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여성 성장기-나 사용설명서 5부
가족에겐 '최저가 사냥꾼', 나에게만 '자린고비'
평생을 알뜰한 주부로 살았습니다. 스마트폰을 켜놓고 생필품 최저가를 검색하고, 마트 '1+1' 행사 상품이 아니면 장바구니에 담는 법이 없었습니다. 배달비 3천 원이 아까워 왕복 20분을 걸어가 포장해오는 것이 제 일상이었습니다. 그렇게 아낀 돈으로 아이들 고액 학원비는 망설임 없이 이체했고, 남편이 사고 싶다던 비싼 등산화는 '건강을 위한 투자'라며 선뜻 사주었습니다. 이상하게도 가족을 위한 지출은 '투자'였고, 오직 저를 위한 지출은 '낭비'처럼 느껴졌습니다.
돈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시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저에게 주어진 24시간은 가족을 위해 쓰여야 마땅한 공공재였습니다. 가족들 뒷바라지하고 집안일을 해놓고 나면 녹초가 되기 일쑤였습니다. 가끔 소파에 앉아 멍하니 유튜브 영상 하나 보는 시간조차 사치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스스로를 다그쳤습니다. 노는 것은 죄악이고, 쉬는 것은 게으름이라 여기며 살아온 세월이었습니다.
비싼 디저트 카페에서 작동한 '아줌마 계산기'
아이들이 독립하고 남편이 은퇴한 후, 드디어 저에게도 '내 시간'이라는 것이 생겼습니다. 주변에서도 이제 좀 즐기며 살라고 성화였죠. 그래서 큰맘 먹고 요즘 유행한다는 성수동의 근사한 디저트 카페에 혼자 가보았습니다.
진열된 조각 케이크 하나와 커피 한 잔 가격을 합치니 웬만한 국밥 두 그릇 값이 훌쩍 넘었습니다. 순간 '이 돈이면 마트 마감 세일 때 음식재료를 한 두가지 살텐데'하는 생각이 스쳤지만, 여기까지 온 게 아까워 주문을 했습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