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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이진 Jul 21. 2024

눈앞에 일어난 일만 다투세요

갈등이 지속성을 갖게 되면 심화되기만 할 뿐입니다.

https://youtu.be/TrQLOnYwWe8? si=6 SXBAvX8 Zdz73 CFz


사실 관계라는 게 상호작용이다 보니까, 아무래도 주변에서 칭찬을 자주 해주고 그러면 자기도 칭찬이 아무렇지 않게 나오고 그렇지만, 주변 분위기가 딱히 칭찬하는 게 아닌 경우에 그 삶의 루틴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기는 합니다. 예를 들어 딸이 음식을 해주는데 뭔가 태운 냄새가 나고 그래서 <맨날 이렇게 태우냐?!> 짜증이 나는 경우, 평소 딸도 엄마한테 짜증을 냈을 확률이 높은 거죠. 엄마도 딸도 서로에게 짜증부터 내는 것에 익숙해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이 상황에서 눈 여겨볼 점은 딸이 음식을 했다는 것으로, 아마도 딸은 평소 자신이 짜증을 잘 냈던 것을 인지하고 모처럼 엄마에게 음식을 해드리려 한 건데, 엄마 입장에서는 <어제는 실컷 짜증을 내더니 오늘은 또 무슨 바람이 불어서 음식을 한다는 거냐> 이렇게 반응이 나갈 수밖에 없고, 따라서 모처럼 엄마를 위해 음식을 했던 딸도 <나름 생각해서 음식을 했더니 이제는 또 음식 한다고 짜증이네> 라면서 섭섭함을 느끼게 되는 거죠. 


따라서 오랜 시간 동안 감정 표현 방식이 루틴에 가깝게 자리 잡은 가족의 경우 (연인이 될 수도 있고) 칭찬할 상황에서도 침묵이 나가게 되고 별로 화낼 일이 아닌 상항에서도 분노가 솟구칠 수가 있는데 (물론 통상 이는 가족이나 연인 사이에서 오랜 기간 묵은 감정이 해소되지 않아 어떤 특정 상황이 오자 불현듯 폭발하듯이 발현되는 것일 가능성이 크나) 이런 루틴을 해소하자면 일단 말씀하시는 자기감정의 객관화가 필요하긴 합니다. 


예를 들어 남편이 술을 먹고 늦게 들어오면 이 자체만 가지고 화가 나는 게 아니라 그동안 남편이 자신에게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던 그 모든 섭섭함이 밀려들면서 <차라리 길에서 자다 죽지 그래? 집에는 왜 들어와?!> 이렇게 대화가 시작되기 쉽고, 술에 취한 남편이므로 그에 대한 답변은 <XX, 내 집인데 내가 맘대로 못 들어오냐?!?> 이렇게 나갈 수밖에 없으며, 그 끝은 당연히 서로에 대한 원망과 분노, 증오밖에 없게 되고, 이게 계속 쌓이면서 어느 순간 돌이킬 수가 없어지는 거죠. 


사람이 본능적으로 섭섭함을 느끼면 알게 모르게 그동안 쌓인 것들이 표출되는 때가 있는데, 일단 지금 벌어진 상황 그 자체에서 출발해서 자기감정을 다스려야 지금 사건부터는 새로운 갈등이 안 되면서 이전에 쌓인 갈등을 해소할 여력이 생기게 됩니다. 즉 남편이 술을 먹고 늦게 들어오면 <저 자식은 맨날 저렇게 술 먹고 늦게 들어와>라고 생각이 들더라도 지금 술 먹고 늦게 들어온 것만 가지고서 감정을 시작해야 그 사건은 끝나게 되는 겁니다. <오늘 또 먹었네> 라거나, <맨날 늦네>가 사실이더라도, 그렇게 될 경우 갈등은 지속성을 가지면서 해결점은 사라집니다. 일단 오늘 잘못한 것만 가지고 감정을 갖고 대화를 시작하면 나을 겁니다. <오늘 무슨 일 있었어? 술 먹고 늦었네> 이렇게 시작하는 게 나은 거죠.


이런 댓글을 드리면 항상 덧붙이는 말이지만 이런 식의 대화는 댓글을 쓰는 저도 쉽지 않은 일이라서 매번 노력해서 달성하는 겁니다. 따라서 왜 나는 힘들지, 이렇게 생각하기보다는 조금씩 노력해서 어느 순간 달성하는 그런 대화다 이렇게 생각하면 나을 겁니다. 저도 이런 대화 전혀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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