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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이진 Jul 21. 2024

천재시인 이상도 괴롭힘을 당한 가족부양의 의무

부모가 반대하는 경우에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https://youtu.be/BL-8 nVcGPYQ? si=sSTn4 EeZJli5 Lbfw


올린 영상 하고는 다소 무관한 댓글이긴 하겠으나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기 길을 가는 것에 대한 그런 상황으로 치환해서, 제 경험에 따르면, 부모님의 말씀은 어떤 결정에 참고로만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대학을 입학할 당시에는 3번을 시도할 수가 있었는데, 제가 첫 번째 입시에서 떨어졌고 당시 계속 그림을 그리겠다는 저에게 경리(직업을 딱히 폄하하려는 건 아니지만)하다가 바로 시집을 가라고 했었었죠. ^^;;;;; 아마 제가 지금까지도 결혼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감이 드는 이유 중 가장 큰 게, 가장 비참할 때 이 지점을 강요당해서가 아닐까 합니다.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제 경험에 의하면, 부모님의 직업이 좋고 집안이 부유하고 교류가 많거나 하면 주변에 눈치를 봐서라도 자식을 어떻게든 좋은 대학에 보내려고 하지만, 반대의 경우 자식에게 하루라도 빨리 사회에 나가서 돈을 벌어와라 이런 경우 생각보다 많습니다. 가난한 애들이 꿈을 포기하는 가장 큰 이유죠, 가족 부양. 언제 끝이 날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그 압박감. 제가 딱히 가난에 대해서 별 편견이나 생각은 없습니다만, 가난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에 어쩔 수 없는 결정으로 내딛게 하는 그 지점은 끔찍하다고 봅니다. 


따라서 대학을 다니는 내내 대학을 대체 왜 다니냐는 질책을 수도 없이 받았고 (대부분은 경제적인 어려움이 큰데 따른 압박일 테고) 이후에 대학원을 다닐 때도 마찬가지로, 심지어 지금까지도 대학원을 다닌 것을 원망(?)하는 게 부모님입니다. 대학까지야 부모님이 지원해서 나왔으니까 질책이나 잔소리를 들어도 되겠지만, 대학원은 제가 번 돈으로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나이가 되도록 대학원을 다닌 것에 대해서 부모님은 찬성하지 않으며 (물론 저도 대학원을 나와서 딱히 강사도 못 됐으니 할 말은 없습니다만) 이후로는 제가 각종 소송 등 여러 비영리 활동을 하거나 뭐를 하거나 늘 반대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저는 대학을 졸업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부모와 가치관이 다르다는 것을 확고히 인지하고 독립을 했으며 이후로는 부모님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뭘 한 적이 없다고 말씀을 드리겠고, (일부 받은 지원은 부모님과 의도치 않게 얽히면서 발생한 일련의 억울한 사건 때문이라고 말씀을 드리겠고요) 앞으로도 제가 자식으로서의 기본 도리는 하겠지만, 어떤 일을 하는 데 있어 부모님의 의견을 들을 일은 없을 거 같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부모가 자식이 안 되기를 바라서 어떤 요구를 하는 일은 없겠지만, 그렇다고 부모가 자식보다 더 넓은 시야를 갖고서 미래 지향적인 결정을 인도해 줄 만한 상황이 된다고도 생각하지 않으며, 특히 부모가 식견이 높지 않고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이런 경우에는 자녀의 미래 자체가 <오직 먹고사는 문제 해결>이라는 굉장히 작은 가능성 안에 한정될 수가 있기 때문에, 저는 부모의 의견은 참고만 하고 산지 오래됐습니다. 당연히 부모님도 제가 이렇게 살아 달라 아무리 말을 해도 본인들이 옳다고 보는 방향으로 살고 있고, 제가 이 부분을 딱히 지원할 게 아니므로, 저는 상관하지 않는 편입니다.  


어떤 부모들은 고급 주택과 비싼 차를 주고 해외 유학을 다니게 하는 게 자녀를 행복하게 하는 거다 할 것이고, 반대로 자녀 또한 부모를 고급 주택에 비싼 차에 해외에 놀러 다니게 하는 게 효도라고 할 수 있겠지만, 따라서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한다고도 생각할 수가 있겠지만 (상당히 많은 범죄자들의 범죄 목적은 가족 부양입니다), 저는 힘은 들더라도 자녀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정당하게 해내고자 하는 그 의지를 순수하게 지원해 주는 부모와 자식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자식이 가려는 그 길이 너무 힘들어 보여서 반대한다는 부모님들이 생각보다 많은데, 거의 모든 부모들이 반대하는 이유가 바로 이렇게 자녀가 힘들 거 같다는 부분인데, 막상 자녀에게 있어 정작 가장 괴로운 게 바로 그 부모의 반대라는 것을 부모들이 알아두면 좋을 거 같습니다. 만에 하나 부모의 말을 듣지 않고 멋대로 행동해서 잘못된 결과가 나온다면 그 결정을 받아들이는 고통을 함께 해주는 게 부모인 거지, 그런 상황에서 자식을 끝까지 잘못했다고 밀어붙이는 분들도 있어서 안타까울 때가 있습니다. 


덧붙여서 오히려 부유하게 자란 사람들이 사회 개혁이나 비판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게 (유명인 밖에 사생활이 공개가 안 되므로 예를 들자면, 비트겐슈타인 같은 철학자 아버지의 부유함은 독일 최고 수준이었으나 형제들이 모두 자살했고 비트겐슈타인도 독특한 삶을 살다 감), 이미 부유함을 경험한 경우에는 그다음 단계의 욕망을 갖게 되는 게 인간의 발동이고 따라서 인간의 보편성에 눈을 뜨며 철학자도 되지만, 가난하게 자란 경우에는 늘 가족 부양과 먹고사는 문제로 인한 각종 비난이 쇄도하여 불행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국에서 이상도 천재시인이었다고는 하나 그다지 부유한 가정 출신이 아니었던 그는 입신을 위해 공무원이 돼야 했고 늘 가족 부양이라는 책임에 시달렸으며 결국 건강 악화로 요절했죠. 


예나 지금이나 가족을 꾸려서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지나치게 걱정하는 문화가 있는 게 한국만 그런 건지 뭔지 모르겠습니다만, 이게 아마도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유교적 갈래 때문이 아닌가도 생각은 합니다만, 독립운동가들도 목숨을 받혀 나라를 위해 헌신했어도 유가족들이 가난하다는 그 이유 하나로 지금도 비판받는 것을 볼 때, 한국도 이 지점을 다소 내려놓을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식이나 부모나 가족이 인류 보편타당한 일을 할 때는 비록 당장의 먹고사는 문제 해결은 아니더라도 지지할 줄도 알아야, 진짜 <개천에서 용이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자기 식구 먹고사는 문제 해결하자고 굳이 개천에서 <용>까지 나올 필요가 있겠나요. 그냥 개천에서 민물고기 먹으면서 지지고 볶으면서 살면 되는 거죠, 뭘 <용>씩이나 필요합니까, 가족 부양에 갇힐 거면.  


모쪼록 부모의 반대가 있더라도 본인이 어떤 미래를 꿈꾸는 지를 생각하면서 결정을 내리면 되지 싶습니다. 그리고 결혼은 미래를 바꾸는 데 있어 가장 큰 결정 중 하나이므로, 본인이 원하는 바를 추구하시되 반대한다고 해서 또 너무 원망하지 않아야 마음이 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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