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고양이의 하루
몇 달 전 나는 이 세상에 없었을 것이다.
태풍이 오든, 길 옆 나무가 부러져 도로를 막든, 어느 집에 불이 나든..
세상의 모든 큰 일은 아무 의미 없었을 것이다.
내가 세상에 나오고 나서야 모든 것에 의미가 생겼으리라.
차가운 바람과, 부족한 먹이가, 그제야 내게 중요한 골칫거리가 되었을 것이다.
지난가을, 나는 따뜻한 엄마 품에서 아직 눈도 뜨지 못했다.
엄마의 품은 따뜻했다. 거칠고 윤기 없는 몸이지만, 이 작은 몸을, 내 형제들과 함께 보듬어주기에 충분했다.
나는 그렇게 차가워지기 시작운 계절에 따뜻한 엄마의 품에서 바람을 견디며 지냈다.
사람들은 나를 길고양이라고 부른다.
잘 걷지도 못하던 시절, 그래도 행복하고 따뜻했다면 믿어줄 수 있을까?
나를 안아주던 엄마의 포근함을 잊지 못한다. 함께 뒹굴던 형제들과의 즐거움은 제일 큰 선물이었다.
주린 배는 어떻게든 엄마의 수고로 채울 수 있었다. 엄마는 어떻게든, 내가 죽지 않도록 어디에선가 먹이를 가지고 왔다.
불쌍한 엄마는,
그날따라 운 좋게 얻어걸린 먹이를 가져오다
영영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갔다.
차에 치여 힘없이 늘어진 엄마 옆에는, 나와 형제들에게 주려던 먹이가 나뒹굴고 있었다.
길 건너에서 그 모습을 마주친 나는, 니야옹 니야옹 울어댔지만, 엄마를 죽게 한 그곳으로 다가가지 못했다.
나는, 아직 너무 작았고 세상은 너무 컸다.
겨울은 원래 이렇게 추웠던 것일까. 작은 몸 하나 누울 곳이 없다.
형제들은 어느샌가 하나 둘 사라져 버렸다. 몸이 제일 약해 항상 엄마 품을 차지했던 동생은 길 가에서 힘없이, 기어이 엄마에게 가고 말았다. 저 하늘 반짝이는 별 중에 엄마와 동생이 있으면 좋으련만.
나는 있고 또 없다.
나는 항상 이 마을에 있지만, 내가 당장 사라진 대도 이 세상에 그걸 알아차릴 시선은 없다.
나는, 나만, 나를 안다.
배고프고 외롭다. 배고프거나 외롭거나, 한 가지만 했더라면 조금은 더 귀한 존재일 수 있었을까?
가로등 아래 청개구리 한 마리가 지나간다. 발로 톡톡 건드려본다. 외로웠을 뿐인데, 청개구리는 화들짝 도망간다. 난 널 어떻게 할 기운도 없단다.
타박타박 타박타박..
저 멀리 가로등에 긴 그림자가 걸어왔다.
요즘 자꾸 보이는 이상한 사람이다. 가로등에 비친 긴 그림자가 무서워 풀숲에 숨었다.
항상 가던 길을 가던 그 사람이 오늘따라 쭈뼛거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미야옹 미야옹'
이상한 소리를 내어 더욱 무섭다. 하지만 용기 내어 나도 불러보았다.
'니야옹, 니야옹'
그 사람의 등 뒤에서 대답하자, 휙 하고 고개를 돌린다. 얼굴은 왠지 모르게 웃고 있었다.
무섭지만, 더 이상 이 세상에 머물러 있을 힘이 없었다.
내 몸은 뼈가 앙상히 드러나, 볼품이 없다.
그 사람이 내게 손을 뻗어 깜짝 놀라 뒷걸음질을 쳤다. 하지만 멀리 가진 않았다.
엄마와 형제들 이후로 내가 이 세상에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처음으로 알아준 사람이다.
그 사람은 조심스레 다시 한번 나를 쓰다듬었다. 따뜻하다. 나도 모르게 머리를 그 사람의 손바닥에 가만히 기댄다. 몇 초간 나를 응시하던 그 사람은 조심스레 내 등을 만져보더니, 무엇인가 내게 당부하며 뛰어갔다.
잠시 동안의 온기가 마음을 채웠다. 오늘은 이만 몸을 뉘어야겠다고 생각하며 힘없는 발걸음을 뗄 때 다시 그 사람이 뛰어왔다.
'자, 먹어, 배고팠지.' 하며
음식을 내 발앞에 놔주었다. 참을 수 없는 현기증으로 의심할 기운도 없었다.
머리를 박고 먹었다. 머리가 쨍! 하더니 한번 먹기 시작한 입을 멈출 수 없었다.
현기증이 사라지자 조금씩 내 등을 쓰다듬고 있는 그 사람의 손길이 느껴졌다.
눈물이 돈다.
나는 사랑받을 수 있는 고양이였다. 나를 사랑해 줄 존재가 이 세상에 있었다.
나는 있고, 존재한다.
이제 해가 지기를 기다린다.
저 멀리 가로등에서 내가 니야옹 하면,
그녀는 미야옹 하며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챙겨 온 음식을 내게 건낸다.
차갑기만 하던 세상이
내게도 조그마한 자리를 내주었다.
나는,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존재하는
고양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