다. 어느 때는 유튜브를 보며, 어느 때는 잠을 이루지 못하며 원망과 슬픔을 희석하려 애썼지만, 정작 글쓰기는 내가 닿지 못할 먼 섬이 되어 있었다.
인생의 조각들이 나를 만들었다. 미루며 살아오니, 이제 나는 글 한 번 제대로 쓰지 않은 40대 후반의, 근근이 업무를 하며 지내는 직장인이다. 유일하게 쓰는 글은 결재 문서뿐.
얼마 전 구내식당에서 줄을 서며 의미 없이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어색한 분위기 때문이었지만, 머릿속엔 풀리지 않고 있는 업무 걱정으로 가득 찼다. 그러다 문득 습관처럼, 아니 마지막 보루처럼 다시 한번 생각이 든 것이다. '글을 써야겠다.'
이번에도 도피처일지도 모른다. 두렵기도 하다. 언젠가는 나도 시작할 수 있다며 소중한 알처럼 품고 있었지만, 실은 내 영역이 아닐 수도 있다. 글을 쓰면 눈물 머금은 일상과 여전히 어려운 직장 생활의 무게를 덜어낼 수 있을 것 같지만, 초등학생 시절 원고지에 글을 쓰던 그 아이는 이제 없으니.
그래도 용기를 내어본다.
뒤돌아보면 훌쩍 1년이 지나있는 고단한 일상에 볕을 비추도록, 오랫동안 진정으로 불러보지 않았던 나의 이름을 담아 글을 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